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전쟁과 평화』를 완간했습니다. 

두툼하고, 무겁고, 단단하고! 완전 마음에 듭니다. 



이번에 완간된 『전쟁과 평화』은 톨스토이의 3대 장편 소설 중 하나입니다. 톨스토이의 3대 장편 소설은 『부활』,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입니다.  이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한 번 이상 들어봤음 직한 소설들입니다.


어렸을 때 아무 뜻도 모른 채 읽었던 『부활』, 2년 전 12월 겨울에 읽었던 문학동네 판본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이번에 읽기 시작한 『전쟁과 평화』 . 앞으로 『전쟁과 평화』2~4권까지, 3권 더 읽으면 미션 클리어 입니다. 




톨스토이 3대 장편 중 『전쟁과 평화』가 제일 분량이 많습니다. 분량이 많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읽기 좋은 책입니다. 2017년이 끝나기 전에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계획했던 일들을 말끔하게 마무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상큼하게 2018년을 시작하기 위해 남은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부지런히 읽어야겠습니다. 부담스러운 목표이나 시간적, 심리적,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이루지 못하는 목표. 모순적이지만 이 모순을 즐기며 미션 클리어하도록 해야겠어요.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 자신의 모친과 부친 가계를 토대로 만든 볼콘스키 가문과 로스토프 가문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가문에 더해서 주인공들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번민에 휩싸이게도 하는 쿠라긴 가문 사람들과 베주호프家 사람, 그리고 기타 등등의 난봉꾼들(...응?)이 무수히 등장하고 사라지는 대작(大作) 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등장(무려 599명!)하고, 엄청나게 긴 이름과 수많은 애칭들이 많이 등장하니까 이 책의 첫 장을 펼치기 전에 노트와 펜 준비는 기본입니다. 


[책의 구성]   

1권의 배경은 1805년,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나폴레옹과 맞서 싸우기 위해 제3차 대불(對佛)동맹을 맺었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주인공들 가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와 그 가문의 몇 몇 젊은 남자들이 전쟁터로 나가 싸우는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어 펼쳐집니다. 


가정이야기는 가문 간 혼사 이야기와 서자여서 아무 존재감 없던 피예르가 정식으로 아들로 인정받고 막대한 유산과 작위까지 물려 받는 이야기가 1권의 주 내용입니다. 함께 교차되어 나오는 전쟁터 이야기에서는 나폴레옹처럼 영웅이 되고자 했던 철 없던 젊은이들이 전쟁의 실상을 겪고, 성숙해가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군대 내의 엄격한 계급질서와 군의 계급보다 더 엄격한 '신분 계급'을 깨닫는 건 덤이죠. 젊은이들은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돈과 지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을 경멸했으나, 군에서 계급 장벽에 부딪히고난 후에는 자신이 얼마나 하찮고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습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보다 돋보여야 하고, 얼른 공을 세워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인맥이든 뭐든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용해서 남들보다 높은 고지로 올라가야 함을 차츰 알아갑니다. 


[가정이란 평화롭기만 할까]    

평화로 상징되는 가정, 특히나 로스토프나 안드레이 둘 다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졌을 때 모두 평화롭고 행복했던 집을 떠올립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할 겁니다. 하지만 집이 마냥 평화롭고 행복한 곳인 건 아닙니다. 가정도 실상 알고 보면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특히나 막대한 재산, 그리고 지위와 명예를 모두 다 갖고 있었던 베주호프 老백작이 죽을 때는 정말 전쟁 같았습니다. 백작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백작 집에 모여듭니다. 치열한 눈치 싸움과 끊임없는 계산들...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도 전쟁터 못지않게 치열하고, 긴장감 도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제일 긴장하며 읽었던 부분은 바실리 공작의 아들이자 페테르부르크의 내노라하는 난봉꾼 아나톨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마리야에게 청혼하러 갔던 부분입니다. 오로지 돈과 가문만 보고 청혼하러 간 것이었는데 마리야는 첫눈에 잘생긴 아나톨에게 반하고 맙니다. 세상은 오로지 내기와 게임처럼 재미난 것 투성이로만 아는 난봉꾼 아나톨과 순진무구한 마리야가 결혼하다면 마리야의 운명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안 돼, 안 돼! 아나톨은 너를 불행하게 만들 거야.  이놈에게 걸려들면 안 돼!’라고 속으로 외치고, 마리야를 뜯어 말리고 싶었습니다. 정말 긴장하며 읽었어요. 다행히 마리야의 아버지가 단박에 모든 걸 꿰뚫어 보고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 후 마리야는 올바르게 바라봅니다. 어쨌든 마리야 아버지가 아나톨의 인간성을 단박에 파악했을 때 긴장감은 최고조가 됐는데요, 정말 전쟁터 이야기 못지않게 긴장감 돌고, 긴박했어요. (물론, 톨스토이가 이런 의도를 갖고 이 소설을 쓴 정말 아닌데 말이죠. >ㅁ<) 

