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 현명한 투자자를 위한 대한민국 부동산 팩트 체크
김기원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작년부터 집에 관심이 많아졌다. 다들 집을 사니까, 집값이 뿜뿜 오르니 배가 아파서 그런 건 아니고 언젠가 봤던 방송 때문이다. 60~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월세 걱정을 하며, 지금 직장에서 쫓겨나면 길거리로 나앉아야 한다는 상당히 우울했던 인터뷰였는데, 이 인터뷰에 내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나는?!>이란 물음이 떠올랐고,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우리 집이다. 11년째 거주 중. 그러나 내 집은 아니다. 나의 세대주님께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나는 집 밖에 나앉아야 한다. 집이란 공간은, 나의 일상과 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그런 내가 집 밖에 나앉게 된다면?! 무시무시한 상상이다! 이 상상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일단 내 명의의 집을 실제로 소유하든, 소유하지 않든 간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만 있으면 좋으냐? 그렇지 않다. 어떤 유형의 주거, 어디에 위치하고, 집 내부는 어떠한지 등등 생각해 보니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내 집이라고 겨우 마련했는데, 폭우 때마다 물 들어오고, 천장에선 비 새고, 벽엔 곰팡이 슬고, 집안 전체에서 쿰쿰한 냄새나면 진짜 내 삶의 질은 훅훅 떨어질 것이다. 만족스러운 삶과 그야말로 멀고 멀다. 집은 아늑하고 기분 좋은 곳이어야만 한다. 돈이 좀 들더라도, 발품 손품 많이 팔더라도, 공부라면 질색이지만 좋은 집, 아늑한 집, 기분 좋은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그 싫은 공부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 

그만큼 집은 나에게 절대적이다. 공시지가니, 프리미엄이니 이런 것보다 그냥 마냥 집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좋은 장소여야만 한다. 이 광활한 지구 위에 몇 십 평 남짓 나만의 공간, 나만의 이상향 ♡ 가격도 중요하지만, 가격을 넘어서는 내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이 바로 집이다.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고, 그다음은 부동산에 대한 안목, 그다음은 집안을 나누고, 인테리어하는 나의 취향과 안목이 중요하다고 본다. 
  
① 경제력 ② 부동산 정보 및 안목 ③ 인테리어 취향 및 안목
  
①~③ 모두 시간이 꽤나 걸린다. 실제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간이나 자금이 얼마일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①~③번, 이 세 가지 능력을 욜심욜심 키워야 한다! 
  
일단 살고 싶은 집은 이미 정했다. 어느 아파트, 몇 동인 것까지 벌써 정함!! 그런데!! 그 집이... 참말로 그 집이... 최근 몇 년 동안 몇 억씩 뛰었기 때문에, 현재 그 집을 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야속한 집값 상승이여. 물론, 집값은 오를 때가 있고, 내릴 때가 있으며, 정체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내가 점찍은 집을 사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그리고 만약 그 집을 구입하지 못할 시 차선책으로 다른 집들도 뽑아놨는데 문제는 모두 다 비싸... ;ㅅ; 내가 살고 싶은 곳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살고 싶은 그런 곳이네요. 눙물눙물) 어쨌든 누군가 이뤄냈다는 건 나 역시 할 수 있다는 것!! 해보자요 ♡


///



이번에 다산북스에서 낸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는 바로 ②번, 부동산 정보 및 안목을 키우기 위해 읽은 책이다. 언제, 얼마의 가격으로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살 수 있을지, 그 정보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서의 결과는 만족스럽다.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이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기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인 것 같은데(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책 소개 읽기 전 표지와 제목만 봤을 땐 그런 느낌이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분석 기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고, 부동산 수요자들이 꼭 알고 싶어 하는 정보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설명하는 책이다. (오히려 분석 기법은 빠져 아쉬움. 저자의 필살 차트인 '플라워 차트' 계산식 이런 건 수록되어 있지 않다. 영업상 비밀 일런가?!)

