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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수어사이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평점 :
이 소설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1993년 데뷔작.
1970년대 미시간주 외곽지역 중산층 동네를 배경으로 다섯 자매의 자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소설에 대칭하는 실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 제프리 유제니디스가 20대였을 때, 본인 조카를 봐주던 15세 베이비시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소녀가 아무렇지 않게 '언니들이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하였다.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그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무력감을 느꼈는데 그 느낌이 오래도록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있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베이비시터의 이야기를 듣었을 때 받았던 충격과 본인의 반응, 감정 등을 소설 속 주변 인물들에 투사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쓴 이야기이다.
소설은 독특하게 '1인칭 복수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진다. '1인칭 복수 관찰자'라는 시점이 생소하나 저자가 시점을 영리하게 잘 선택한 것 같다.
이 소설은 다섯 자매의 집 근처에 사는 대여섯 명의 소년들의 시각(화자)에서 그려지는데, '우리'라는 무리 또는 특정 사람의 '이름'만 나오지, '나'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우리'만 있고, '나'는 없다. '1인칭 복수'이던가, '3인칭 단수'이다. 누군가 충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이웃 사람과 친구들은 집단적으로 충격을 받고 집단화하여, 집단적으로 묘한 행동을 하며, 집단적으로 당사자들을 관찰하며 책임은 모호해지는데 저자가 이 집단적 모습을 잘 파악하였고 화자의 시점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집단적 성향은 누가 의식적으로 모으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소녀들이 자살한 이유나 원인은,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서 알아내려고 해도 결코 알아낼 수 없다(화자나 독자 모두 마찬가지다). 자살 이유나 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증거를 수집해 이유와 원인을 알아내야 하는데도,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할수록 '사실과 진실'에 가까워지기는커녕 더 혼란해져서 '사실과 진실'과 더욱 멀어지게 된다.
거기에 있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른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그건 타인(소녀들의 부모를 포함해 화자인 소년들, 동네 이웃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들이 소녀가 하는 말을 직접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리를 둔 채 관음증 환자처럼 소녀들의 육체나 외모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실제 소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다못해 그녀들의 일상은 어떤지 모두가 무관심했다. 언론에서 말하는 엉터리 기사만을 믿고서 거기 맞춰서 소녀들을 각색하며 모두가 '진실'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자매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게 된 것이다.

/ 줄 거 리 /
1970년 대 미시간주 어느 외곽 지역 중산층 동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리즈번' 선생님은 아내와 다섯 딸아이들과 살았다. 딸들의 이름은 터리즈(17), 메리(16), 보니(15), 럭스(14), 서실리아(13)였다. 이들이 사는 집은 2층짜리 주택이었는데, 딸들은 점점 자라자 대가족이 살기에 좁다 느껴져 집을 팔고 다른 데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즈음,
어느 날 막내딸 '서실리아'가 욕실에서 자살 시도를 한다.
마침 리즈번 씨네 딸이 어떻게 사는지 몰래 훔쳐보려고 왔던 '폴 발디노'라는 깡패 같은 아이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골든타임 안에 신고하면서 서실리아는 목숨을 건진다.
서실리아와 상담한 정신과 의사는 '아이가 성(性)적으로 억압되어 있다'면서 아이에게 좀 더 개방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모는 서실리아를 위해 자그마한 홈 파티를 열고, 동네 남자아이들을 초대한다. 서실리아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놀다가 중간에 엄마 허락을 받고 본인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간 후 그길로 창문에서 뛰어내려 죽는다.
그곳에 있던 사람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충격을 받는데, 그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아무도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 며칠 지나서 누군가 한 명이 조의를 표하니 곧이어 리즈번 씨 집 거실이 가득 차서 앉을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화한이 도착한다. 이웃 모두들 어린 소녀의 죽음에 어떻게 행동해야 했는지 몰랐던 것이다.
