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일시품절


 

정말 오랜만에 동화를 읽었다.
<몬스터 콜스>는 최근 <몬스터 콜> 이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는 동화책이다. 
영화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 보지 못한 게 큰 한이다 ㅠ_ㅜ
미련이 남아 영화에 대해서도 찾아보니 이미 미국과 스페인에서 작년에 개봉을 했었다.
당연히 반응이 좋았으니 한국에서 재개봉을 했겠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소개평을 보니 2012 카네기상 수상, 2012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 등과 같은 화려한 전적이 쭉 나열 돼 있었다.
보통 동화는 아니겠군 싶었다.

 

세 가지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진실

이야기는 한 소년의 악몽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너" 하고 자신을 부르는 낯선 목소리에 깬 소년은
저 멀리 교회 공동묘지 쪽에 있는 오래된 주목이 몬스터로 변해 자신의 방 창문 앞까지 걸어오는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몸통과 이빨 그리고 무시무시한 목소리와 함께 그려지는 몬스터의 모습은 엄청난 공포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어린 소년 코너에겐 몬스터가 무섭지 않다.
왜냐하면 이 몬스터는 악몽임이 분명하기 때문이고, 실제 자신에겐 이보다 더한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는 코너의 모습을 보며 이 아이에게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평범한 동화였다면 소년은 몬스터와 조우하자마자 비명을 질렀을테니.
이야기에 더 깊게 들어가보면, 몬스터 앞에서 담담했던 코너의 모습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코너의 부모님은 현재 이혼 상태, 아빠는 재혼까지 해 저 멀리 미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코너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러나 둘만의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코너의 엄마는 많이 아프다.
엄마가 아픈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코너에게는 더 최악의 상황이 펼쳐져 있다.
무슨 일에서든 자신과 충돌하는 외할머니와 학교에서의 따돌림 문제.
그 모든 것들로 인해 코너는 충분히 괴롭고, 힘들고, 끔찍한 삶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그런 코너는 왜 꿈 속에서 조차 몬스터가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몬스터는 코너가 자신을 원하고 필요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 말하며 앞으로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코너 자신이 해야 할 몫이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함께 전한다.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동화 속의 동화랄까. 액자식 구조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반전의 스토리도 있었고, 생각 보다 수위가 높은 이야기도 있었다. 동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랄까. 
코너는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 모순적이라 생각한다. 보통의 동화 속 이야기는 으레 악당이 벌을 받고, 착한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얻으며 끝나야 하는데 몬스터의 이야기는 너무 쌩뚱맞다. 늘 예측을 빗나가기 때문이다.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반발하는 코너에게 몬스터가 한 말이다.
이게 이 책이 궁극적으로 하고자 말인 것 같다. 
진짜 인생에서는 착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나쁜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그러나 어린 코너에게는 그런 삶이 익숙하지 않다. 왜 자신에게만 나쁜 일이 일어나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코너는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다 들어보아도 왜 몬스터가 자신을 찾아왔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코너 자신이 말해야 할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은 엄마에 대한 코너의 숨겨진 두 가지 마음이었다.
아픈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길 원하는 마음과 함께 힘든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코너.
몬스터가 들려준 이야기 속 모순처럼 코너 자신의 마음에도 그러한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결말부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된다.
삶은 언제나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사람의 마음 또한 언제나 한결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성장 동화라고 칭하기 아깝다.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동화랄까.
동화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뻔하지 않은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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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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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LAGOM 

나 그리고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선 단어.
라곰은 2017 미국 보그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이라고 한다.

라곰을 읽다보니 몇 개월 전 한창 일어났던 '휘게'붐이 생각났다.
관련 책도 출간되었고, sns 상에서도 하루에 한 번씩은 '휘게'라는 단어를 본 듯한 기억이 난다.
당시 휘게책을 읽었더라면 라곰과 비교해볼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어쨌든 라곰은 그런 '휘게'의 뒤를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북유럽 출신 라이프 스타일인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상 어감만 놓고 봤을 때는 둥근 느낌의 '라곰'이 더 끌렸다. 읽어보고 싶은 느낌의 제목이랄까.