통계청, 한국감정원, 한국은행, KB 부동산, OECD의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발표 데이터’만을 활용해 빅데이터 자료를 차트로 바꿔 수록해 놓아 자료의 신뢰성이 상당히 높고, 그래서 설득력 있다. 대도시 및 각 도에 위치한 집값의 상승 추이와 저평가, 고평가, 임대가/매매가 비교 분석 등의 정보를 수록하고 해석해 놓았는데 부동산에 관심 있으신 분께는 상당히 유용해 보인다. 부동산에 관심 없으신 분들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땅값, 집값은 초유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일단 읽으면 관심이 혹할지도 모르겠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저자의 전공이 수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여서 인지,  ‘고령화와 저출산 때문에 우리 집값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등의 문과식 추측성 책과 거리가 멀고, 오직 자료다. 물론 자료 해석에 사견이 들어 있지만, 개인적인 추측, 추론이라기 보다 자료를 토대로 한 해석이기 때문에 좀 더 신빙성 있다. 
    
또 한 가지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유의미한 인덱스를 따로 떼어내 새롭게 조합하고, 새로운 정보 값을 생성해 냈다는 것. 기존 데이터 값도 그냥 저자가 임의로 만든 게 아니고 위에 언급한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데이터들이다. 이 데이터를 새롭게 조합하여 새로운 유의미한 값을 도출한다. 저자가 직접 이름 붙이고, 만든 ‘플라워차트’가 바로 그것이다. 


빅데이터로 만든 아파트 미분양 그래프 및 전세/매매 지수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집값에 미분양 가구수와 전세지수, 매매 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아실 것이다. 



각 시도별 입주 물량 차트. 

어느 지역이 입주물량 폭탄인지, 입주물량 부족인지 알 수 있고 그건 고스란히 집값에 반영된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주택 가격 차트와 분석도 실려 있다. 위 사진은 실질 주택 가격 차트이고, 사진으로 올리지 않았지만 앞 페이지에는 명목 주택 가격 차트도 실려 있다. 아무튼 이 차트만 보면 일본의 부동산 버블 직전과 직후 얼마나 극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변했는지 알 수 있고 우리도 그에 못지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아, 1997 때 봐라. 눙물이 난다. 눙물이...) 




나에게 제일 유용했던 표다. 
부산은 몇 년 동안 집값이 어마 무시하게 올랐는데, 저자는 데이터가 말하길 부산에 있는 부동산(아파트) 투자시 아주아주 조심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저자의 사견이 아니라, 데이터가 나타내는 바를 설명한다)

저자의 주관과 추측이 배제된 부동산 빅데이터. 
이 빅데이터를 가지고, 몇 가지 유의미한 요소들을 조합해서 저자는 유의미한 값을 도출하고, 뭇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시각화(플라워 차트) 한다.  

여기서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각 그래프에서 x축과 y축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뜻을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해내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책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지만 중요한 것은 읽는 동안 이해해는 것과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말로 글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 정도의 수준으로 이 책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독서든 공부든 그 무엇이든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말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내로라하는 저명한 학자들은 사실 누구나 다 접하는 정보를 자기 식대로 소화하고, 자기 말로 풀어낸 사람이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고,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새로운 걸 만들어 낸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자기만의 분류로 새롭게 정보를 해석하고, 가치를 창출해 냈다. 남들도 다 알고,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잡다한 정보 중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유용한 것인지 뽑아내는 선구안, 그 선구안으로 뽑아낸 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유의미한 가치를 도출해 낸 것.

///

사실 이 책을 처음 훑어봤을 때, 그래프가 많이 나와서 무척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어렵지 않았다. 경제나 통계, 부동산에 문외한인 사람도 찬찬히 읽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다. 중학생 수학시간에 배우는 x축 y축 읽는 수준까지만 되어도 된다. 

다만, 책을 건성으로 읽거나 그래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성급하게 넘기면, 소중하고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 수학과 경제는 무엇보다도 각 개념과 각 그래프의 x, y 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어려울 듯 보이나, 실상 전혀 어렵지 않은 책, 저자의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이 어떠한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부동산은 정말 빅데이터가 빛을 발하는 분야인 듯싶다. 예전에는 다만 상권 분석에 빅데이터가 중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주거 분석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한 여성이 있습니다. 

복슬복슬 한껏 부푼 아프로헤어를 한 일본 중년 여성이요. 