  

한 가문의 번영과 몰락은, 한 나라의 번영과 쇠퇴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한 순간의 결정이 운명을 결정짓듯이 말이죠. 러시아 황제가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폴레옹에게 대패하고 포로가 됐듯, 많은 집안의 사람들이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리석은 결혼을 하고, 돌이키기 힘든 일들을 겪습니다. 피예르가 영 마뜩잖아 하면서도, 주위 분위기에 떠밀리고 옐렌의 미모와 매력에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1권의 핵심]

『전쟁과 평화』 1권은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안드레이 공작이 심각한 부상으로 생사를 오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는 한때 불꽃같은 사랑을 했지만 결혼 후 아내에 대한 애정이 차갑게 식어버렸고, 남자라면 ‘전쟁터에서 굴러야지!’라는 생각에 모든 걸 내팽개치고 아내에게서 도망치듯 전쟁터로 나갔습니다. 제거해야 할 적장이었지만, 속으로는 나폴레옹을 흠모하며 이번 전쟁에서 무훈을 세워 나폴레옹처럼 누구나가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영웅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머리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안드레이 공작은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합니다. 이때의 생각이 바로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 전반부에서 관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바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쓰러지고 있는 걸까? 다리에 힘이 없다.’ 안드레이 공작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 그는 프랑스 병들과 포수의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빨간 머리 포수가 죽임을 당했는지, 포를 빼앗겼는지 지켰는지 보기 위해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는 드높은, 맑지는 않지만 측량할 수 없는 드높은 하늘과, 하늘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는 잿빛 구름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조용하고 평온하고 엄숙할까. 내가 달리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저 프랑스병과 포수가 적의에 불타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서로 세간을 잡아당기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이 드높고 끝없는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은 전혀 다르다. 왜 나는 전에 이 드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 그러나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렇다! 모두 허무하다. 모두 거짓이다. 이 끝없는 하늘 외에는. 그러나 이 하늘마저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정적과 평안 외에는.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1권, 540쪽에서)


‘허무’가 강조되어 있는 탓에 『전쟁과 평화』 전체를 관통해서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한 바는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1권에서 위 발췌 부분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쟁의 허무함에 대해서는 누구나 살면서 언젠가는 알아야 합니다. 영웅주의적 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인류를 구하고, 조국을 구할 거라는 망상을 깨부숴버려야 합니다. 더 나은 인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 좁은 세계관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살면서 이런 허무함은 꼭 한때 느껴야하는 통과의례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방탕과 허무, 도덕주의. 이 세 가지를 순환하듯 맴돌았던 톨스토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 했던 건 분명하다 봅니다.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히지만은 않았던 『전쟁과 평화』 1권. 이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특히나 톨스토이가 긍정적으로 묘사했던 마리야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제일 궁금합니다. 얼른  2권, 3권, 4권도 얼른 읽고 싶어요. 




톨스토이는 살아생전 아주 많은 글을 남겼습니다. 그 분량을 단기간에 소화하기 힘듭니다. 톨스토이의 글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홀로그램처럼 어떤 시각에서 읽느냐에 따라 하나의 작품도 다채롭게 읽힙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글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글자’만이 아니라 ‘행간’과 그 ‘배경’까지 읽어야 합니다. 

