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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50을 위한 50세 공부법 - 현실이 된 75세 현역 사회에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다
와다 히데키 지음, 최진양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1월
평점 :
10년, 20년, 그리고 그 이전에는 나이의 구분이 유의미했고, 나이를 구분해야 했으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나이의 구분이 깨어졌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고, 본인이 얼마나 건강관리, 마음관리, 정신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나이는 유동적인 것이 되었다.
아직 50살이 되려면 깡깡 멀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걸 되돌아보면 50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될 것 같다. 예전에 부모님이 50살이 되었을 때만 해도 '와, 이제 나이 많이 잡수셨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환갑이 되셨는데도, '와, 아직 젊으시네.'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50살이 되면 나는 어떤 느낌일까. 나에게 50살은 어떻게 다가올까.
살아보니까, 인생에 시작과 끝은 없고, 언제나 과정만 있다. 인생, 과거, 현재, 미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이 모든 것은 하나의 흐름일 뿐 두부모 자르듯이 단절된 것이 아니더라. 모두 다 흐름 속의 과정이고, 매 순간은 '맥락' 속에 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의 맥락을 파악하고, 지금의 위치에서 50살을 어떤 맥락 속에서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부모님은 이제 50을 훌쩍 넘으셨지만 그래도 60대의 나이에 이 책이 뭔가 보탬이 될만한 게 없을까 싶어서 읽었다.
저자는 50대는 지식이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질문을 받는 시기라고 한다. 그리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75세까지를 현역으로 보고, 50대는 그 현역을 연장하기 위해서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50대여, 머리 굳었다고 포기 말라! 공부를 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가 이 책의 요(要)다.
저자는 일단 본래 직업이 정신과 의사다. 그래서 공부하는 법을 학생 때부터 터득했다. 저자는 20대 때 공부 잘하는 법(이라기 보다, 시험 잘 치는 법에 과한)을 가르쳐주는 책을 펴기도 했다. 그래서 공부하는 감을 50이 넘어서도 계속 가지고 있다. 다만, 학생 때와 나이가 다르고, 공부도 다르니 학생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어쨌거나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는 법은 배워두는 게 좋다고 한다. 지적 능력은 IQ가 아니라 공부 방법과 공부를 대하는 자세에서 갈리는 거라고.
저자는 50대 때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위에도 적었지만,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고, 어쨌거나 돈도 계속 벌어야 하고, 축소되어 가는 뇌에 자극을 가하고, 긴장을 시켜 늘 젊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오래 산다고 해서 다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 특히 정신, 뇌가 건강해야 진정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것이므로 뇌가 건강하려면 공부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그리고 대인관계도 중요한데 이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엔 역시나 공부만 한 게 없다고 한다. 사람들의 귀가 솔깃한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이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긍정적으로 피드백이 되어 뇌는 또다시 자극을 받는단다.
나이가 들면 떨어지는 의욕, 동기부여의 결여로 공부를 시작하기 쉽지 않고, 호르몬의 변화로 우울증이 찾아오기 쉽다. 건강한 식사와 적당한 햇빛 그리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짜되, '이래야만 한다'라는 당위적 사고방식을 개선해서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뇌구조를 가지면 뇌가 건강할 수 있단다. 그러기 위해 '공부'만한 게 없다고. 공부를 안 하면 단편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세상을 보지만, 공부를 하면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질문과 다양한 답을 만들어 가며 유연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떨어지는 기억력 때문에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데, 저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과연 기억력이 좋았던 젊었을 때처럼 공부를 하느냐고. 젊었을 땐 반복학습을 하니까(에빙하우스 망각 곡선에 의거해), 당연 기억에 잘 남았던 거고, 나이가 들면 반복학습을 잘 안 하니, 기억에 잘 안 남아 있다고.
그러니까 저자가 말하는 50대의 공부법은 이러하다. ① 관심을 갖고, ② 외울 정보의 수를 줄이며 ③ 납득이 될 때까지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④ 기억해야 할 것과 관련 있는 다른 정보도 기억하도록 하고 ⑤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과 결부해서 지식을 가공하면 잘 기억에 남는단다. 이것이 50대 공부법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말하도록 하는 기회를 자주 갖기! 말하는 것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50대뿐만 아니라 어느 나이대에서 해도 괜찮은, 올바른 공부법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어쨌거나 사는 동안 즐겁게 살자'가 아니었나 싶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 저자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는데, 나 역시 삶에 기쁨에 공부만 한 게 없다고 본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인류는 세상의 호기심으로 이렇게 진화해 왔다. 인간이 본능적이며 고차원적인 기쁨, 즐거움은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호기심과 이해를 다른 단어로 표현해서 '공부'라고 말한 것 같다.
나이가 얼마든 삶은 기뻐야 하고, 내일도 살아야 하는 우리는 내일이 기대되고 설레야 한다. 더 큰 갈증만 일으키는 말초적 감각이 아니라, 진심으로 삶에 만족감을 주는 건 공부라 믿는다.
공자도 말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우리 모두 공부합시다.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나에 대한 공부, 너에 대한 공부, 세상에 대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