이 여성은 일본 고도성장기의 온갖 달콤한 열매는 한껏 따다 먹고 자란 세대입니다. 그녀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고, 역시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신문사의 기자로 취직합니다. 그리고 1990년 대, 엄청나게 부풀었던 버블이 뻥하고 터졌을 때도 그녀는 살아남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히 논의될 때 직장에 안전하게 안착했고, 나름 전문 직종, '깨어있는 의식의 소유자들이 일하는 곳'이란 환경 때문에 처우가 좋아 퇴사의 압력 없이 여성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갑니다. 


월급. 당연히 많습니다. 때로는 주체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옷 사는데 돈을 팡팡 씁니다. 사실 옷 사는 거 말고는 딱히 돈 쓸 데도 없죠.  하지만 모든 걸 바꿔 놓는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사실 큰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생각과 마음에 스며들었고, 급기야 완전히 그녀 마음속에 자리 잡습니다. 


이 일은, 이 책의 저자가 작년에 낸 책인 『퇴사하겠습니다』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던 상사의 마흔 번째 생일, 저자는 약간 적의에 담긴 말을 상대방에게 건넵니다.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네요."


하지만 되려 이 말은, 그녀의 마음에 똬리를 튼 채 그녀의 마음을 들쑤십니다. 인생이 뭔지, 어떤 삶이 만족스러운 삶인지 생각해보자는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헤집고 다니는 거죠. 하지만, 누구나 알겠지만 이런 생각은 정말 중요하지만, 정말 귀찮고 짜증 나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막연하고, 피곤한 생각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녀는 바쁜 현실 속에서 애써 이런 생각들을 잊으려 합니다. 


그러다 그녀는 지방으로 발령받습니다. 아주 약간의 관광시설이 있을 뿐, 사실 아주 외딴곳입니다. 그녀는 성공하기 위해 애써 노력해 수도인 도쿄로 진출했는데, 다시 고향으로 되돌려보내진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막막하고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래도, 회사에서 그곳으로 가라 하면 가야지요. 그녀는 군말 않고 내려가 일했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대로 돈을 팡팡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외딴 시골 같은 곳, 유배지 같은 곳에서 마땅히 돈 쓸 만한 곳이 있어야지요. 저절로 옷을 쇼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쇼핑할 수가 없어! 없으니까. ㅋ) 저절로 대형 마트에 가서 음식을 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시골 장에 가서, 그날 먹을 음식을 조금씩 사게 되었습니다. 하, 엄청나게 불편하고 짜증 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옷 사는 것보다 더 즐겁고 재밌습니다. 늘 먹던 음식, 메뉴인데 재래시장에서 먹을 만큼만 사서 그날 바로바로 해 먹으니 음식이 너무 맛있습니다. 유배를 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그녀는 사고방식, 생활 방식을 조금씩 바꾸며,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며 퇴사를 준비합니다. (퇴사 준비 기간 10년 ㅋ) 


여기까지가 이 책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의 전작, 『퇴사하겠습니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퇴사하겠습니다』의 후반부는 퇴사하고 난 후의 생활을 적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는 퇴사하고 난 후의 생활, 아니 구체적으로 전자제품 없는 생활을 쓰고 있습니다. (퇴사 후의 생활을 총체적으로 짚진 않아요. 저는 퇴사 후의 일상, 생활 습관 뭐 그런 게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저자의 아버지는 어느 가전 회사의 영업사원이었습니다. 잘 살진 않았지만 가전회사의 직원으로 누구보다 빨리 남들이 선망하는 가전제품을 집에 들입니다. 에... 또... 성과급을 위해 꼭 자사 가전제품을 사야 한다는 사내 규약 때문이기도 했고요. 좁은 사택에 살아도, 같은 반 제일 잘 사는 친구보다도 먼저 최신 가전제품을 가졌습니다. 컬러텔레비전도 저자가 제일 먼저 갖게 됩니다. 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컬러텔레비전을 보게 해줬을 때의 그 우쭐함이란. 


가전제품 소유의 최정점은 바로 전자레인지였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이 작은 상자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마법 같은 일이죠. 차갑게 식은 밥이, 이 작은 상자에 들어갔다 나오면 따뜻해졌습니다. 식은 국도 뜨끈뜨끈 김을 폴폴 내며 나왔습니다. 차가웠던 물수건이 따뜻한 물수건이 되어 나와 작은 손을 데워졌을 때의 그 놀라움이란.




