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를
읽은 유시민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실린 조선 문인 유한준의 말을 바꾼 것이다.
문명의
코스모스가 끝없이 자기를 확장해간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한 맹자는, 시대의 변화를 거슬러 가려 한 보수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를 내면의 힘으로 빛을 내는 항성(行星)처럼 좌절마저도 아름다웠던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재표현했다.
과거에는
몰랐지만 그것을 알게 되서야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앞전에
말했던 것처럼, 같은 책을 꽤 오랜 시간의 격차를 두고 다시 읽었을 때 그 책에 대한 수용도는 굉장히 달라진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들을 흡수하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세월이 지나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때에 보이는 것은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 슬픔도 힘이 될까
9장 / 슬픔도 힘이 될까 _ 알렉산드로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유시민이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되었을 시절 0.7평짜리 독방에서 그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책을 읽게
됐다.
당시 그가
봤던 번역서에 19세기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시 한 구절이 실렸고, 그는 이 시에 대해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표현했다.
당시 1심에서 유죄 선고 판결을
받은 유시민은 이 시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그 유명한 유시민표 '항소이유서'의 가장 마지막 단락에 인용했다고 한다. 얼마전 알쓸신잡에서도
언급되어 또 한 번 화제를 일으켰던 유시민의 항소이유서.
좁은 구치소에서 슬픔과 노여움을 삼키던 청년 유시민에게는 이 짧은 문장이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위 구절과 함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를 슬픔과 노여움으로 쓴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슬픔은 슬쩍슬쩍 비칠 뿐이고 노여움은 극단적으로 억제되어 있지만, 이 소설이 묘사한 상황은
그 자체로서 측정할 수 없이 깊은 슬픔과 뜨거운 노여움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와 같다."
194쪽
더불어 이 책에 담긴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은
푸시킨의 문장이 지닌 발랄함과 낙관, 톨스토이의 작품과 삶이 풍기는 농염한 휴머니즘 위에 서 있다고도 표현했다. 또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며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견딘 후 마음에 남는 것이 있는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25년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201쪽.
청춘의 독서에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외에도 13권의 명작들이 담겨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그 중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이기 때문에 짧게 소개해봤다.
이 책은 기회가 닿을 때 바로 읽어보려 한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들었던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나에게도 이처럼 의식의 뿌리가 되었던 책들의
목록이 있는가?였다.
비록 유시민이 읽었던 고전 작품들처럼 훌륭하고, 멋진 책들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게도 분명
그러한 몇몇 책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 삶에 대한 지혜가 어느 정도 축적되었을 때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들.
언젠가 완성될 내 「청춘의 독서」 목록은 어떤 책들로 채워졌을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