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객주 호원각 - 제13회 스토리킹 수상작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신은경 지음, 신소현 그림 / 비룡소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찾아가는 이야기



처음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때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스쳤다.
낯선 세계, 기묘한 손님, 밤의 공기.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알게 된다.
아, 이건 전혀 다른 결이라는 걸.



요괴 객주 호원각의 주인공 호리는
인간도 요괴도 아닌 ‘반지기’.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 위를 걷는 아이였다.



조선의 한양, 어둠이 내려앉은 밤.
요괴들이 드나드는 객주 ‘호원각’.
신선과 구미호, 흑룡까지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화려한 설정보다 호리의 마음에 더 오래 머문다.



K-판타지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이건 우리 정서구나.
핏줄처럼 은근하게 흐르는 그 감각.




특히 좋았던 건,
선의로 한 선택이 위기를 만들고
그 선택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순간 호리가 한 뼘 자란다는 점.
성장은 폭죽처럼 터지지 않는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몸집을 키운다.




읽으며 혼자 상상했다.
이 책, 시리즈로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무대 위에서
호원각이 열리고 흑룡이 조명을 가르며 등장하고 호리가 외친다.



“반은 요괴, 반은 인간. 그게 나야!”


뮤지컬로 올라가도 근사하겠다 싶었다.
객석 1열에서 응원봉 대신 책을 흔들고 싶은 마음 🎭




아이들도 재밌다며 엄지척.
세계관은 넓고, 이야기는 단단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마음이 살아 있다.




경계에 서 있다는 건 쓸쓸한 일이 아니라
두 세계를 모두 품을 수 있다는 뜻일지도.




호원각의 문,
다시 한 번 두드려 보고 싶다.




좋은 이야기 보내주신 비룡소에 감사합니다.



#요괴객주호원각 #신은경 #비룡소 #스토리킹수상작
#k판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박태원 지음, 이상 그림 / 소전서가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전차는 덜컹거리고,
한 남자가 아무 목적 없이 도시를 걷는다.




90년 전 경성.
그는 대단한 일을 구하려 애쓰지도 않고,
거창한 인생의 결심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무심한 사람들을 스치고, 끝없는 생각에 잠길 뿐이다.





사실 읽는 내내 조금 답답했다.
왜 이렇게 망설이기만 할까.
왜 이렇게 머릿속만 복잡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흑백의 문장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박태원의 집요한 문장은 구보의 예민한 자의식을 쫓고,
이상의 파격적인 삽화는 그 도시의 공기를 낯설고 날카롭게 비틀어 놓는다.
패션 잡지에 실어도 손색없을 만큼 현대적인 이상의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이토록 무력한 구보의 하루가 실은 얼마나 치열한 예술적 투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흑백의 선 위로 이상의 천재성이 강렬한 칼라처럼 번뜩이는 기분이다.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끝내 섞이지 못하는 마음.
생각은 넘치는데 행동은 멈춰 있는 상태.
1930년대 지식인의 초상은 어쩐지 지금 우리의 하루와도 너무 닮아 있다.




이 소설은 거창한 메시지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툭, 묻는 것 같다.
“사건이 없으면, 성과가 없으면, 그 하루는 아무 의미도 없는 걸까?”




책 뒤편의 대담을 읽고 나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하루였지만, 적어도 그는 방 안에만 머물지는 않았다는 것을.
그 고독을 견디며 한 발짝씩 내디딘 기록이 결국 이 눈부신 고전이 되었다는 것을.




시대를 앞서간 두 천재의 우정은 시릴 만큼 아름답다.
아쉬움은 남지만, 덕분에 나는 오늘 나의 고독을 조금 더 사랑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답답했고,
그래서 나는 더 많이 부러웠다.






도서를 지원해 주신 소전소가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소설가구보씨의일일 #박태원 #이상 #소전서가
#한국근대문학 #이상의재발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세이야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동은의 복수가 우리에게 대리 만족을 주었다면, 이시카와의 콩트는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똑같이 괴물로 변하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년의 눈물겨운 무대."





[광고] 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이시카와는 중학교에서 꽤 인기 있는 아이였다.
친구도 많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언젠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의심치 않았다.
나는 따돌림 같은 건 당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웃음을 주던 아이는
그날부터 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판을 뒤집을 것인가.




이시카와는 주먹을 쥐는 대신 펜을 들었다.
복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콩트 대본을 썼다.
상대를 망가뜨리는 대신 자신을 갈고닦는 쪽을 택했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남 일 같지 않다.
내 아이가 겪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나는 얼마나 단단히 서 있을 수 있을까.
문득 겁이 난다.
어쩌면 나 역시 도망치는 쪽을 택했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지금 어딘가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말을 건네는 듯하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잔인함이
너의 가치까지 증명하지는 못한다고.