라곰의 뜻은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다.
라곰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뜻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책에 따르면 사실상 라곰에는 정확한 정의가 없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딱 알맞은 양' 혹은 '모든 것을 적당히' 정도로 번역하고 있지만 어떤 상황이든 적절하게 어울리는 느낌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라곰은 어떤 맥락에서든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최적의 만족에 가까운 상태를 뜻한다.
더불어 삶의 적절한 균형을 뜻함과 동시에 
나에게 딱 맞는 지점을 찾도록 도와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던 '휘게'는 덴마크식 라이프 스타일이었지만 '라곰'은 스웨덴식 행복의 비결, 즉 스웨덴식 라이프 스타일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는 스웨덴의 옛 속담이 하나 있다.
"라곰이 최고"
속담 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스웨덴의 별명은 '라곰의 나라'라고 한다. 스웨덴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 부르며 라곰의 개념을 삶의 근간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이렇듯 스웨덴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곰을 먼저 봐야한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스웨덴식 패션 그리고 단계 줄이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패션 브랜드 H&M 는 스웨덴 브랜드였다는 거!(나만 몰랐던 것인가..)
알고보니 H&M만의 저렴한 가격과 실용적인 디자인들은 라곰에서 창안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복장에 있어서 라곰은 일년 내내 옷장 구석에서 대기하다 겨우 한 번 입을 비싼 옷보다는, 여기저기 자주 입을 수 있는 쓰임새 많은 옷을 선호한다고 한다. 나 포함 모든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매일 아침마다 항상 하는 고민이 있다. 
"오늘 뭐 입지?"
옷장에 옷은 수북히 많은데 정작 입을 옷은 없다. 옷을 자주 사는 편은 아닌데, 대부분의 옷을 동생과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레 옷의 양이 많긴 하다. 문제는 실용적으로 매일 입을 옷이 많지 않다는 거.
이에 반해 책 속에서 본 스웨덴식 패션은 매우 단순하다. 편안한 캐주얼이 주류에다, 어떤 상황에나 잘 어울리는 옷을 선호하기 때문에 레이어드룩도 발달해 있다고 한다.  단순하면서 쓰임새 많고, 여기저기 잘 어울리며 가격도 적당한 스웨덴 패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것 ㅠ 평소 H&M 은 조카 때문에 키즈코너만 주의 깊게 둘러봤는데, 이제는 성인 코너도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
외에도 리사이클 패션 등 패션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된 챕터였는데 개인적인 공감과 흥미 가장 큰 부분이기도 했다.
단계와 선택지 줄이기 또한 꼭 지키리라 다짐했다.
이렇게나마 조금씩 라곰 라이프에 다가가고 싶은 나의 마음..


삶의 균형,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지는 개념 '라곰' !

라곰의 고향인 스웨덴의 대표 브랜드 이케아도 'Live Lagom' 프로젝트를 통해 균형 잡힌 삶의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케아의 라곰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팅을.. '_'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335676&memberNo=4667860&vType=VERTICAL


책을 통해 텍스트로 읽은 라곰의 정신을 잘 이어받아 삶에도 적용해볼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 라곰 정신을 마음 속에 잘 간직하며 실천하려 한다.

라곰의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 즉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라고머(Lagomer)'라 부른다고 한다.
진정한 라고머가 되기 위해 나는 일단 이번 연휴 만을 기다리고 있다.
맘 편히 밀린 책 읽기도 하고, 늘어지게 아침 늦잠도 자고.. 아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모쪼록 이 책은 마음이 불안한 사람, 삶의 균형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권장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된달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행복이요 라곰의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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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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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거창한 것도 숭고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낸 개인들의 삶이 물이 되어 개천을 이루고,
그 개천들이 다시 뭉쳐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속이 곧 역사다."
_ p.7

 

 

 

앞서 발췌한 인용구와는 대조적으로 이전까지의 나는 역사란 늘 거창하고, 숭고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얄팍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선뜻 접근하기 힘들 영역이라고 내 멋대로 일종의 경계선을 그었던 것 같다.
역사란 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그 경계선을 허물게 해 준 책이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은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우리나라 역사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워낙 유명한 시리즈물이라 책을 본 적은 없어도, 제목은 안 들어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이번 책을 통해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처음 읽어보게 됐는데, 이게 최신작이자 완결판이라니..
아무튼 이번 책에서 받은 좋은 영향으로 인해  읽지 않았던 나머지 실록 시리즈들도 읽어볼 것 같다.