가전제품은 고도성장기 때 모두가 갈망하고 원하는 것이었고, 하나씩 하나씩 소유해야만 하는 그 무엇이 되었습니다. 남들이 없는 걸 가질 때의 그 희열이 시작이었을 겁니다. 그러다 그게 꼭 필요해졌고, 그렇게 반드시 필요한 무언가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뒤바꿔 놓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죠.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초토화되었고, 일본 전역에선 전력이 부족해졌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전력 사용 줄이기에 애씁니다. 저자도 마찬가지였죠. 그리고 그녀는 에너지의 근본부터 차분히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껏 태평스럽게 원자력 발전소가 만들어 내던 전기를 쓰지 않았냐면서요. 


그렇게 절전을 실천하면서, 그녀의 삶에 이미 들어와 있는 전자제품에 대해서도 하나씩 하나씩 생각해보게 됩니다. 결국 '과연, 이 가전제품이 나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우여곡절 겪기도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처분합니다. 


진공청소기 > 전자레인지 > 텔레비전 > 급기야.... 냉장고까지!! 


단순히 전기세를 아끼고,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일상생활을 돌아보고, 자기 삶을 돌아보고, 결국에 우리의 삶까지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불편을 받아들입니다. 불편이야말로 인간이 살아있는 것이라고요. 일본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셉니다.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 참, 출판사 관계자님. 사물인터넷은 LoT가 아니고 IoT입니다. 오자 수정해주세요), 유비쿼터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작은 노동도 결코 봐주기 힘든가 봅니다. 아주 사소한 노동도 기계로, 컴퓨터에게로 넘기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사실에 격분하죠. 4차 산업혁명이 바라는 세상은, 인간이 반신불수인 세상을 바라느냐며요. 불편해야 살아있는 것이고, 완벽히 편한 상태는 사망 상태라고요. 




저도 동의합니다. 

전작 『퇴사하겠습니다』를 읽을 때도 몇몇 부분에서 저와 생각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편한 걸 받아들이는 게 인간다운 삶이라는 걸 말이죠. 물론 이 불편함은, 자발적 불편함이어야 합니다. 타인의 강요, 어쩔 수 없는 불편은 아니어야 하죠. 


똑같지는 않지만 저자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웬만한 제 옷은 손빨래하기, 전자제품은 가급적 쓰지 않기.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삶을 잘 컨트롤해가지만, 저는 다른 가족이 있기 때문에 공동생활에서 비롯하는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히 전자제품에서 벗어나는 생활은 못하고 있어요. 여러 번 바꾸려고 했지만, 가족과 갈등이 피치 못하게 일어나고, 제 성질이 자꾸만 날카로워지고, 잔소리만 늘어놓게 되니 내 가족들이 뭔 죄일까 싶고, 가족과 싸우는 삶, 갈등하는 삶은 행복과 만족과 너무나 먼 것이기에 그냥저냥 맞춘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니멀라이프에 영향을 받아, 다운사이징하고 있지만, 과연 전자제품을 다 처분하는 삶을 원할까는 살며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저자가 독자들에게 자기 삶을 살라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삶도 사실 가능하답니다!'라고요.


저자는 어떻게 하다 보니에도시대의 라이프스타일, 일상의 물건을 지향하게 되었는데, 저는 조선시대의 소박한 우리 선조들의 삶을 선망합니다. 미니멀리즘, 단샤리, 북유럽... 다 좋게 생각하는데 저는 아무리 봐도 다른 것보다 우리 선조의 담백하고 정갈한 삶이 제일 좋네요. 미니멀리즘이 우리나라에 열풍인데, 왜 우리 선조들의 검소한 삶, 정갈한 세간살이들은 유행으로, 트렌드로 자리 잡지 않는지 의아하고, 사실 좀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좋은 라이프 스타일을,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있는 생활 용품을 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지, 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지.  


