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웅진 모두의 그림책 6
이적 지음, 김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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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었다.
가수 이적의 첫 번째 그림책 <어느 날>.
'어느 날, 이별 앞에 홀로 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그림책이다.

늘 텍스트로 가득찬 책들만 읽었던 내게 간만에 주어진 예쁜 책 :)

가끔씩 분야를 떠나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그 안에서 담긴 의미를 도출해내느라 머리가 아프곤 했는데. (내 이해력 부족의 문제겠지만)
동화책이 달리 동화책이겠는가.  
이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은 단 1%의 부담감도 없이 편안하기만 했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예쁜지.

책 마지막 부분을 펼치면 이렇게 알록달록한 우주 세계가 펼쳐진다.
이런게 바로 그림책의 묘미.
읽을 동안 심심할 틈이 없다.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
일러스트가 어떻게 이리 예쁠 수가 있지.. 색감도 너무 완벽했다. 쨍한 색감이 아닌 색연필로 칠한 듯한 부드러운 느낌이랄까.

본론으로 들어가서, 책의 내용은 이러하다. 화자는 앞 표지 속 머플러를 맨 어린 아이.
참, 사실 방금 전 문장을 쓰면서 깨달은건데
나는 지금까지 표지 속 저 아이가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아닌 '어린 소년'이라는 문장을 썼다가 문득 남자가 아니면 어쩌지 싶었고
그래서 다시 책을 살펴보니 어디에도 아이가 '남자'라는 표현은 없었다.
물론 이적이 정말 남자 아이로 생각해 쓴 글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관점이 짧은 머리에 바지를 입었으면 무조건 '남자'라는 쪽으로 간게 어이없었다.

아무튼간에 이 책의 화자는 표지 속 아이다.
귀여운 버섯머리 아이는 공손한 존댓말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간다.
책을 펼치자마자 아이가 내게 건낸 첫 마디는 바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

였다.
이후로도 이 말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나는 그 반복을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의 마음으로 느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구두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아직도 집에 계실 것만 같은데.
이런 괴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2년 전에 할머니와 헤어진 나 역시 그랬고. 
헤어짐은 언제나 슬프다. 그리고 그 슬픔은 부재가 실감 날 때 가장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런 감정들과 옛날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어린 시절의 잔상이 실체화된 그림으로 변해 내 앞에 마주선 것 같기도 했다.

또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이적이 읽어주는 어느 날의 영상을 볼 수 있는 큐알 코드가 있다!
이건 책을 산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혜택!
웅진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영상에는 담기지 않았던 미공개 영상..!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이 큐알코드를 찍어 영상을 재생시켜놓은 채로 읽기를 권한다.

멜로디로 듣는 이적의 목소리도 좋지만, 낭독으로 듣는 목소리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요즘 낭독회에 안 간지 굉장히 오래됐다.
끝내야할 일들을 다 마치면 다시 천천히 다녀봐야지. 함께 가줄 친구들도 있으니 든든하다.  

<어느 날>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아이의 마음으로 보는 이별과 죽음은 슬프지만 감동적이다.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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