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장면인지 자장면인지, 암튼 짜장면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녀석이 있는데, 그는 써클동기 정용이다.
사실, 난 결코 그와 짜장면을 같이 먹은 기억도 없고 (물론, 우리 써클의 뒷풀이는 항상 중국집이 routine course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각자 짜장면을 먹었을 수는 있지만, 함께 얼굴을 맞대고 짜장면을 먹은 기억은 없다), 그가 짜장면을 닮았다거나, 하다못해 짜장면에 곁들여지는 단무지를 닮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짜장면을 먹을 때면 으례 그 녀석이 떠오르는 건 우리 써클 홈피에 올린 그 녀석의 한 줄의 글 때문이다.
그는 레지던트를 마치고 미국으로 한 2년간 연수를 갔는데, 그 머나먼 땅에서 고국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짜장면이 너무나 먹고 싶다. 햄버거만 먹어 90kg이 다 된 정용이가'하며 절규의 단발마를 외쳤는데, 그 뒤의 댓글엔 '네가 정녕 사람이냐?" 라는 둥, " 미국이란 나라가 귀염둥이 발바리같던 너를 한 마리 돼지로 둔갑시켰구나"라는 둥, 경악과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었다. 나 역시 그 호리호리하고 귀엽던 young boy였던 정용이가 90kg이나 가는 거구가 되었다는 소식은 도저히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으나, 오죽 짜장면이 먹고 싶으면 저럴까 싶은 안타까움에 "얼른 온나, 내가 짜장면 곱배기 시켜줄게."하고 댓글을 달았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인가 홈피에 글을 올리는 정도가 뜸하더니만, (나 역시 뭐 그리 바쁘다고 써클홈피에 한동안 방문하지 않기도 했지만) 미국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조차 행방이 묘연해지기 시작했고, 가끔씩 섭외를 오는 써클의 후배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의 거취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써클 40주년 기념식에서 만난 선배에게서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그는 울산에 내려가 개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순간, 소리소문도 없이 한국에 들어와, 알리지도 않고 그 먼 곳에다가 개업을 한 정용이에게 약간의 배신감과 섭섭함이 밀려왔다.
하하. 그는 알까? 내가 짜장면만 보면 이걸 사줘야 하는데.. 하면서 그를 떠올린다는 것을..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