이 책을 덮고 새삼 또 다짐하게 되네요. 이 분이 본인의 일상,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나하나 직접 경험하고 선택했듯, 저도 그렇게 해야겠다고요. 이 분이 지극히 본인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개척했듯, 저도 제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개척하고,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고, 결심하고, 선택해볼까 합니다. 우선, 리스트 작성부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의학 에세이 : 의학 인물 편 - 서민 교수가 재치 있게 풀어낸 의학 인물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눈부신 성취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서민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수명을 연장 시키고,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 수많은 의사들과 연구자들,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기리기 위해 노벨 재단에서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마련하여 시상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생리의학상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이제는 옛날 일이 되었지만, 한때 H교수에 큰 기대를 걸었다가 온 국민이 상처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 물리도, 화학에 대해서는 활발히 이야기해도, 생리의학 분야는 거의 언급조차 안 되는 것 같다. 묵묵히 연구실에서,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생리의학 분야는 인류에게 즉각적이고도 광범위한  효과를 미칠 수 있어 충분히 관심 가져야 할 분야라 생각한다. 일단, 나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전공과는 안드로메다급보다 멀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적 수준도 한참 모자라서 전공서적이나 과학 잡지는 읽기 힘들지만  청소년을 위한 쓴 쉽고 재미난 교양서적으로 조그이나마 배경 지식은 쌓으려고 노력 중. 

그래서 읽은 책, 서민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의학 에세이』


일단 나는 서민 교수님이 기생충 이야기를 하거나, 의학 관련 이야기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글을 좋아한다. 서민 교수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아는 사람들은 알 테지만 서민 교수님의 '글'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신 것 같다. 그래서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쉽게 글을 쓰려고 애쓰신 것 같다. 적당히 유머도 섞고, 본인의 생각과 주장도 곁들여서. 물론 이 때문에 서민 교수님의 글에 대한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극명한데, 일단 나는 서민 교수님의 전공 분야인 기생충이나 의학 분야의 칼럼은 참 좋더라. 이 책도 좋았다. 

사실 노벨상은, 연말이 되면 항상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고, 다양한 매체에서 노벨상을 다룬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인류에게 제일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생리의학상> 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오히려 허상 같기도 하고, 관념적인 철학 같기도 한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쏠린다. 예로부터 실용적인 것은 낮게 보고, 천대했던 문화 때문일는지. (병을 고치는 의원은 주로 중인이었다)

이 책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친 생리의학 분야에 매진한 몇몇 사람을 뽑아 쓴 책이다. 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사람들이고, 몇몇은 노벨상을 받지 않았지만, 의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의학 인물 편>이라는 제목을 보고, 혹여나 내용이 어렵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다루는 인물의 생애와 그들이 연구를 어떻게 시작했고 그 결실은 어떻게 맺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누군가의 전기를 읽는 듯 가볍게 읽었다. 내용은 가볍지만, 교훈은 가볍지 않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책이니 만큼, 서민 교수가 책에서 다룬 사람들의 인물 됨됨이, 근성 등 교훈적인 모습을 부각했다. 

그리고 우리도 노벨상을 받기 위해 좀 으쌰으쌰 하자는 내용도 드문드문 보인다. 물론 노벨상이 다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몇몇 고질적인 문화만 바꿔도 노벨상 수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그런 뉘앙스다. ('노벨상을 받아야만 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됨. 그건 오독)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이 대부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분들이고, 각 장의 끝마다, 노벨상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고 참말 이 책에 노벨상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노벨상을 받기만 하면, 우리나라 과학, 의학 분야의 많은 부분이 바뀔 것 같다. 나라의 지원도 대폭 늘 것 같고, 재단도 많이 설립될 것 같고, 개인들의 후원도 늘어 날 것 같다. 노벨상이 우리나라에 득이 되면 득이 되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인데  그렇다고 여기에 목을 맬 필요는 없을 듯. 본인 연구에 몰입하면 언젠가는 누군가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노벨상을 받으면, 꽤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목표로해서 달릴 필요는 없다는 것, 오히려 후진성만 드러나고 성과는 미미할 것이란 생각이다. 어쨌거나 일반인, 청소년들은 본인이 꼭 과학이나 의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꾸준히 지식을 쌓아가는 게 좋다고 본다. 어쨌거나 과학과 의학은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질병의 고통, 단명의 비극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그러니까 연구가 본인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더 나아가 인류 삶의 질을 높여주기를 바라며 연구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일단은 남의 말, 세간의 평판에 너무 휘둘리지 말기! 이 책에 언급된 사람들은 대부분 고독한 시간을 가졌고, 뭇사람들의 몰이해와 비판에 직면했었다. 제일 힘든 건 아마도 무관심이었겠지. 어쨌거나 이래나 저래나 이 책에 실린 연구자들은, 주변의 시선과 주변의 비판에 휘둘리기 보다 자신의 마음을 따랐고, 자신의 결심대로 살아냈다.