  

글 속에 스며들어 있는 톨스토이의 생각들은, 일반인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 고민이 아니기에 그의 글이 크게 어려운 건 아닙니다(그렇다고 마냥 쉬운 글도 아니지많요! >ㅁ<). 그의 소설에는 누구나 하는 생각과 번민이 있기에 쉽게 동감하고, 고개 끄덕이며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끈기’가 꼭 필요해 보입니다. ‘글자’만을 읽으면 그의 장편소설은 연애 소설, 세태 풍자 소설로만 읽히기 쉬워요. 아마도 톨스토이가 누구나가 읽기 쉽도록 썼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대문호의 작품이 그러하듯 소설의 진입장벽이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와 고금을 뛰어 넘어 관통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삶에 대한 통찰이랄까, 어리석인 짓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인류에 대한 애정이랄까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글자 속에 스며있는 톨스토이의 생각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끈기와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다른 대문호의 작품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누구나가 겪고 맞닥뜨리는 삶의 작은 문제들이 사실 알고 보면 사회 구조적 문제이고, 인류가 대대로. 정말이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인류 대대로 이어서 되풀이해 오고 있는 어리석은 문제들을 집요하게 짚어 가며 보여줍니다. 


일반인과 천재의 차이는 단지, 문제라 인식되는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이해하기 힘든 것을 이해하고자 애쓰고, 해결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쓰인 작품이기에 독자도 의무사항까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읽기 위해서 반드시 독자로서 끈기와 집요함이 필요하다 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읽기는 쉽지 않으므로,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다음에 읽을 땐 느낀 바와 떠오른 생각과 소설 속 배경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러시아 장편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러하듯, 등장인물의 기나긴 이름과 수많은 애칭, 헷갈리는 관계도를 정리해 읽듯이 말이죠. 


이렇게 쓰고나니 역시나 얼른 『전쟁과 평화』 2권, 3권, 4권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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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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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상상했을 때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비슷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읽어보니 성격이 꽤 많이 다른 책이었다. 음,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역사서? 자서전? 에세이? 소회록? 내 생각엔 제일 적절한 분류는 역사 에세이(?!)인 듯하다.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 꿈이 백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꿈에 그리던 역사를 전공, 박물관 학예사가 된 이야기, 논문을 준비하며 박물관에서 열심히 일하고 연구하며 결과를 발표했던 일들 그리고 백제史 공부를 하며 만났던 좋은 인연에 대해 쓴 책이다. 

그렇다고 에세이에 집중한 책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백제 역사의 내용이 상당히 풍부하기 때문에 단순히 에세이라고 할 수 없다. 또 책의 중후반부부터는 백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자연스레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학자들이 우리 땅에서 벌인 일과 그 후 나타난 폐단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에게 지엽적인 역사이야기일 수 있으나, 오랫동안 박물관 학예사로 있으시며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하시는 것이 업이셔서 그런지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백제'라는 나라는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우아미가 느껴지는 나라다.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어렸을 때 유인촌 씨가 진행자로 나왔던 '역사스페셜'을 종종 봤다. 자주 봤음에도 기억에 남는 건 딱 두 가지 에피소드인데 하나는 경주의 황룡사지 목탑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백제금동대향로 에피소드였다. 충격과 놀라움. 가슴 벅차 오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후, 역사스페셜이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도 백제금동대향로 파트는 반복해서 여러 번 읽었다. (물론 얼마 안 있다가 곧 다 까먹었지만) 이 책에 많이 나왔던 수막새 무늬들, 어쩜 그렇게 예쁜지. 몇몇 무늬는 심플하면서도 상당히 현대적이어서 충분히 지금 이 시대에도 새롭게 해석하고, 예술작품이나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그런 디자인. 백제의 문화나 백제인들의 미의식에는 관심이 많고, 앞으로도 잘 알고 싶다. 