 

# 1870년대 부터 1940년대까지, 한 권으로 읽기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은 1870년대 개항기부터 1940년대 민족 분단까지의 약 70여년의 긴 세월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특히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이라 할 수 있는 일제강점 시대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적인 논리에 한정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다루려 노력했다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의 투철한 역사관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의 장들은 주요 사건 기준 10년 단위로 묶여져 있다.
 수록된 사건들을 살펴보면 '운요호사건, 강화도조약, 갑신정변,을미사변,러일전쟁' 등과 같이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크고 중요한 사건과 함께 '매국의 선봉에 선 인물들, 총독들, 민족운동가들' 등 처럼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포함 돼 있다.
특히 나는 역사무식자라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사건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 몇가지를 적어보았다.

수천 명의 한국인 독립 군단이 러시아군에 의해 와해된 자유시참변.
일제의 허위 보도로 만주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공격한 완바오산(만보산)사건.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

이처럼 교과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역사 이야기를 접하면서 처음으로 역사를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 일본군 '위안부',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

 

책의 가장 마지막장인 1940년대 역사 중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 사건.
정신대에 끌려간 여성들의 위안소 생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 그 실상은 본문에 수록된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듣는이 조차 고통스러워질 정도로 가혹한 사례가 정말 많다.

나는 2년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약 6개월간 활동을 하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아는 이가 많지 않지만, 몇 주 전이었던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이었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고발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뜻을 이어 받아 해당 일자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지금도 피해 할머니들은 사건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사회문제다.
일본은 아직도 피해자 할머니들께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얄팍한 보상금으로 그 대가를 치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남아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가 줄어간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일본이 진심 어린사과를 한다 해도 그 사과를 받아줄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 문단속을 잘 하는 주인이 되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

 

 

"부끄러움과 통한과 고통을 굳이 가미할 필요는 없다. 집에 강도가 들었다고 집주인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자는 강도이지 집주인이 아니다.
강도질을 한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대신 집주인이 부끄러워하면서 산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집을 가진 자로서 문단속을 잘 해두지 않으면 강도가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로 문단속을 잘하면 될 일이다."
_p.7

 

최근 <박열>이라는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일제강점기 일보에서 벌어진 조선인 청년의 독립투쟁 재판 이야기' 정도로 간략히 요약해볼 수 있다.
외에도 아직 보진 못했지만 현재 누적 관객수 600만이 넘은 <군함도> 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근래들어 <밀정>, <동주> 등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꽤 많이 개봉한 이유는 올해가 광복 72주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말한 영화 속 일제강점기 속 한국은 늘 어둡고, 핍박 받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일제강점기는 조금 다르다.
기억해야할 것들의 목록엔 나쁜 것들만 있는 게 아니다. 억압과 통제 속에서도 성장해 나갔던 한국사회의 발전 모습, 독립을 위해 크고 작은 면에서 노력했던 민족의 영웅들 등.

이 책은 우리가 나쁜 것들에 분노하느라 미처 보지 못하고 스쳤던 것들에 대해 세세하게 짚어냈다.
덕분에 역사무식자인 나도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이제서야 일제강점시대 역사에 대해 조금 '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역사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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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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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매일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
그것이 진짜 행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와무라씨 댁을 소개합니다

 

사와무라씨 댁은 3인 가구다.
70세 아버지, 69세 어머니, 40세 딸로 구성된 이 집 식구들의 평균 연령은 자그마치 60세!
핵가족, 고령화 시대인 요즘 세대의 현실을 알차게 반영한 가족 구성이다.
사와무라씨댁을 보니 고령인구 비율와 함께 미혼 비율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사정이 아닌 듯 싶다.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내가 향후 20여년 후에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사와무라씨댁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근래들어 부쩍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는데..(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으로서ㅠㅠ)
이 같은 만화가 나타나니, 내 미래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보게 된 것 같다.