언제나 무엇이 나를 만족스럽게 하는지 늘 생각하기, 만족과 행복을 좇기! 

햐, 청소년을 위한 의학 에세이를 읽었는데,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과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 질문 던지며 이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 -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그리스신화의 지혜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은 동기 │
아, 정리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인물들이여.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다 헷갈려! 미노스 궁에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운 영웅은 누구야? 헤라클레스야, 오디세우스야, 아킬레우스야? 설마, 아가멤돈은 아니겠지. 
발정난 제우스, 그 때문에 질투난 헤라! 그래서 헤라가 괴롭힌 여자는 도대체 몇 명이고, 그 이름들이 뭐였더라? 배다른 제우스의 자식들, 그 자식들에 내린 헤라의 저주. 그 저주를 받고 한 평생 생고생만 하다 영웅으로
등극한 사람은 누구지? 그 이름 모두 들어봤는데, 모두 들어봤던 에피소드인데, 누가 겪은 에피소드인지 다 헷갈리고, 헷갈려! 이제 이 헷갈림에서 벗어나고 싶똬!

그래서 읽었다.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는 신문기자 출신인 김태관 씨가 쓰고, 홍익출판사에서 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급격하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을 보고 다시 신화를 읽어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신화는 오래된 미래이고, 2,000년 전 신화 속에 이미 이 시대의 화두, 인간 군상이 이미 다 출현했으므로. 막막하고 두려운가, 그럼 고전으로 돌아가라! 역시나 미래의 길은, 고전에 있으니. 

굳이  AI 시대가 도래해서가 아니라도, 그리스 신화는 꼭 알아둬야 한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은 그리스 신화를 알지 못하고서는 아무리 서양 문화를 접해봐야 수박의 겉핥기로 그칠 수밖에 없다. 

///
 
며칠 전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읽었다. 이 소설은 어린 딸이 바람둥이 아버지를 보고,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하기는커녕 그의 일탈을 더 부추기고 자신을 억압할 것 같은 아버지의 애인을 궁지로 몰아 결국 자살하게끔 만드는 이야기다. 출간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21세기가 된 지금 읽어도 충격받을 사람은, 충격받을 만한 이야기이다. (물론 1954년에 출판된 작품으로, 당시만 해도 소설의 내용은 자유분방하더라 해도 외설적이거나 노골적인 묘사는 없다. 단지, 상상하면 엄청 야하고, 상상하면 엄청 막장 OF 막장이라는 것) 

처음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을 읽었을 때,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고, 막장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트 노벨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지, 왜 20세기 고전의 반열에 들어갔는지 궁금했고, 이해불가였다. 그런데,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조금씩 그리스 신화도 접하면서 왜 사강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읽히고 프랑스에서 인정받는지 알 것만 같았다. (물론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아직도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 신화, 그 서사시를 보면 사실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내용은 없다. 영웅이 태어나고, 신탁대로 양부모의 집을 떠나 갖은 고생과 모험을 하고, 결국 왕과 왕비인 친부모를 만난다. 하지만 친부모를 만난 기쁨도 잠시, 영웅은 친부모를 죽인다. 혹은 근친을 한다. 인륜을 저버렸기에 신과 요정에 쫓기는 신세가 되거나 스스로 괴로움을 못 이기고 자살한다. 