몇 년 전에 전주에서 1박 하고, 공주와 부여도 돌아봤는데 참 좋았다. 내가 사는 곳과 많이 다르게 동글동글하고 엿가락같이 이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는 구릉과 언덕, 아름답고 고요하게 흐르던 백마강이 기억난다. 아무리 중국 난징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사하다고 해도, 백제의 지역적 특성과 매력이 유물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알듯 하면서도 잘 모르는, 그러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 나에게 백제는 이렇게 다가온다. 

책의 저자는 순천에서 나고 자라, 어렸을 때부터 백제인의 후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학생 때부터 백제사를 연구하고 공부하겠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백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백제사를 전공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지금에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그 마음을, '국립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관장으로 있는 지금 조금 한가해진 때에 책 한 권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만 쓰면 뭔가 되게 은퇴를 앞둔 노학자, 노관장의 느낌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연도를 따져보면 그렇게 나이가 많으신 분이 아니다. 40대 중 후반?! 한 박자 쉬어가면서 다시 심도 있게 연구할 주제를 찾고,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지나온 어린 시절과,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에필로그에도 이와 비슷하게 설명하셨다)

나도 저자의 나이쯤이 되면 내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게 될까. 공부와 자신의 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정말 본받고 싶다. 저자가 연구한 이야기한 부분에서는 저자가 정말 신이 나서 설명하는 느낌이 종종 들었는데, 자기 분야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런 애정과 열정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고, 무슨 전시하는지 꼬박꼬박 체크하고 있는 나. 평상시 박물관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 속에서 간간이 언급되는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 학예사분들이 박물관에서 하는 일 그리고 사람 간에 맺게 되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좋았다. 

백제에 관심 있으신 분은 물론이고, 박물관 혹은 큐레이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읽어도 참 좋을 것이다. 

+ 저자가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품게 된 의문들, 질문들, 깨달은 생각들은 나 역시도 곰곰이 생각해 볼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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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피로회복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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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때그때 해소하지 않은 감정이 무의식의 세계에 쌓여가다가 마침내 포화 상태가 되었을 때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210쪽)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드는지, 위 인용만큼 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도 없다고 본다. 그래, 미쳐 해소되지 않은 무의식의 앙금이 쌓이고 쌓여서 도망치고 싶거나, 아니면 폭발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치고 싶다고 도망친다면 모든 일이 깔끔히 해결될까? 내 마음도 개운해질까? 도망친다고, 화를 낸다고 특별히 좋게 달라지는 건 없다. 저자의 주장도 그러하다. 


책의 제목은『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이지만, '막 도망가라'거나, 반대로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당히 맞서싸우세요'라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요지는 '타자 중심'에서 '자기중심'으로 생각과 마음을 바꾸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면, 머릿속에서 마침내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말'을 들려주는 또 하나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 자기 마음의 현재 상태를 자각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기분을 힘겹게 부정하는 표현들을 그만둘 수 있다. (33쪽)


 이 책을 읽고 새삼 느꼈지만, 우리의 모든 괴로움은 자기 마음과 자기 생각, 행동이 괴리될 때 오는 것 같다. 마음과 생각이 일치하고, 행동까지 3박자가 일치하면 우리는 괴로울 게 없는 것 같다. 일치하지 않으므로써 모든 삶이,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괴로워진다. 나는 그러하다. 그러했고, 아마 앞으로 그러할 것 같다. 


이 책은 총 6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각 파트별로 시작할 때 어떤 사람이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각 사례별로 제각기 다 녹다운된 상태다. 너무나 지쳐,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모두 한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모두 자기 마음과 괴리된 상황에 몰려있다는 것. 마음과 생각의 분리, 괴리에 인간은 극도로 취약한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을 되돌아봤을 때도 그러했다. 언제나 힘들었을 때는 마음과 생각이 괴리될 때였다. 비난을 받더라도, 욕을 먹더라도 내 마음과 생각, 그리고 행동이 일치했더라면 비난과 욕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어설프게 걱정하고, 갈등하며 비난과 욕을 피하려고 했을 땐 결과가 좋아도 나는 괴로웠고, 힘들었다. 대인관계에서 개운치 못한 건 당연하고. 


