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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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거창한 것도 숭고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낸 개인들의 삶이 물이 되어 개천을 이루고,
그 개천들이 다시 뭉쳐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속이 곧 역사다."
_ p.7

 

 

 

앞서 발췌한 인용구와는 대조적으로 이전까지의 나는 역사란 늘 거창하고, 숭고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얄팍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선뜻 접근하기 힘들 영역이라고 내 멋대로 일종의 경계선을 그었던 것 같다.
역사란 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던 내게 그 경계선을 허물게 해 준 책이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은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우리나라 역사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워낙 유명한 시리즈물이라 책을 본 적은 없어도, 제목은 안 들어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이번 책을 통해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처음 읽어보게 됐는데, 이게 최신작이자 완결판이라니..
아무튼 이번 책에서 받은 좋은 영향으로 인해  읽지 않았던 나머지 실록 시리즈들도 읽어볼 것 같다.

 

# 1870년대 부터 1940년대까지, 한 권으로 읽기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은 1870년대 개항기부터 1940년대 민족 분단까지의 약 70여년의 긴 세월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특히 우리 역사의 아픈 손가락이라 할 수 있는 일제강점 시대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적인 논리에 한정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다루려 노력했다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의 투철한 역사관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의 장들은 주요 사건 기준 10년 단위로 묶여져 있다.
 수록된 사건들을 살펴보면 '운요호사건, 강화도조약, 갑신정변,을미사변,러일전쟁' 등과 같이 교과서에 수록될 만큼 크고 중요한 사건과 함께 '매국의 선봉에 선 인물들, 총독들, 민족운동가들' 등 처럼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포함 돼 있다.
특히 나는 역사무식자라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사건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 몇가지를 적어보았다.

수천 명의 한국인 독립 군단이 러시아군에 의해 와해된 자유시참변.
일제의 허위 보도로 만주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공격한 완바오산(만보산)사건.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

이처럼 교과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역사 이야기를 접하면서 처음으로 역사를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 일본군 '위안부',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

 

책의 가장 마지막장인 1940년대 역사 중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 사건.
정신대에 끌려간 여성들의 위안소 생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참혹했다. 그 실상은 본문에 수록된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듣는이 조차 고통스러워질 정도로 가혹한 사례가 정말 많다.

나는 2년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약 6개월간 활동을 하며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아는 이가 많지 않지만, 몇 주 전이었던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이었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고발한 고 김학순 할머니의 뜻을 이어 받아 해당 일자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지금도 피해 할머니들은 사건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사회문제다.
일본은 아직도 피해자 할머니들께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으며, 얄팍한 보상금으로 그 대가를 치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남아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가 줄어간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일본이 진심 어린사과를 한다 해도 그 사과를 받아줄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 문단속을 잘 하는 주인이 되기 위해 읽어봐야 할 책

 

 

"부끄러움과 통한과 고통을 굳이 가미할 필요는 없다. 집에 강도가 들었다고 집주인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자는 강도이지 집주인이 아니다.
강도질을 한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대신 집주인이 부끄러워하면서 산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집을 가진 자로서 문단속을 잘 해두지 않으면 강도가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앞으로 문단속을 잘하면 될 일이다."
_p.7

 

최근 <박열>이라는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일제강점기 일보에서 벌어진 조선인 청년의 독립투쟁 재판 이야기' 정도로 간략히 요약해볼 수 있다.
외에도 아직 보진 못했지만 현재 누적 관객수 600만이 넘은 <군함도> 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근래들어 <밀정>, <동주> 등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꽤 많이 개봉한 이유는 올해가 광복 72주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말한 영화 속 일제강점기 속 한국은 늘 어둡고, 핍박 받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일제강점기는 조금 다르다.
기억해야할 것들의 목록엔 나쁜 것들만 있는 게 아니다. 억압과 통제 속에서도 성장해 나갔던 한국사회의 발전 모습, 독립을 위해 크고 작은 면에서 노력했던 민족의 영웅들 등.

이 책은 우리가 나쁜 것들에 분노하느라 미처 보지 못하고 스쳤던 것들에 대해 세세하게 짚어냈다.
덕분에 역사무식자인 나도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이제서야 일제강점시대 역사에 대해 조금 '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역사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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