그리스 신화는 보통 이야기 속 주인공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막장적 상황에서, 영웅은 자기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해야 함은 당연하고, 온갖 고초와 잔인한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미션 수행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그런데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부정하느냐 이것이 영웅과 영웅 아닌 자를 가르는 것이다. 헤라클레스처럼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인간에서 신으로, 신분 상승(?!)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파우스트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듯, 다른 버전이라 볼 수 있다. 파우스트는 늘그막에 일탈을 꿈꾼다. 잘 살다가 늙어서 폭주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엔  신으로부터 구원받는다. 권선징악이 뿌리 깊게 내린 동양, 그것도 전통적 유교 국가에서 볼 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다 있냐며 발끈할 수 있지만, 이런 레퍼토리는 그리스 고전에 뿌리를 두고,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 때 되살아났으며 이후 반복적으로 재평가 받으며 셰익스피어, 라신, 코르네유 등 수많은 작가에 의해 재창조되었다. 그래서 유럽 소설들에 이런 요소들이 많이 녹아 있다. 그래서 가볍디가볍다고 평가받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에도 이런 요소가 스며 있고,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높이 평가하고, 평가 절하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나서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를 읽었는데, 많은 게 이해가 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도 그리스 신화 관련 교양서적을 읽었고, 또 그리스 신화를 노래하는 아이스킬로스나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읽었지만 사실 읽고 나서 인물 정리나 이야기 정리를 하지 않아서 그냥 언제나 읽을 때뿐이었다. 모든 게 조각나고, 편집된 단편적인 이야기. 그런데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를 읽으니, 각 이야기마다 그리고 각 인물들마다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것 같다. 역시나 아직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서 설명은 제대로 잘 못하겠지만, 좀 예전과 다른 느낌이 든다. (덕분에 『슬픔이여 안녕』도 새롭게 와닿았고) 


///


『곁에 두고 읽는 그리스신화』는 1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 1부는 올림포스 12주신과 2세대 주신에게 자리를 내어 준 1세대 주신 2명을 합해 총 14명의 신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 2부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명한 5명의 영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에피소드 위주가 아니라, 인물별로 이야기를 구성했기 때문에 평소 나처럼 인물이 헷갈렸던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인물에 대한 무겁고 깊은 분석이 아닌, 인물별 에피소드나 운명, 혹은 각 인물들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든 다른 이야기(버지니아 울프, 『폭풍의 언덕』, 중국 고전 등등)가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어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리스 신화는 읽는 사람의 의도만큼, 능력만큼 따 그만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읽는 사람이 의도한 바에 따라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다양하게 '큐레이션'할 수 있다는 의미. 본인이 의도한 만큼 이야기를 다양하게 배치, 편집, 의미를 함축를 함축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이나,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책을  접하면 헷갈리므로 인물별로 쉽게 정리된 책을 추천한다. 그런 책을 읽으며 스스로 정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전. 고전은 여전히 그 가능성이 무궁하다.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재창조 되었는데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다. 나는 그리스 신화 혹은 신화를 매개로 새롭게 쓰인 이야기를 접할 때, 그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다는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싶다. 능동적으로, 생산적으로 읽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께 이 책을 추천하는 바다. 그리스 신화 속 유명한 신과 영웅을 정리하기에 참 좋다. 

그리고 그냥 읽는 것도 재밌다. 신화는 막장이고, 막장은 일단 재미를 보증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 이야기
니시 카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가 니시 가나코의 에세이입니다. 제목대로 밥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란에서 태어났고, 자라기는 이집트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는데요, 그래서 그곳에서 무얼 먹고살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나 봐요. 그런데 그녀의 대답은 의외입니다. 

"일본 음식!" 

저자는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에 살면서 거의 매 끼니 일본 음식을 먹고 자랐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이상하다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그냥 일본 사람이니 일본 음식을 먹는 게 당연한 줄 알았죠. 하지만 나중에 커서 생각해보니, (그리고 기억의 파편을 그러모아 회상해 보니) 어머니의 희생이 정말 컸고, 매 끼니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 덕분이었단 걸 깨닫죠. 게다가 이런 부모 곁엔 또 대단한 지인이 있습니다. 이 가족들을 위해 일본에서부터 이집트까지 날계란 한 판을 공수해주기 위해, 비행기 타고 가는 내내 계란 한 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은 분도 있죠. 지구 반바퀴를 돌고 돌아 이집트까지 간 일본 계란입니다. 가격은 매길 수 없고, 이렇게 공수된 계란이 맛이 없을 리 없죠! 그렇게 니시 가나코는 부모님(특히 어머니)과 지인분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머나먼 타국에서도 일본식 밥을 매일 먹고 자랄 수 있었습니다. 매 끼니에 녹아 있는 지극과 정성을 먹고 자란 것이죠. 