이 책의 대부분의 일도, 결국에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문제로,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할 때 힘들어진다고 했다. 자기 자신의 마음, 욕구는 보지 않고 외부의 타자만을 의식할 때 우리는 힘들어진다.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 결국엔 저자가 말한 대로, 자기중심의 자세로 내 마음을 우선 돌아봐야 한다. 


모두와 좋게 좋게 잘 지내려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적인 생각일 뿐,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그냥, 한 번 뿐인 인생, 좀 가볍게 홀가분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은 것 같다. 욕을 먹을지도 몰라도 그리 무섭지 않고, 두렵지도 않다. 결국 살면서 되돌아보면,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픈 일을 만족스럽게 잘 했느냐가 중요하지, 욕먹지 않으려고 애쓰고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다. 그런 삶은 만족스럽지 않고, 때론 피곤하고 때론 괴롭다. 게다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피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마음,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는 심리 카운슬러이다. 자기 삶에 녹다운되어 상담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에둘러 좋게좋게 말하지 않고, 간단 명료하게 콕 집어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 방안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저자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고 동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도. 


한 번 사는 인생, 가볍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살자. 타인의 시선, 타인의 말, 타인의 생각 따위에 짓눌려 살지 말자. 그냥 그들의 생각일 뿐, 우리 인생은 타인의 부속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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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50을 위한 50세 공부법 - 현실이 된 75세 현역 사회에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다
와다 히데키 지음, 최진양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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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20년, 그리고 그 이전에는 나이의 구분이 유의미했고, 나이를 구분해야 했으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나이의 구분이 깨어졌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고, 본인이 얼마나 건강관리, 마음관리, 정신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나이는 유동적인 것이 되었다. 

아직 50살이 되려면 깡깡 멀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걸 되돌아보면 50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될 것 같다. 예전에 부모님이 50살이 되었을 때만 해도 '와, 이제 나이 많이 잡수셨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환갑이 되셨는데도, '와, 아직 젊으시네.'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50살이 되면 나는 어떤 느낌일까. 나에게 50살은 어떻게 다가올까. 

살아보니까, 인생에 시작과 끝은 없고, 언제나 과정만 있다. 인생, 과거, 현재, 미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 모든 것은 하나의 흐름일 뿐 두부모 자르듯이 단절된 것이 아니더라. 모두 다 흐름 속의 과정이고, 매 순간은 '맥락' 속에 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의 맥락을 파악하고, 지금의 위치에서 50살을 어떤 맥락 속에서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부모님은 이제 50을 훌쩍 넘으셨지만 그래도 60대의 나이에 이 책이 뭔가 보탬이 될만한 게 없을까 싶어서 읽었다.
저자는 50대는 지식이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질문을 받는 시기라고 한다. 그리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75세까지를 현역으로 보고, 50대는 그 현역을 연장하기 위해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50대여, 머리 굳었다고 포기 말라! 공부를 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가 이 책의 요(要)다.

저자는 일단 본래 직업이 정신과 의사다. 그래서 공부하는 법을 학생 때부터 터득했다. 저자는 20대 때 공부 잘하는 법(이라기 보다, 시험 잘 치는 법에 과한)을 가르쳐주는 책을 펴기도 했다. 그래서 공부하는 감을 50이 넘어서도 계속 가지고 있다. 다만, 학생 때와 나이가 다르고, 공부도 다르니 학생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어쨌거나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는 법은 배워두는 게 좋다고 한다. 지적 능력은 IQ가 아니라 공부 방법과 공부를 대하는 자세에서 갈리는 거라고. 

저자는 50대 때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위에도 적었지만,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고, 어쨌거나 돈도 계속 벌어야 하고, 축소되어 가는 뇌에 자극을 가하고, 긴장을 시켜 늘 젊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오래 산다고 해서 다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 특히 정신, 뇌가 건강해야 진정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것이므로 뇌가 건강하려면 공부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그리고 대인관계도 중요한데 이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엔 역시나 공부만 한 게 없다고 한다. 사람들의 귀가 솔깃한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이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긍정적으로 피드백이 되어 뇌는 또다시 자극을 받는단다. 

