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조심 웅진 모두의 그림책 7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
빼곡한 텍스트만 보느라 뻑뻑해진 눈도 오랜만에 힐링한 시간.

이번에 읽은 동화책은 웅진 모두의 그림책 시리즈 수록작 중 하나인
『마음 조심』이다.

지은이 "윤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개인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부러워하는 직업 형식이다)
이번 책은 윤지 작가의 두 번째 작품. 전작 이름은 『대단한 방귀』라고 하는데 이름만 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첫 장 변두리에 적힌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반 소라게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은근한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세상의 모든 소라게, 이하 집순이들이여. 힘내자.

소라게는 소라게처럼 삽니다.
다른 누군가처럼 바꾸려면 힘이 들지요.
늘 집이 그립고
바깥세상이 조금은 힘이 드는,
저와 같은 세상의 모든 소라게들에게
당신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보다시피 색감이 강렬하다.
이전에 읽었던 이적의 그림책『어느 날』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색감.
특히 출근길 풍경을 묘사한 사진 속 페이지는 이 책에서 가장 빼곡하게 채워진 부분인데,
보다시피 굉장히 정신없다.
그림으로 보는 나도 이렇게 정신없는데 소라게는 오죽할까.

 원색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그림 자체만 두고 보면 아이들이 보기 좋은 책이지만,
그 안에 내용은 어른들이 공감할만한 것들이다.

소라게는 직장인이다.
매일 아침 정신없는 출근길을 견디고, 겨우 회사에 들어와 업무를 시작하지만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히기 힘들다.

그런 소라게에게 "그런 식으로 하면 사회생활 힘듭니다!"라고 매몰차게 소리 지르는 직장 상사.
저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럼 어떤 식으로 해야 안 힘들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라게에게 다가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동료들.

그럴 때도 있는 거예요.
힘내요.

저 장면에서 유독 겹쳐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주변에 몇 안 되는 착하고 좋은 사람들.
세상엔 별로인 사람도 참 많지만 그런 걸 견딜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들도 꽤 있다는걸, 요즘 들어 체감한다.
감사한 마음에 보답할 길이 없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퇴근 후 친구들과 짧은 만남을 가진 소라게.
그리고 헤어질 때 그중 한 친구가 소라게에게 건넨 말.

잘 지내.
특히 마음 조심해.

건강해, 아프지 마 이런 말보다 확실히 와닿는 말이다.
마음 조심해.
언젠가 써먹어봐야지.

힘든 하루를 마치고,
자기만의 공간인 "집"으로 돌아와 드디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소라게.

수고했다는 저 독백이 마치 나한테 해주는 말 같아서
소라게와 함께 내내 긴장했던 마음이 이 말이 적힌 마지막 장에 와서야 편안해졌다.

 

다 읽고 난 뒤,
올해로 6살이 된 조카에게 선물해줬다.

재밌게 잘 읽어줘.
시간이 지난 뒤에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와닿을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웅진 모두의 그림책 6
이적 지음, 김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었다.
가수 이적의 첫 번째 그림책 <어느 날>.
'어느 날, 이별 앞에 홀로 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그림책이다.

늘 텍스트로 가득찬 책들만 읽었던 내게 간만에 주어진 예쁜 책 :)

가끔씩 분야를 떠나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그 안에서 담긴 의미를 도출해내느라 머리가 아프곤 했는데. (내 이해력 부족의 문제겠지만)
동화책이 달리 동화책이겠는가.  
이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은 단 1%의 부담감도 없이 편안하기만 했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예쁜지.

책 마지막 부분을 펼치면 이렇게 알록달록한 우주 세계가 펼쳐진다.
이런게 바로 그림책의 묘미.
읽을 동안 심심할 틈이 없다.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
일러스트가 어떻게 이리 예쁠 수가 있지.. 색감도 너무 완벽했다. 쨍한 색감이 아닌 색연필로 칠한 듯한 부드러운 느낌이랄까.