 

 

# 슬픔의 미학

 

아침에 거실 커튼을 걷은 노리에씨는 텔레비전 위에 꽂아둔 한 송이 작약이 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노리에씨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인생을 끝내도 괜찮지 않을까."
주위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라지만,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고,
이 작약처럼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서 폐를 끼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한 아침의 노리에씨였습니다.
p.105

 

앞서 말했다시피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연령대가 꽤 높은 편이다. 그런 주인공들의 일상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하다.
매일 보통의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두 노부부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게 죽음에 가까워진 사람이라하면 어두운 분위기를 연상하겠지만, 사와무라씨댁은 조금 특별하다.
시로씨와 노리에씨 모두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만 잠시 씁쓸해지다가도 피식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 만화에서의 '죽음'은 결코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살아온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누구나 맞게 되는 그런 것.
책을 읽다보면 그런 시로씨와 노리에씨의 마인드에 자연스레 동화된다.
바닥에 떨어진 작약 꽃잎에서도 죽음을 생각하는 노리에씨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말과 함께  가볍게 털어버린다.
그것도 어느 아침에 아주 잠깐 한 생각일 뿐이다.
이런 생각들은 자주 찾아오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인상 깊었던 일화 중 하나, <슬슬 준비를>.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인데 "어떤 음악을 틀지, 어떤 꽃을 꽂을지"가 대화의 주제다.
뒷부분은 두 부부가 장례식에서 틀만한 음악을 오손도손 고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에게는 이게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장례식 문화가 다른 것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았는데 슬픔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예를 들어 통곡을 한다던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최대한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례식에서의 노래선정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는 일본의 보편적인 장례문화가 아니므로 사와무라씨댁만의 생각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할수록 제법 괜찮다. 장례식이라고 주구장창 슬프리란 법은 없지 않는가.
고인이 평소 좋아했던 음악을 잔잔하게 틀어놓는 것도, 예쁜 꽃과 디자인으로 장례식장을 꾸미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내 장례식도 그렇게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이처럼 사와무라씨댁에서 '죽음'이란 소재는 일상 그 자체다. 전단지에 실린 납골당 광고를 꼼꼼하게 챙겨보고, 7년 후에 돌아오는 올림픽 때까지 건강히 살 수 있을 지 농담처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늘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웃음.
대화주제가 무거워지다가도 이내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져 함께 빵 터지곤 한다.

 

 # 공감의 정석


마스다 미리하면 "공감"이라는 단어가 자동연상된다.
그도 그럴것이 서평단 이름의 끝에도 늘 "공감단"이 따라 붙는다.
평범한 노부부와 미혼여성의 일상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잔잔한 일상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심지어 어떤 일화는 내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그린 것 같아 소름이 돋기도 했다. (엄마 앞에서는 어린애가 되는 히토미 이야기)
이게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대인 내가 70대 노부부와 40대 미혼여성의 일상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진솔함" 때문이었다.
보통의 만화들은 흥미를 위해 다양한 픽션들을 추가한다. 우리는 여기서 흥미는 느낄 수 있을지언정 공감은 느끼지 못한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진솔함, 그 자체다. 보통의 사람들이 사는 진짜 이야기, 즉 논픽션 만화다.   

 

 

# 사와무라씨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3인 가구 사와무라씨댁이 4인 가족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몰랐던 가족 구성원은 바로 히토미씨가 어렸을 적 부터 함께 키운 강아지 "치비"
치비에 대한 에피소드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특별편처럼 수록되어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치비의 이름표를 간직하고 있는 사와무라씨 댁 식구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는다.
치비와의 이별장면도 굉장히 간략하고 덤덤하게 서술되어 있어 슬픔이 크진 않았지만, 깊은 공감은 갔다.
내게도 15살 무렵 부터 어느덧 9년의 세월을 함께 한 반려묘가 있다.
가끔씩 자주 그 아이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한 번 슬픔에 잠기면 빠져 나오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딱 적당한 슬픔을 느끼게 한 에피소드였다.
적당히 오랜 세월을 살았고, 언젠가 찾아올 과제였던 치비와의 이별. 그 힘든 숙제를 끝마친 사와무라씨 댁에게 이제 죽음이 가져오는 이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언젠가 치비처럼 세상을 떠날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그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에 사와무라씨 댁의 이별 준비는 슬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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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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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이 출간됐다. 알쓸신잡의 '지식소매상' 유시민이 읽었던 14권의 고전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청춘의 독서라는 책제목에 걸맞게 수록된 책 이야기들은 모두 청년 시절 유시민의 관점에서 쓰여졌다. 그 때문인지 책을 읽다보면 유시민의 대학시절 자취를 따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이었던 당시 유시민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고뇌는 책 속에 실린 고전들을 통해 형성되고, 성장했다.
저자가 책의 서문에서 밝히길, 여기에 수록된 책들은 모두 자신의 삶에 깊고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30년 세월이 지난 후 집필을 위해 다시 펼쳐보니 그때와는 다른 이야기로 다가왔다는데, 이 대목에서 묘하게 공감이 갔다. 

