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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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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곁에서의 주인공 하야카와는 숲에 대해선 모르는게 없는 척척박사다.
직업은 전업주부이자 번역가. 귀여운 아들 타로, 무엇이든 이해해주는 착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주말에는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 세스코와 마유미가 숲으로 놀러오기도 한다.
 

 

하야카와는 주로 숲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식물은 어떠한 번식방법을 사용하는지,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인생에 적용할 수 있는 작은 교훈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숲에서 하야카와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 뒤에 그녀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일까.. 나란 사람은 과연 얼마만큼의 필요가치가 있을까..
살다보면 누구나 해보게 되는 크고 작은 고민거리들.
하야카와는 사람들에게 "숲"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간접조언"을 해준다.
 말그대로 간접적인 조언이다.


직접적으로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내어주는 등의 위로는 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하야카와의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무덤덤해 보일 수 있는 표현들이 오히려 마음에 와닿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있어도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어"


이번 편에 새로 등장한 인물, 타로의 선생님 "하나"
나이는 벌써 서른.
독립까지 해 따로 살고 있지만, 아직도 어린아이 마냥 사사건건 참견하는 엄마의 등쌀에 지치고 힘들기만 하다.  그런 하나에게 하야카와가 해주는 말.

 

 

 "소중하게 키운 씨앗도 언젠가는 바람에 실리거나 빗방울에 튕겨나가 독립하죠.
부모가 계속 지켜줄 수는 없으니까요.
떨어져 나가는 것 외에는 자신의 세상이 넓어질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하나는 하야카와의 말에 용기를 내 엄마에게 말한다.
상처받고 힘들어도 혼자서 날아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튕겨져 나간다는 살갈퀴 씨앗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 역시 자신의 힘으로 일어선 것이다.

이 곳의 배경인 숲은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면서 그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하야카와가 이름을 붙인 "친절한 나무"는 어떠한 이야기도 들어준다고 한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나무.  내게도 그런 나무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같아 보일까 멈칫하겠지만 이내 적응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대겠지.
그리고 이야기를 마친 후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사실 친절한 나무는 특별할 것이 없다.
평범한 밤나무에 하야카와가 "친절한"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나무들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친절한 나무"처럼 특별한 나무가 될 수 있다.
음, 나에게는 친절한 나무 보다 "조용한 나무"가 필요하다.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그런 조용한 나무.
주변에 친구 삼을 좋은 나무 한 그루 없나 찾아봐야겠다.

참, 내용과는 별개지만 책을 읽는 내내 하야카와와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하야카와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보기도 그러고 이렇게 되기까지도 만만치 않겠지만이다.

집에서 일하는 전업주부의 삶이란, 답답하고 희생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야카와는 일년에 한번, 남편과 아들을 두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도 참 놀랐다. 하야카와의 의지도 대단할 뿐더러 이런 그녀를 존중해주는 남편도 대단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그리고 "아내" 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분위기에서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나는 엄마가 몇 명이나 될까.

 "사는 보람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 속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한, 그녀에게는 "자식"이 사는 보람은 아니다.
귀여운 아들 타로가 있고, 너무나 소중하지만 아이가 삶의 이유이자 보람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만의 인생이 있고, 사는 보람은 내 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
이것이 하야카와의 삶에 대한 생각이다.

너의곁에서는 인생에 대한 공감이 가득한 책이다.
 하야카와를 통해 그리고 책장 너머 숲의 기운을 통해 읽는 내내 마음이 따듯해졌던 그런 책.
숲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던데, 정말 그럴까? 하고 무작정 올라간 동네 뒷산.
산에 자발적으로 그리고 혼자서 간 것은 처음이었다.
젊은 여자애가 혼자 온게 이상했는지 힐끗힐끗 쳐다보시는 등산객들의 시선은 금새 잊혀졌고,
숲과 함께하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숲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냐구요? 정말이에요 :)
조만간 무르익은 단풍 구경하러 가을 등산이나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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