본론으로 들어가서, 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화자는 앞 표지 속 머플러를 맨 어린 아이.
참, 사실 방금 전 문장을 쓰면서 깨달은건데
나는 지금까지 표지 속 저 아이가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아닌 '어린 소년'이라는 문장을 썼다가 문득 남자가 아니면 어쩌지 싶었고
그래서 다시 책을 살펴보니 어디에도 아이가 '남자'라는 표현은 없었다.
물론 이적이 정말 남자 아이로 생각해 쓴 글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관점이 짧은 머리에 바지를 입었으면 무조건 '남자'라는 쪽으로 간게 어이없었다.

아무튼간에 이 책의 화자는 표지 속 아이다.
귀여운 버섯머리 아이는 공손한 존댓말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간다.
책을 펼치자마자 아이가 내게 건낸 첫 마디는 바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

였다.
이후로도 이 말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나는 그 반복을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의 마음으로 느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구두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아직도 집에 계실 것만 같은데.
이런 괴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2년 전에 할머니와 헤어진 나 역시 그랬고. 
헤어짐은 언제나 슬프다. 그리고 그 슬픔은 부재가 실감 날 때 가장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런 감정들과 옛날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어린 시절의 잔상이 실체화된 그림으로 변해 내 앞에 마주선 것 같기도 했다.

또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이적이 읽어주는 어느 날의 영상을 볼 수 있는 큐알 코드가 있다!
이건 책을 산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혜택!
웅진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담기지 않았던 미공개 영상..!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이 큐알코드를 찍어 영상을 재생시켜놓은 채로 읽기를 권한다.

멜로디로 듣는 이적의 목소리도 좋지만, 낭독으로 듣는 목소리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요즘 낭독회에 안 간지 굉장히 오래됐다.
끝내야할 일들을 다 마치면 다시 천천히 다녀봐야지. 함께 가줄 친구들도 있으니 든든하다.  

<어느 날>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아이의 마음으로 보는 이별과 죽음은 슬프지만 감동적이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러니한 제목의 자기계발서를 만났다.
'자기계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제목의 책이 떡하니 서점 자기계발 코너에 들어가 있었다.

신경 쓰기 위해 읽는 책인데 신경을 쓰지 말라니. 항상 노력, 파워 긍정만 외치던 기존 자기계발서들과는 개념 자체가 달라 보였다.
심지어 판매지수도 꽤나 높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쌩뚱 맞은 제목에 끌려서 책을 집어들었던 걸까?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이 쉽게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이 책의 인기가 순전히 제목빨만은 아닌 듯 싶다.
이 책의 관점은 쓰레기통에 거꾸로 들어가 있는 표지 일러스트와 같다.
신경끄기의 기술은 우리가 평소에 과도한 집착으로 연연해오던 생각들을 거꾸로 뒤집어보게 해준다.
관점도 신선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무자비한 유머 덕분에 지겨울 틈 없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가령 저자가 엉뚱한 예시를 던져놓고, 그게 무슨 뜻인지 자기도 모르겠지만 자기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자 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냥 넘어가자.

 

 프롤로그 :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려라

1.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2. 해피엔딩이란 동화에나 나오는 거야

3.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4. '고통을 피하는 법'은 없어

5. 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6. 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

7. 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 마

8. 거절은 인생의 기술이야

9. 결국 우린 다 죽어


차례만 봐도 속이 뻥 뚫리는 글귀들 !
신경끄기 기술의 핵심은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신경 쓸 필요 없는 일들에 연연하며 살아왔다.
나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별 거 아닌 일들에 쉽게 감정이 동요되는 편이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일을 머릿 속에 끌어 안고 지낸다.
겉으로는 항상 덤덤하고 괜찮은 척 하지만 실상 속은 누구보다 예민충인지도 모르겠다.