리즈번 씨 다섯 자매는 정말 예뻤다. 웃을 때 너무 많은 치아가 보인다는 점(이게 단점일 정도로 단점이 없다는 말)만 빼면, 남자들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졌다. 또래 남자들은 물론, 동네 남자들이나 칼 가는 행상인까지 리즈번 씨네 집을 얼쩡거리며 소녀들을 훔쳐보고 관찰하는데, 웃기게도 그렇게 훔쳐보면서도 누가 럭스인지 누가 메리인지 자매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10년 넘게 훔쳐보면서도 누가 누구인지 모를 만큼 진심 어린 관심은 없었던 것이다.
자매들 한 명 한 명 모두 다르게 생겼고, 키도 30cm 차이 날 정도 다르고, 취미도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외모에 눈이 가려 정작 자매들의 진짜 얼굴은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다. (유일하게 트립 폰테인만 구분하는데 트립은 럭스에게 한눈에 반했기 때문이다. 근데 트립 폰테인도 '럭스'만 알아보았을 것이다)
서실리아가 죽은 후 자매들의 엄마는 세상과 단절한다. 모든 일에서 손을 뗀다. 늘 관리하던 잔디밭은 무성한 수풀이 되어가고, 집안엔 커다란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닌다. 빨래도 전혀 하지 않고, 세제도 사지 않아서 자매들은 물과 재스민 향이 나는 비누로만 빨래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리즈번 씨네 집에서 기묘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원래도 보수적이고 냉랭했던 엄마는 자매들을 집에 가두고 방치하게 되는데 남아 있던 4명의 자매들은 이에 압박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럭스에게 반한 '트립 폰테인'이라는 남학생이 리즈번 부부를 설득하여 자매 4명과 파티에 가게 되고, 자매들은 그 나이 또래 여느 여학생들처럼 웃고 즐기며 남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때 남자애들은 다시금 자매들이 다 다르게 생겼다는 것과, 자매들이 다른 여학생들과 다를 게 없이 비슷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날, 파티가 끝나고 럭스는 트립 폰테인과 둘만 남아서 시간을 보내던 도중 "난 항상 일을 망쳐 버려. 항상 그래"라는 말을 하고 흐느낀다. 이 순간 럭스를 좋아했던 트립 폰테인은 이때 갑자기 럭스에게 질려서 혼자 집에 가 버린다. (아, 이때 럭스가 받은 상처와 세상에 대한 단절감이 얼마나 컸을까)
다른 언니들보다 집에 늦게 도착한 럭스는, 설상가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순간 간파(술냄새)한 엄마에게 혼나게 되고, 이때를 기점으로 4명의 자매는 집에 감금되어 학교에도 못 가게 된다. 외부와의 완전한 단절이 시작된 것이다. 6주일 후에는 아버지 리즈번 씨마저 학교에서 해고당하며 리즈번 가족 모두 두문불출하게 된다.
집에 감금된 후에도 자매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과학에 관심 많았던 첫째 터리즈는 열심히 과학 실험을 하고 자연을 관찰했으며, 둘째 메리는 외모를 자기 나름대로 가꾼다. 셋째 보니는 막내 서실리아를 위해 기도하였고, 넷째 럭스는 어떻게 외부와 연락했는지 매일 밤 남자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지붕에서 관계를 한다. 이 모든 광경을 건너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지켜본다. 불을 끈 채로.
그럼에도 자매들은 알고 있었다. 건너편에 사는 남자아이들이 자기들을 훔쳐보고 있다는걸. 자매들은 남자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 집에서 도망칠 거라고... 그러니 우리 좀 도와달라고.
남자아이들은 정의감에 불타올라 리즈번 씨네 자매들의 대탈출을 도우러 새벽에 달려가는데... 실제로는 자매들의 자살 목격자가 되었다(메리는 이때 살아났지만, 서실리아처럼 한 번 더 시도하였고 성공한다). 애초에 자매들은 집 외부로 도망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단지 죽은 후 신고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시금 모두 충격을 받았다. 리즈번 부부는 집을 팔고 떠나 이혼하였고, 동네 사람들은 처음엔 충격받았다가 점점 리즈번 자매들을 잊어갔다. 그렇게 20년이 흘러 1990년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밝은 미래만 있을 것 같았던 지역은 쇠락하였다.