나이가 들면 떨어지는 의욕, 동기부여의 결여로 공부를 시작하기 쉽지 않고, 호르몬의 변화로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다. 건강한 식사와 적당한 햇빛 그리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짜되, '이래야만 한다'라는 당위적 사고방식을 개선해서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뇌구조를 가지면 뇌가 건강할 수 있단다. 그러기 위해 '공부'만한 게 없다고. 공부를 안 하면 단편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보지만, 공부를 하면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질문과 다양한 답을 만들어 가며 유연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떨어지는 기억력 때문에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데, 저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과연 기억력이 좋았던 젊었을 때처럼 공부를 하느냐고. 젊었을 땐 반복학습을 하니까(에빙하우스 망각 곡선에 의거해), 당연 기억에 잘 남았던 거고, 나이가 들면 반복학습을 잘 안 하니, 기억에 잘 안 남아 있다고.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는 50대의 공부법은 이러하다. ① 관심을 갖고, ② 외울 정보의 수를 줄이며 ③ 납득이 될 때까지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④ 기억해야 할 것과 관련 있는 다른 정보도 기억하도록 하고 ⑤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과 결부해서 지식을 가공하면 잘 기억에 남는단다. 이것이 50대 공부법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말하도록 하는 기회를 자주 갖기! 말하는 것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50대뿐만 아니라 어느 나이대에서 해도 괜찮은, 올바른 공부법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어쨌거나 사는 동안 즐겁게 살자'가 아니었나 싶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 저자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는데, 나 역시 삶에 기쁨에 공부만 한 게 없다고 본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인류는 세상의 호기심으로 이렇게 진화해 왔다. 인간이 본능적이며 고차원적인 기쁨, 즐거움은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호기심과 이해를 다른 단어로 표현해서 '공부'라고 말한 것 같다. 

나이가 얼마든 삶은 기뻐야 하고, 내일도 살아야 하는 우리는 내일이 기대되고 설레야 한다. 더 큰 갈증만 일으키는 말초적 감각이 아니라, 진심으로 삶에 만족감을 주는 건 공부라 믿는다. 

공자도 말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우리 모두 공부합시다.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나에 대한 공부, 너에 대한 공부, 세상에 대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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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혁명 2030 - 주거의 의미가 변화되고 확장되는 미래 혁명 2030 시리즈 2
박영숙.숀 함슨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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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를 콕 집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이런! 전혀 그런 책이 아니었다. 미래 서적이랄까. 근 미래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보여주는 책이었다. 저자의 약력을 제대로 안 읽은 나의 잘못. 하지만 미래에 관심 많고, 이 분야의 책을 평상시에 자주 읽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잘 읽었다. (언젠가 저자의 다른 책을 읽었던 것도 같다)




미래를 예측하는 책. 아니, 지금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 속에는 두 개의 시간 축이 있다. 시간 축 하나는, 과학기술개발 속도가 가속도가 붙어 엄청나게 빨리 발달, 발전하고 있다는 것. 시간 축 나머지 하나는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늙어가는 것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 두 개의 시간 축은 정확히 정반대 방향으로 점점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 과학기술은 정신없이 발달하고 젊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과학기술발전 방향과 그 속도다. 그리고 인구 구조다. 다른 요소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 두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어떤 미래를 그려 보이나?
  
1인 가구의 증가, 자율 주행 자동차 일반화, 공유 경제 발달 등으로 새로운 유목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었던 부동산을 소유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매입하려고 애를 썼고, 뭐, 거의 한평생 내 집 마련의 꿈을 품고, 좀 더 여유가 있으면 건물이나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을 꿈꿔왔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 그러니까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에는 부동산이란 거추장스러울 뿐, 부동산 구매 열기가 식어버릴 것이라 한다. 