 

"신경끄기는 무심함이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경끄기' 라는 단어 느낌만 두고 보면 사실 '방치한다' 라는 말이 유의어처럼 떠오른다.
신경 써야 할 것들로 차고 넘치는 인생인데 도대체 어떻게 신경을 끄고 살 수 있지 싶었지만 책에서 말하는 신경끄기는 '될 대로 되라' 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받아들이자' 라는 의미였다.
책에 따르면 사실 인간의 본성은 늘 끊임없이 무언가에 신경을 써야만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본성을 넘어서 너무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간다.
다른 무엇보다 내 자신 그리고 내 느낌과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남들의 시선 같은 건 신경 꺼버리고, 내 안의 소리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삶이란 본래 문제의 연속이야"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 우리 삶에서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제 더는 겪지 못할 만큼 힘든 고비를 넘긴 이에게도 크고 작은 고비는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힘든 일이 끝났다고 쨍하고 해 뜰 날만 남아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이 삶이 지겨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과 학생의 사이에 있던 대학생 때는 취업만을 바라보고 살았고,
정작 직장인이 된 지금은 일이 없는 삶을 꿈꾸고 있다. (우습게도 아직 입사 두 달차이지만..)
그러므로 우리에게
문제 없는 삶은 없다는 것.
대신에 책은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라 말한다.


결론은 복잡한 것들에는 신경 끄고, 중요한 일만 바라보자는 것이다.
요즘 내가 마음 속으로 자주 되새기는 말이 있는데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이 것과 비슷한 맥락 같다.
복잡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다른 것들에는 신경 끈 채 나 하나만 바라보고 편하게 살자!

마음을 달리해서 그런지 시간이 약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즘의 일상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할 일이 많이 생겨 조금 바빠지긴 했지만 작게나마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 일하는게 재밌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이 책의 제목을 따라 이전까지 과도하게 신경 썼던 일이나 감정들의 스위치를 끄고 살려 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신경 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 오히려 신경을 끄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때때로 짜증나 미칠 것 같은 순간도 있을 테지만 그럴 때마다 이 책 제목을 생각하련다.
신경 꺼버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이제 쓰고 싶지 않아.

 

# 1 . ⠀⠀⠀⠀⠀⠀⠀
⠀⠀

표지에 희미하게 새겨진 글귀따라,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지만.
좋았던 시절을 더듬다보면 은연 중 자꾸만 과거형으로 말하게 되고.

어차피 지난 순간은 다 과거인데. 그 과거에서도 더 어렸을 적, 더 순수했을 적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게 된다.
그때 그 아이는 아직도 내 안에 잘 살아있는데, 왜 나는 계속 뒤돌아 봤던걸까.

 

# 2 .

만화로만 만났던 그녀, 마스다미리를 처음으로 그림이 없는 텍스트로 만났다.
그림이 없는 마스다미리라니, 앙꼬 빠진 찐빵 같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는 역시.

글자를 읽다보면 그 위에서 그림들이 슬금슬금 일어나 머릿 속을 돌아다닌다.
<내누나>의 지하루, <사와무라씨댁>의 히토미 일상을 그림이 아닌 글자로 적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작품에는 작가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 3 .

만화나 에세이나 마스디미리는 공감의 천재.
공감단 활동만도 벌써 네 번째. 이것도 인연 아닌 인연이겠지!  
아마 나는 10년이 지난 뒤에 이 책을 다시 펼쳐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것만 같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마스다 미리 책을 좋아한다.

⠀⠀

 

# 그렇게 쓰여 있었다

사은품으로 함께 받은 노트.
저 갈색 재질을 뭐라 하더라 크라프트지였나 아무튼 나는 저런 투박한 질감이 좋다.
노트에는 책 속에서 공감 갔던 글귀들을 끄적끄적 적어 보기도 하고, 어설프게 마스다 미리 그림체를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이번 책은 표지의 색감도 그 안의 내용도 함께 받은 선물도 하나 같이 완벽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떡 같은 책을 만났다.
현재 나는 예상치 못한 빠른 취직으로 입사 한 달 차인 초짜 직장인이다.
부제를 보자마자 (앞에 '열일하는'은 제외하고)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인데, 전작이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 이라고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 도쿄대 법학부에 입학, 대학교 3학년 때 사법시험 합격, 4학년 때는 국가공무원 시험 합격 그리고 대학 수석 졸업 후 재무성 입사 라는 완벽한 커리어의 주인공 다운 전작이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직장 재무성에서의 일화가 가장 많이 담겨 있다. 저자가 사회 초년생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실수의 경험담과 노하우들이 잘 녹아져 있었다. 저자가 직접 부딪치며 얻은 직장 생활 노하우를 읽다보니, 나 같이 부족함 투성이인 초년생들도 언젠가는 지금의 상황을 잘 극복하고 노련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게 됐다.