그럼에도 리즈번 자매를 결코 잊지 못했던 '우리'들은 그 소녀들이 왜 자살했는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다시 소녀들의 물건을 찾아보고 어른들을 한 명 한 명 찾아서 인터뷰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자료 수집하고 인터뷰하여도 자매의 죽음엔 결코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다. 왜냐면 당시 리즈번 자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리즈번 자매의 아름다움만 봤지, 진짜 소녀들의 말을 아무도 듣지 않았고, 소녀들의 진짜 모습도 누구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퍼즐의 빈 공간만을 남겨둔 채 씁쓸하게 소설은 끝이 난다.
/ 내 생각 /
① 화자는, 독자들이 리즈번 자매 엄마에게 편견을 갖도록 유도한다. 책에 다수의 장치(떡밥)가 있다. 나도 처음에 읽을 때는 보수적 엄마에게 시달리다가 자매들이 자살한 건 아닐까 생각하였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찬찬히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리즈번 자매의 엄마는 그냥 보통의 엄마였다.
소설 마지막에 가서 그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화자들이 뒤지고 막 훔쳐 가는데, 거기에 나온 쓰레기에는 자매들의 '키'를 표시한 거라든가, 자매들이 아플 때 썼던 체온계라든가 그런 것들이다. 리즈번 자매 엄마는 여느 엄마들처럼 지매들을 키웠다.
럭스가 남자아이들 앞에서 다리를 벌리거나 테이블에 다리를 올릴 때면 엄마가 탁탁 쳐서 다리를 내리게 했고(이건 엄마로서 당연한 행동 아닌가?!), 럭스에게 홀터넥을 입지 못하게 한 것도 마찬가진데 그 홀터넥은 그냥 천 쪼가리에 불과해서 조금만 부주의하면 한쪽 젖가슴이 그대로 옆으로 다 삐져나왔다. 이 정도 옷이라면 보통의 엄마들은 다 못 입게 할만하지 않은가.
남자애들 눈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들 부모라면 다 엄격해 보이고 보수적이며, 빌런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화자들이 리즈번 자매들을 스토킹하고 관음하는 남자애들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이 애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리즈번 씨네 집 근처 나무에 오두막을 만들고 창문을 뚫어서 자매들을 훔쳐보았고, 벽엔 자매들 사진을 붙여 놓았고, 자매들 물건도 훔쳤다. 이건 거의 뭐 범죄 수준 아닌가?! (이러면서 리즈번 자매 얼굴은 잘 구분 못함)
- 그리고 서실리아 시신을 묻기 전 마지막으로 엄마가 서실리아를 보는데 시신 앞에서 엄마는 "얘 손톱 좀 봐" "손톱 좀 어떻게 해 줄 수 없었나?"라고 말한다. 이 말만 떼서 보면 엄마가 신경질적이고 나쁜 거 같아 보인다. 하지만 당시 묘지 관련 인부들이 파업을 했고, 장례식도 얼렁뚱땅 치르게 되었다(장지 마련도 힘들었음). 사랑하는 딸을 잃고 땅에 묻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 안타까움은 토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자는 이 말만 떼어서 읽으면, 이 엄마가 딸의 죽음이 아닌 손톱 같이 사소한 것에만 신경 쓴다고 엄마를 욕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리즈번 부부는 집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는데, 딸들도 그렇고 동네 남자들이 자기 딸을 훔쳐본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리즈번 자매는 확실히 알고 있었음) 게다가 서실리아의 첫 번째 자살 시도 때도 딸아이들을 훔쳐보기 위해 홍수 방지용 배수로를 타고 집에 몰래 들어온 남자아이가 발견했다. 그리고 서실리아의 마지막 자살시도 역시 동네 남자아이들을 초대했을 때였다. 딸의 자살 시도 땐 항상 외부 남자애들이 있었으므로 리즈번 부인이 집 문을 닫고 아무도 들이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된다. 누구라도 부모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소설 속에 부모에게 '억압된 성(性)' 운운하며 말한 정신과 의사의 말만 믿고 보면, 부모가 나빠 보이는데, 정신과 의사는 그냥 당시 유행하던 이론에 추종하여 진단을 내릴 뿐, 진짜 서실리아가 자살한 이유, 그 부모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정말로 해야 할 일 같은 건 1도 몰랐다. 그래서 리즈번 가족들이 병원이나 상담을 기피하게 된 것도 있다고 본다.
