주인공 고혜준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엄마의 부탁으로 할머니 집에 가게 됩니다.
혜준이는 엄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엄마가 부탁할게." 그 한마디에 혜준이는 마음이 참 약해집니다.
한편 큰이모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할머니가 죽는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고 하면서 걱정해요.
혜준이가 보기에 그저 하는 소리 같은데... 할머니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합니다.
"할머니, 그래서 죽고 싶은 거야?"
할머니 집 옆옆집에는 동갑친구인 은채가 삽니다.
어렸을 때는 함께 어울려 놀았으나 혜준이가 몇 번 피한 이후로 아예 인사도 안하는 사이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혜준이가 비를 맞고 집에 못 들어가고 있던 때 은해가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은채는 “여기 밭에 가 볼래?”, “내가 싫어져도 말해.”와 같은 당황스러운 말들로 혜준에게 다가옵니다.
그런 은채와 함께 밭에 가고, 밭에서 난 깻잎으로 만든 페스토를 선물 받으며 혜준은 어느새 “내가 도와줘도 돼?”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친구가 되지요.
"볕뉘가 무슨 뜻이게?"
볕뉘마을 아파트. 나는 한 번도 그 뜻을 궁금해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아파트 이름일 뿐이니까.
"작은 틈을 통해 잠시 비치는 햇볕이래. 순우리말."
고개를 들어 터널 위를 바라보다가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햇빛이 팔뚝과 손등 위로 어른댔다. 꼭 찰랑이는 바닷물처럼 보였다. 반짝이는 별빛 같기도 했다.
-P.120
혜준이가 은채 대신 수박씨를 심어준다고 도와주려 한 그때.
은채가 혜준이에게 아파트 이름인 볕뉘의 뜻에 대해 이야기한 그때.
혜준이는 아마도 이때부터 할머니집에 애착이 생기기 시작한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도 오기 싫어하던 할머니집에 말이에요.ㅎㅎ
"혜준아, 사랑해."
엄마가 나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래서 나도 가만히 엄마의 품을 차지했다. 오롯이 나 혼자서.
-P.157
형제가 있다면 꼭 한 번쯤은 엄마 품을 오롯이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그 마음을 알 거예요.
[우리 사이 햇빛]을 통해 할머니로서만 존재하지 않는 할머니와 다채로운 고민을 하는 혜준이.
엄마 앞에선 여전히 아이인 엄마의 모습을 여실없이 담아냈습니다.
엄마가 되어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엄마 앞에선 어린 아이가 되어버리는 우리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