사회 초년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뒷표지의 카피 문구들.

취직하면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웰컴 투 헬게이트!

사실상 나는 야근도 없고, 구박하는 상사라던가 경쟁상대인 동기도 없는 평탄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책 속 저자의 일화라던가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에 비해 나는 비교적 좋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다. 마음 뿐만 아니라 실력의 준비도 채 되지 못한 상황에서 겪는 회사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디가서 털어 놓기에 배부른 소리 같아 보일까봐 삼켰던 말들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것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느낌..


저자의 말처럼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똑똑해 보였고, 매순간 마음이 꺾이고 무너졌다.
모든 것이 서투룬 탓에 쉽게 무력해지고 눈앞에는 막막함만이 놓여있는..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황인 것이다 ㅠ_ㅠ
정말 공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는 문장들.. 읽는 내내 '그렇지!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어떤 선배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라는 저 말이 가장 큰 공감이 갔다.
왜냐면 지금 회사에서 나는.. 소속부서가 있긴 한데 근무는 타부서 사람들과 함께 하고, 두 부서 사이에서 의견 조율 및 전달을 해야 하는 굉장히 애매한 자리에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현재 업무 담당자가 나 밖에 없다는 것.. 미우나 고우나 할 선배가 없다! 선배가!
모든 걸 혼자 알아보고, 찾아야 한다. 배울 사람이 없다고..엉엉..

입맛이 없어요, 일할 맛!

아아.. 챕터명 부터 주옥 같은 명언들이 쏟아진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
"일을 하는 건지, 일에 쫓기는 건지"

공감이 가는 스토리도 정말 많았고, 도움이 되는 조언들도 많았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만족감이
힘든 순간에도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입사 초 일주일 정도는 큰 성과도 업무도 없이 회사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데만 시간을 보냈다.
낯선 환경, 사람들에 둘러 쌓여 혼자 고군분투 하다보니 문득 이게 내가 이전까지 그토록 원했던 일이 맞나 싶은 허탈함이 생겼다.
이후에도 솔직히 의무적으로만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 혼자 힘으로 찾은 일이 성사되고, 작지만 반응을 얻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있다.
그 날 하루의 90%가 엿 같았어도 10% 의 작은 성취감이 주는 위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인데 잠시 잊고 지내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자신과의 약속을 깨기 시작하면 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과 당부의 말.
이 책에서 가장 와닿은 말이기도 했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남들 보다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한지라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사 이후로 많이 나태해졌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충분한 휴식도 취하고 싶고, 해야 할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도 다 하고 싶은데..
오자마자 밥만 먹고 뻗어서 세수도 안 하고 잠드는 순간도 참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 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에서 독하게 버텨온 저자의 초년생 시절을 엿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작은 약속 하나라도 지키자는 철칙. 아, 이게 정말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하루종일 집에서 쉬는 날이라 결심했던 일들을 다 처리하려 했다. 그래도 대게 중요한 것들은 처리했지만 못한 것들도 있어 찜찜했던 하루..

그래도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라곰>에서 결심한 한 가지 약속, 일주일에 하루는 '화장 안 하는 날'! 이건 나름 잘 지키고 있다 ㅋㅋ
+렌즈 안 끼는 날도 자체적으로 추가했다.

평일은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주말 중 하루는 밖에서 노는 날이니까 당연히.
그리고 남은 하루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온전히 쉬는 날로 정했다. 자기 발전과는 거리가 먼 약속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휴식 만큼은 철저하게 잘 챙기고 있다. 이제 자기 휴식의 날과 평일 중 퇴근 후 시간을 잘 활용해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루에 하나씩 작은 약속을 정해 지켜보기. 여기서 부터 시작하려 한다.
그게 잘 지켜진다면 프로 삽질러에서 베테랑 직장인이 될 수 있겠지. 


모쪼록 나같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널리 퍼졌으면 하는 책이다.
힘들죠? 힘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