조문 온 사람들 역시 제각각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조문을 위해 손님 2명이 음식을 가져왔는데, 손님 중 한 명은 음식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도 보는 앞에서 리즈번 부인이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버리더라고 기억하고, 또 다른 한 명은 그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대화했었다고 기억한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음식에 대한 기억인데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누구의 기억이 옳은 걸까. 리즈번 부인은 할 만큼 예의를 다 차렸는데도, 리즈번 부인을 나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서 기억까지 조작한 건 아닐까.
② 자매들의 자살 이유
서실리아는 원래도 특이한 아이였다. 자살에 특별한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서실리아의 일기는 점점 현실과 멀어졌고, 누구도 자살의 이유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아이였다. 하지만 나머지 자매들은 달랐다. 집단 자살 시도 3일 전 터리즈는 '브라운 대학'에 입학하려고 준비까지 했다. 집에 감금된 상태에 있을 때도 좋아하는 과학과 자연에 대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소설을 읽어보면, 리즈번 부인이 아이들을 감금했다고 하지만 이때도 아이들은 학교에 출석했다. 아이들은 원래 제각기 친구가 있었지만 서실리아가 죽은 후 단짝 친구라는 아이도 이 자매들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남자아이들만이 유일하게 관심을 보였지만, 그건 진짜 교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예쁘니까 껄떡대는 수준이었다.
메리는 고민이었던 치아를 교정하기 위해 치과에 방문해도 치과 선생은 딱 잘라 엄마 모셔 오라고 말하고 나가 버리고(진짜 죽고 싶었던 아이라면 치아 교정을 하려고 했을까), 럭스는 유일하게 트립 폰테인에게 마음을 열고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트립은 그 순간 질려서 혼자 집에 가버린다(럭스는 다른 남자들과는 '대화'라고 할 만한 것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보니는 단지 서실리아를 추모하려고 한 것일 뿐인데 지방 신문과 이웃 사람들은 보니가 뭔가 미스터리한 강령술을 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리즈번 부부는 매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비난받아야 했다.
리즈번 씨 집을 방문한 성당 신부님은 자매들이 오랫동안 씻지 않은 사실에 뜨악하고 경악하지만, 자매들이 오랫동안 씻지 못했던 이유는 서실리아가 욕실에서 자살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신부님까지도 아이들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한 채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행동만을 보며 뜨악해 한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모두가 자매를 지켜보지만 모두가 자매들에게 무관심하다. 고립은 집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리즈번 부인은 아이들이 밖에서 너무 힘드니까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했다고 한다) 고립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서실리아의 뒤를 따르는 것뿐이었을 것 같다.
모두가 알게 모르게 자매들을 그 길로 끌고 간 것이다.
/ 마 무 리 /
책 여백에 럭스는 이렇게 썼다. "난 여기서 나가고 싶어." 그 소망은 어디까지를 의미했던 걸까? 돌이켜 보니 리즈번 자매들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우리의 도움을 받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그들에게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귀담아듣지를 못했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본 나머지 정작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이 시선은 놓쳤던 것이다. 그 애들이 달리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었겠는가? 부모도 아니고, 이웃도 아니었다. 그들은 집 안에서는 죄수였고, 밖에서는 문둥병 환자였다. 그리하여 리즈번 자매들은 누군가 - 우리-가 그들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며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렸던 것이다. - 258쪽
리즈번 자매와 똑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비록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뉴스나 보도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연을 알게 되었을 때 당혹, 씁쓸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잊게 되고, 그러다가 비슷한 일이 또 생기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잊게 되고, 그러다가 비슷한 일이 또 생기고 또.....
이 고리를 끊고 옆에 다만 있어 줄 사람만 있어도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