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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평점 :
[도서협찬] 📕 『여기서 나가』
“그 터에선 사람이 죽어 나간다고, 사람이!”
여기서 나가는 시작부터 흙냄새가 아니라, 눅눅한 숨결을 풍긴다.
땅을 파는 삽질 소리 대신, 오래된 한숨이 들리는 소설.
읽는 내내 발바닥이 간질간질했다.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이 혹시, 거기일까 봐.
이 작품은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땅을 사고, 나누고, 빼앗고, 지키려는 마음.
그 마음이 서서히 부패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동산 계약서 위에 얹힌 도장은 잉크가 아니라 욕망으로 찍혀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생각보다 잘 썩는다.
적산가옥, 상속, 핏줄, 재기, 투자.
익숙한 단어들이 모여 있는데도 분위기는 낯설다.
특히 ‘돈이 되는 땅’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순간,
공포는 유령이 아니라 사람 얼굴을 하고 서 있다.
그 얼굴이 어쩌면 우리와 닮아 있어서 더 서늘하다.
멀쩡하던 음식이 하루 만에 상하고,
보이지 않던 것이 문 안으로 들어오고,
“여기서 나가”라는 말이 귀가 아니라 뼛속으로 꽂힌다.
일부러 낮에만 읽었다.
해가 창문을 꽉 채우고 있을 때.
그래도 한 장 넘길 때마다 어깨에 뭔가 얹힌 기분.
햇빛은 밝았는데, 문장은 그늘이었다.
둘째가 표지를 보더니 말했다.
“엄마, 이 책 읽지 마!”
그 말이 왜 그렇게 진지했는지.
아이의 촉은 종종 장르 구분을 하지 않는다.
그냥 위험을 감지한다. 🕯️
김진영 작가는 이번에도 공간을 무대로 쓰지 않는다.
공간을 생명처럼 다룬다.
이 소설에서 ‘땅’은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이다.
숨을 쉬고, 기억을 품고, 때로는 값을 요구한다.
무서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그런데 귀신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오싹한 건 …
“당신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이다.
책을 덮고 나면, 창밖을 한 번 보게 된다.
그리고 잠깐 생각한다.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과연 깨끗할까.
스릴? 충분하다.
으스스함? 오래 간다.
한밤중 읽기? 추천하지 않는다.
낮에도, 문장 사이에서 바람이 분다. 🌫️
오팬하우스에서 지원받아 이키다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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