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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피로회복 심리학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때그때 해소하지 않은 감정이 무의식의 세계에 쌓여가다가 마침내 포화 상태가 되었을 때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210쪽)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드는지, 위 인용만큼 정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도 없다고 본다. 그래, 미쳐 해소되지 않은 무의식의 앙금이 쌓이고 쌓여서 도망치고 싶거나, 아니면 폭발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치고 싶다고 도망친다면 모든 일이 깔끔히 해결될까? 내 마음도 개운해질까? 도망친다고, 화를 낸다고 특별히 좋게 달라지는 건 없다. 저자의 주장도 그러하다.
책의 제목은『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이지만, '막 도망가라'거나, 반대로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당히 맞서싸우세요'라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요지는 '타자 중심'에서 '자기중심'으로 생각과 마음을 바꾸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면, 머릿속에서 마침내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말'을 들려주는 또 하나의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 자기 마음의 현재 상태를 자각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기분을 힘겹게 부정하는 표현들을 그만둘 수 있다. (33쪽)
이 책을 읽고 새삼 느꼈지만, 우리의 모든 괴로움은 자기 마음과 자기 생각, 행동이 괴리될 때 오는 것 같다. 마음과 생각이 일치하고, 행동까지 3박자가 일치하면 우리는 괴로울 게 없는 것 같다. 일치하지 않으므로써 모든 삶이,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괴로워진다. 나는 그러하다. 그러했고, 아마 앞으로 그러할 것 같다.
이 책은 총 6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각 파트별로 시작할 때 어떤 사람이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각 사례별로 제각기 다 녹다운된 상태다. 너무나 지쳐,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모두 한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모두 자기 마음과 괴리된 상황에 몰려있다는 것. 마음과 생각의 분리, 괴리에 인간은 극도로 취약한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을 되돌아봤을 때도 그러했다. 언제나 힘들었을 때는 마음과 생각이 괴리될 때였다. 비난을 받더라도, 욕을 먹더라도 내 마음과 생각, 그리고 행동이 일치했더라면 비난과 욕을 달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어설프게 걱정하고, 갈등하며 비난과 욕을 피하려고 했을 땐 결과가 좋아도 나는 괴로웠고, 힘들었다. 대인관계에서 개운치 못한 건 당연하고.
이 책의 대부분의 일도, 결국에는 대인관계에서 오는 문제로,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할 때 힘들어진다고 했다. 자기 자신의 마음, 욕구는 보지 않고 외부의 타자만을 의식할 때 우리는 힘들어진다.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 결국엔 저자가 말한 대로, 자기중심의 자세로 내 마음을 우선 돌아봐야 한다.
모두와 좋게 좋게 잘 지내려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적인 생각일 뿐,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그냥, 한 번 뿐인 인생, 좀 가볍게 홀가분하게 살다가 죽는 게 좋은 것 같다. 욕을 먹을지도 몰라도 그리 무섭지 않고, 두렵지도 않다. 결국 살면서 되돌아보면,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픈 일을 만족스럽게 잘 했느냐가 중요하지, 욕먹지 않으려고 애쓰고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다. 그런 삶은 만족스럽지 않고, 때론 피곤하고 때론 괴롭다. 게다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피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마음,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는 심리 카운슬러이다. 자기 삶에 녹다운되어 상담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에둘러 좋게좋게 말하지 않고, 간단 명료하게 콕 집어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 방안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저자의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고 동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도.
한 번 사는 인생, 가볍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살자. 타인의 시선, 타인의 말, 타인의 생각 따위에 짓눌려 살지 말자. 그냥 그들의 생각일 뿐, 우리 인생은 타인의 부속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