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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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같은 책을 만났다.
현재 나는 예상치 못한 빠른 취직으로 입사 한 달 차인 초짜 직장인이다.
부제를 보자마자 (앞에 '열일하는'은 제외하고)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었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인데, 전작이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 이라고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 도쿄대 법학부에 입학, 대학교 3학년 때 사법시험 합격, 4학년 때는 국가공무원 시험 합격 그리고 대학 수석 졸업 후 재무성 입사 라는 완벽한 커리어의 주인공 다운 전작이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직장 재무성에서의 일화가 가장 많이 담겨 있다. 저자가 사회 초년생 시절 겪었던 크고 작은 실수의 경험담과 노하우들이 잘 녹아져 있었다. 저자가 직접 부딪치며 얻은 직장 생활 노하우를 읽다보니, 나 같이 부족함 투성이인 초년생들도 언젠가는 지금의 상황을 잘 극복하고 노련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게 됐다.

사회 초년생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뒷표지의 카피 문구들.

취직하면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웰컴 투 헬게이트!

사실상 나는 야근도 없고, 구박하는 상사라던가 경쟁상대인 동기도 없는 평탄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책 속 저자의 일화라던가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에 비해 나는 비교적 좋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다. 마음 뿐만 아니라 실력의 준비도 채 되지 못한 상황에서 겪는 회사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디가서 털어 놓기에 배부른 소리 같아 보일까봐 삼켰던 말들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것은 정말 겪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느낌..


저자의 말처럼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똑똑해 보였고, 매순간 마음이 꺾이고 무너졌다.
모든 것이 서투룬 탓에 쉽게 무력해지고 눈앞에는 막막함만이 놓여있는..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황인 것이다 ㅠ_ㅠ
정말 공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는 문장들.. 읽는 내내 '그렇지!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어떤 선배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라는 저 말이 가장 큰 공감이 갔다.
왜냐면 지금 회사에서 나는.. 소속부서가 있긴 한데 근무는 타부서 사람들과 함께 하고, 두 부서 사이에서 의견 조율 및 전달을 해야 하는 굉장히 애매한 자리에 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현재 업무 담당자가 나 밖에 없다는 것.. 미우나 고우나 할 선배가 없다! 선배가!
모든 걸 혼자 알아보고, 찾아야 한다. 배울 사람이 없다고..엉엉..

입맛이 없어요, 일할 맛!

아아.. 챕터명 부터 주옥 같은 명언들이 쏟아진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
"일을 하는 건지, 일에 쫓기는 건지"

공감이 가는 스토리도 정말 많았고, 도움이 되는 조언들도 많았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만족감이
힘든 순간에도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입사 초 일주일 정도는 큰 성과도 업무도 없이 회사에 적응하고, 업무를 파악하는데만 시간을 보냈다.
낯선 환경, 사람들에 둘러 쌓여 혼자 고군분투 하다보니 문득 이게 내가 이전까지 그토록 원했던 일이 맞나 싶은 허탈함이 생겼다.
이후에도 솔직히 의무적으로만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내 혼자 힘으로 찾은 일이 성사되고, 작지만 반응을 얻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있다.
그 날 하루의 90%가 엿 같았어도 10% 의 작은 성취감이 주는 위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인데 잠시 잊고 지내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된다

자신과의 약속을 깨기 시작하면 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과 당부의 말.
이 책에서 가장 와닿은 말이기도 했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남들 보다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한지라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사 이후로 많이 나태해졌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충분한 휴식도 취하고 싶고, 해야 할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도 다 하고 싶은데..
오자마자 밥만 먹고 뻗어서 세수도 안 하고 잠드는 순간도 참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 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에서 독하게 버텨온 저자의 초년생 시절을 엿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작은 약속 하나라도 지키자는 철칙. 아, 이게 정말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하루종일 집에서 쉬는 날이라 결심했던 일들을 다 처리하려 했다. 그래도 대게 중요한 것들은 처리했지만 못한 것들도 있어 찜찜했던 하루..

그래도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라곰>에서 결심한 한 가지 약속, 일주일에 하루는 '화장 안 하는 날'! 이건 나름 잘 지키고 있다 ㅋㅋ
+렌즈 안 끼는 날도 자체적으로 추가했다.

평일은 회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주말 중 하루는 밖에서 노는 날이니까 당연히.
그리고 남은 하루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온전히 쉬는 날로 정했다. 자기 발전과는 거리가 먼 약속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휴식 만큼은 철저하게 잘 챙기고 있다. 이제 자기 휴식의 날과 평일 중 퇴근 후 시간을 잘 활용해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앞으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루에 하나씩 작은 약속을 정해 지켜보기. 여기서 부터 시작하려 한다.
그게 잘 지켜진다면 프로 삽질러에서 베테랑 직장인이 될 수 있겠지. 


모쪼록 나같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널리 퍼졌으면 하는 책이다.
힘들죠?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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