그리고 덧붙인다.
괴롭힘에 인생을 빼앗기지 말라고.
코미디가 아니어도 좋다.
공부든, 운동이든, 그림이든,
너를 붙잡아 줄 무언가를 끝까지 놓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조금은 먼 미래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지금은 힘들어도, 너는 결국 네 자리로 간다고.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그 말의 증거가 되어준다.




이키다 서평단 모집,
포레스트북스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받았습니다.



#어느날책상이뒤집혀있었다 #세이야 #리프 #따돌림 #포레스트북스
#성장소설 #이키다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빠는 사춘기 창비아동문고 137
채인선 지음, 김정은 그림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사춘기는 고장이 아니라 성장이다.




괜히 문을 쾅 닫고,
괜히 말끝이 뾰족해지고,
괜히 “몰라!”가 늘어나는 시기.




그 ‘괜히’ 속에 사실은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이야기는 사춘기 한가운데 선 오빠 은기가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동생 은미의 일기로 펼쳐진다.




오빠는 왜 저럴까?
왜 예전처럼 웃지 않을까?
왜 우리를 밀어낼까?





은미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사춘기는 ‘나’라는 방을 처음 짓는 공사 현장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
“아무래도 내가 사춘기에 걸리면 굉장할 것 같다.”


사춘기를 ‘걸리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은미.
웃음이 나면서도,
그 말 안에 담긴 두려움과 기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도 저렇게 변할까?
그래도 괜찮을까?




아이들은 그렇게
남의 사춘기를 보며
자기 성장을 슬쩍 예습한다.




부모도
믿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불안하고,
기다린다고 말하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사춘기는
아이만 흔들리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다시 배우는 시간이라는 걸
담담하게 보여준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춘기는 폭풍이 아니라
꽃이 피기 직전의 소란이라는 것.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지금 우리 집 문 뒤에서도. 🌿




#오빠는사춘기 #채인선 #창비 #초등동화추천 #사춘기관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여기서 나가』



“그 터에선 사람이 죽어 나간다고, 사람이!”



여기서 나가는 시작부터 흙냄새가 아니라, 눅눅한 숨결을 풍긴다.
땅을 파는 삽질 소리 대신, 오래된 한숨이 들리는 소설.
읽는 내내 발바닥이 간질간질했다.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이 혹시, 거기일까 봐.





이 작품은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땅을 사고, 나누고, 빼앗고, 지키려는 마음.
그 마음이 서서히 부패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동산 계약서 위에 얹힌 도장은 잉크가 아니라 욕망으로 찍혀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생각보다 잘 썩는다.





적산가옥, 상속, 핏줄, 재기, 투자.
익숙한 단어들이 모여 있는데도 분위기는 낯설다.
특히 ‘돈이 되는 땅’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순간,
공포는 유령이 아니라 사람 얼굴을 하고 서 있다.
그 얼굴이 어쩌면 우리와 닮아 있어서 더 서늘하다.





멀쩡하던 음식이 하루 만에 상하고,
보이지 않던 것이 문 안으로 들어오고,
“여기서 나가”라는 말이 귀가 아니라 뼛속으로 꽂힌다.




일부러 낮에만 읽었다.
해가 창문을 꽉 채우고 있을 때.
그래도 한 장 넘길 때마다 어깨에 뭔가 얹힌 기분.
햇빛은 밝았는데, 문장은 그늘이었다.




둘째가 표지를 보더니 말했다.
“엄마, 이 책 읽지 마!”
그 말이 왜 그렇게 진지했는지.
아이의 촉은 종종 장르 구분을 하지 않는다.
그냥 위험을 감지한다. 🕯️






김진영 작가는 이번에도 공간을 무대로 쓰지 않는다.
공간을 생명처럼 다룬다.
이 소설에서 ‘땅’은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이다.
숨을 쉬고, 기억을 품고, 때로는 값을 요구한다.




무서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그런데 귀신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오싹한 건 …
“당신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다.




책을 덮고 나면, 창밖을 한 번 보게 된다.
그리고 잠깐 생각한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과연 깨끗할까.




스릴? 충분하다.
으스스함? 오래 간다.
한밤중 읽기? 추천하지 않는다.



낮에도, 문장 사이에서 바람이 분다. 🌫️




오팬하우스에서 지원받아 이키다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도서협찬 #여기서나가 #김진영 #k오컬트
#파묘 #마당이있는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