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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평점 :
아이러니한 제목의 자기계발서를 만났다.
'자기계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제목의 책이 떡하니 서점 자기계발 코너에 들어가 있었다.
신경 쓰기 위해 읽는 책인데 신경을 쓰지 말라니. 항상 노력, 파워 긍정만 외치던 기존 자기계발서들과는 개념 자체가 달라 보였다.
심지어 판매지수도 꽤나 높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쌩뚱 맞은 제목에 끌려서 책을 집어들었던 걸까?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이 쉽게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이 책의 인기가 순전히 제목빨만은 아닌 듯 싶다.
이 책의 관점은 쓰레기통에 거꾸로 들어가 있는 표지 일러스트와 같다.
신경끄기의 기술은 우리가 평소에 과도한 집착으로 연연해오던 생각들을 거꾸로 뒤집어보게 해준다.
관점도 신선하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무자비한 유머 덕분에 지겨울 틈 없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가령 저자가 엉뚱한 예시를 던져놓고, 그게 무슨 뜻인지 자기도 모르겠지만 자기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자 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그냥 넘어가자.
프롤로그 :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려라
1.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2. 해피엔딩이란 동화에나 나오는 거야
3.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4. '고통을 피하는 법'은 없어
5. 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
6. 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
7. 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 마
8. 거절은 인생의 기술이야
9. 결국 우린 다 죽어
차례만 봐도 속이 뻥 뚫리는 글귀들 !
신경끄기 기술의 핵심은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신경 쓸 필요 없는 일들에 연연하며 살아왔다.
나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별 거 아닌 일들에 쉽게 감정이 동요되는 편이고,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일을 머릿 속에 끌어 안고 지낸다.
겉으로는 항상 덤덤하고 괜찮은 척 하지만 실상 속은 누구보다 예민충인지도 모르겠다.
"신경끄기는 무심함이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경끄기' 라는 단어 느낌만 두고 보면 사실 '방치한다' 라는 말이 유의어처럼 떠오른다.
신경 써야 할 것들로 차고 넘치는 인생인데 도대체 어떻게 신경을 끄고 살 수 있지 싶었지만 책에서 말하는 신경끄기는 '될 대로 되라' 보다
'아닌 건 아니라고 받아들이자' 라는 의미였다.
책에 따르면 사실 인간의 본성은 늘 끊임없이 무언가에 신경을 써야만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본성을 넘어서 너무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간다.
다른 무엇보다 내 자신 그리고 내 느낌과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남들의 시선 같은 건 신경 꺼버리고, 내 안의 소리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삶이란 본래 문제의 연속이야"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 우리 삶에서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제 더는 겪지 못할 만큼 힘든 고비를 넘긴 이에게도 크고 작은 고비는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다.
힘든 일이 끝났다고 쨍하고 해 뜰 날만 남아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이 삶이 지겨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과 학생의 사이에 있던 대학생 때는 취업만을 바라보고 살았고,
정작 직장인이 된 지금은 일이 없는 삶을 꿈꾸고 있다. (우습게도 아직 입사 두 달차이지만..)
그러므로 우리에게 문제 없는 삶은 없다는 것.
대신에 책은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라 말한다.
결론은 복잡한 것들에는 신경 끄고, 중요한 일만 바라보자는 것이다.
요즘 내가 마음 속으로 자주 되새기는 말이 있는데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이 것과 비슷한 맥락 같다.
복잡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다른 것들에는 신경 끈 채 나 하나만 바라보고 편하게 살자!
마음을 달리해서 그런지 시간이 약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즘의 일상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할 일이 많이 생겨 조금 바빠지긴 했지만 작게나마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어 일하는게 재밌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이 책의 제목을 따라 이전까지 과도하게 신경 썼던 일이나 감정들의 스위치를 끄고 살려 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신경 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 오히려 신경을 끄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때때로 짜증나 미칠 것 같은 순간도 있을 테지만 그럴 때마다 이 책 제목을 생각하련다.
신경 꺼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