한 번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들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
같은 글이라도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청춘의 독서는 같은 책을 두고 청년 유시민과 30년 뒤 유시민이 나누는 대화 같기도 했다. 과거의 인물과 무전을 주고 받는 드라마 시그널처럼.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명작 소개하기'가 아닌 두 명의 유시민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읽고, 느낀 지혜의 목록들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들에게, 독재정권 시기를 겪었던 운동권 청년이자 지식인 유시민은 자신이 겪었던 삶을 "책"이라는 수단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책 속 인물들 그리고 유시민의 사상과 고뇌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먼저 일구어낸 지혜의 텃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재배된 지혜를 수확하고, 새로운 사상을 심게 된다.
더불어 과거의 지혜와 현대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때, 이 책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리커버 에디션은 2009년도에 출간된 구판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었다.
구판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확실히 리커버 에디션이 젋은 세대들에게 더 끌리는 디자인이긴 하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중앙에 있는 책그림 속지 부분이 은박지 같은 소재여서 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반짝 하는게 정말 예뻤다.
대게 책 앞표지 부분은 제목만 있는게 가장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표지는 부제와 설명글까지 담아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깔끔하면서 정돈적인 느낌이 들었다. 텍스트가 많아도 배열 구조만 잘 신경쓰면 이렇게 단정하게 보일 수 있구나 싶었다.
결론은 표지가 참 마음에 든다. 표지가 예쁜 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 책속한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맹자」를 읽은 유시민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실린 조선 문인 유한준의 말을 바꾼 것이다.
문명의 코스모스가 끝없이 자기를 확장해간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한 맹자는, 시대의 변화를 거슬러 가려 한 보수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를 내면의 힘으로 빛을 내는 항성(行星)처럼 좌절마저도 아름다웠던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재표현했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그것을 알게 되서야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앞전에 말했던 것처럼, 같은 책을 꽤 오랜 시간의 격차를 두고 다시 읽었을 때 그 책에 대한 수용도는 굉장히 달라진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들을 흡수하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세월이 지나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때에 보이는 것은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 슬픔도 힘이 될까

9장 / 슬픔도 힘이 될까 _ 알렉산드로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유시민이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되었을 시절 0.7평짜리 독방에서 그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책을 읽게 됐다.
당시 그가 봤던 번역서에 19세기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시 한 구절이 실렸고, 그는 이 시에 대해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표현했다.

 

당시 1심에서 유죄 선고 판결을 받은 유시민은 이 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그 유명한 유시민표 '항소이유서'의 가장 마지막 단락에 인용했다고 한다. 얼마전 알쓸신잡에서도 언급되어 또 한 번 화제를 일으켰던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좁은 구치소에서 슬픔과 노여움을 삼키던 청년 유시민에게는 이 짧은 문장이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위 구절과 함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를 슬픔과 노여움으로 쓴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슬픔은 슬쩍슬쩍 비칠 뿐이고 노여움은 극단적으로 억제되어 있지만, 이 소설이 묘사한 상황은 그 자체로서 측정할 수 없이 깊은 슬픔과 뜨거운 노여움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와 같다."
194쪽

더불어 이 책에 담긴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은 푸시킨의 문장이 지닌 발랄함과 낙관, 톨스토이의 작품과 삶이 풍기는 농염한 휴머니즘 위에 서 있다고도 표현했다. 또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며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견딘 후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25년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201쪽. 

 

 

청춘의 독서에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외에도 13권의 명작들이 담겨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그 중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 때문에 짧게 소개해봤다. 이 책은 기회가 닿을 때 바로 읽어보려 한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들었던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나에게도 이처럼 의식의 뿌리가 되었던 책들의 목록이 있는가?였다.
비록 유시민이 읽었던 고전 작품들처럼 훌륭하고, 멋진 책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게도 분명 그러한 몇몇 책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 삶에 대한 지혜가 어느 정도 축적되었을 때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들.
언젠가 완성될 내 「청춘의 독서」 목록은 어떤 책들로 채워졌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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