1인 가구는 확실히 다른 가구와 그 성격이 다르다. 혼자 사는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직장이나 직업도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고, 능력만 된다면 직업도 동시에 여러 개 가질 수 있다. 부양을 해야 하는 가족이나, 같은 꿈을 갖고 함께 사는 배우자가 있으면 쉽게 직장을 그만두거나, 바꿀 수 없다. (물론 부양가족이 없다고 해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쉬운 결심이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는 것에 비해 쉽다) 1인 가구는 직장에 따라, 쉽게 그리고 자주 이사 다닐 수 있다. 그러니까 주택을 구입할 메리트가 별로 없다. 주택 구입을 선호하는 가구는 2인 구성 이상이다. 

몇 달 전에 읽은 책에서,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엿보았다. 
책의 저자는 독일인으로, 젊은 시절 독일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중역으로 활동했다. 워낙 일 중독자였고, 일도 잘했기 때문에 승진도 빨랐다. 하지만 여행의 매력에 눈을 뜬 이후, 더 열심히 바짝 돈을 번 후, 노후생활비까지 어느 정도 마련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닌다. 그동안 살던 집은 처분했다. 가지고 있던 가구와 물건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줄 건 나눠주고,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은 창고를 장기 임대해 보관해 놓고 수 년 째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배낭 하나와 자전거 한 대만 가지고. 

이 사람은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일까? 지금은 그럴지도 몰라도,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굳이 여행을 다니지 않더라도, 가볍게 몇 가지 짐만 가지고 여기 저기 가볍게 이사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일반화되지 않더라도 조금만 더 인프라가 잘 마련되면 공유 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쉽게 왔다가 쉽게 떠날 수 있는 숙소에서 지낼 수 있으며, 옷도 쉽게 빌렸다 입고 반납하는 공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번 이 경향이 시작되면 무서운 속도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이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전 국민의 손에 들리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노인층의 1인 가구다. 이 책에서도 1인 가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노인층이라고 한다. 이 분들은 작은 집에서 사는 게 맞겠지만 여행을 다닐까? 직장 구하기가 어려울 테니 직장 때문에 이사하는 일도 없을 텐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은 다루지 않아 아쉽다. 

어쨌든 이 책에서 주의 깊게 읽은 부분은 대충 이 정도. 책의 제목은 <주거혁명>이지만, 책이 다루는 소재는 '주거'보다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낚시성 제목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가 전방위로 변화고, 라이프 스타일이 근본적으로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영향으로 주거 생활과 주거 양식도 바뀔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다. 그러니까 주거에 대해서만 다루는 책이 아니므로, 혹시 1~3년 이내 우리나라 부동산 변화를 예측한 책으로 기대하셨다면 읽지 마시라. 

그보다는 좀 더 뒤, 그 후의 우리 세상을 보여준다. 통계 자료도 풍부하고 저자가 전문가이다 보니 우리의 미래상을 그려준다. 그러니, 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업이나, 인생을 준비하시는 분 혹 그냥 관심 많으신 분은 읽으시면 좋을 것 같다. 장기 목표를 꿈꿔야 단기 목표 설정도 가능할 테니까. 



이 책에 그려진 미래가 도래할까? 아니면 맬서스의 예측대로 완전 어긋나 버릴까? 맬서스가 예견한 세상은 도래하지 않았지만, 맬서스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강력하고,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추동이다. 이 책 속에 그려진 미래 세상도 그러하다고 본다. 진짜 책 속의 세상이 될지 안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멜서스의 인구론처럼 말이다. 그리고 컴퓨터라는 것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로봇과 인공지능을 상상했던 작가들이 있었고, 이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과학 키즈, 공학 키즈들이 어른으로 커서 상상 속에서 꿈꿨던 세상을 실제로 구현해 내고 있다.  

불가능이란 있는 걸까, 무엇이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가는 걸까. 이미 ‘불가능’ 속에 ‘가능’이 잉태되어 있는 것일까. 빅뱅 직후의 우주에서는 지금의 지구를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 모든 가능성의 씨앗, 현실화 가능성은 이미 빅뱅 속에 다 있었다. 빅뱅 속에 현재의 세상을 이룰 모든 가능성이 없었다면, 현재의 지구와 지금의 우리 인간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미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책 속의 세상이 현실화될까?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어야 하고, 무엇을 계획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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