그래서 저자는 한 끼 식사의 가치를 압니다. 일단 밥에 대한 생각이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아요. 작가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밥에 대한 묘사, 한 끼 식사에 대한 묘사, 먹는 장소에 대한 묘사가 참 좋습니다. 그렇다고 까탈스러운 미식가는 아닙니다. 미식가보다 음식에 대해 무덤덤하면서, 자기 스타일, 선호가 확고하고 남들이 주저하는 괴식을 좋아합니다. 인간미 넘친달까요. 아마도 어릴 때 이집트에서 어머니가 정성껏 해주신 음식을 먹고 자라, 한 끼 식사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까탈스러운 게 없고 무난합니다. 그 대신 음식에 담긴 정성과 마음의 맛을 놀랍도록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좋아요, 이 분 스타일, 가치관이 좋아요. 

 
음식에 대한 추억과 느낌, 선호하는 음식과 식당 등 그 묘사력이 참 좋아요. 무척 마음에 들어서, 몇몇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고 필사를 하고 싶었어요. 필사 욕구 뽐뿌! 
  
자기만의 감상과 느낀 점을 가볍고, 재밌게 쓰고 공감 가도록 잘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런 글이 무척 좋은데요, 읽는 맛이 있어요. 맛있는 밥만큼이나 맛있는 글입니다. 맛있는 밥을 먹으면 먹기 전과 먹고 난 후의 기분이 무척 다르듯, 맛있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들뜨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어딘가 안심이 되기도 하는 그런 여러 가지 느낌이 듭니다. 
  
니시 가나코는 참 잘 ‘느끼는 사람’ 같았어요. 읽다 보면 ‘아, 그렇지, 나도 이렇게 느꼈는데 참 잘 표현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았어요. 표현도 가볍게, 가볍게, 고개 끄덕끄덕.
  
문체는 가볍고, 솔직합니다. 글이 사뿐사뿐하달까요. 자연스럽게 같은 일본 에세이이스트(본디 그림책 작가)인 사노 요코가 떠오릅니다. 많이 닮았습니다. 같은 일본 작가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몇 문장만 읽어보고 ‘왠지 이 분, 사노 요코 씨의 글을 좋아하겠는걸.’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일본에서 작가로 활동하기 이전에 외국 생활을 장기간 한 것도 비슷하네요!
  
하지만 격차는 제법 느껴집니다. 이 격차는, 실력 차이라기보다 연륜 차이라 봅니다. 사노 요코는 1938년 생, 니시 가나코는 1977년 생이죠. 사노 요코는 이미 돌아가셨고요. 
  
사노 요코는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에세이집을 펴냈습니다(물론 새로운 이야기보다 쓴 이야기를 쓰고 또 썼던 건 단점이지만). 저 개인적으로 사노 요코가 젊었을 때 쓴 글보다 나이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들었을 때 쓴 글을 좋아합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후에 쓴 글, 그리고 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쓴 글이 참 좋아요. 삶에 대한 담담함과 담백함이 묻어있거든요. 산전수전 다 겪고, 주위 많은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그런 글이죠. 인간에 대한 기대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도 어느 정도 담담해진 후에만 쓸 수 있는 글.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어렵지 않아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은 결코 아닙니다. 귀한 글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른 후, 그것도 아주 많이 흐른 후 『밥 이야기』를 쓴 니시 사나코도 60대, 70대가 되면 노년에 사노 요코가 남긴 그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깊이는 덜한 느낌이에요. 덜 우러났달까, 발효가 덜 되었다고 할까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니시 사나코의 글은 대체로 솔직하긴 하지만, 일본 사람 특유의 체면치레가 좀 심한 것 같아요. 특히 지인이 해준 음식은 너무 심할 정도로 ‘맛있다, 맛있어!’라고 연발하는데요, 이 부분은 살짝 거북해요. 처음엔 '와, 정말 맛있나 봐! 나도 먹고 싶다!'라고 생각되는데 하지만 뒤에도 계속 '맛있다, 맛있어!'라고 하니 '이거 뭔가 수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맛있으니 맛있다고 했다 싶지만 굳이 되풀이해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뭐 아직 연륜이 덜 차서 글에서 우러나는 맛은 덜하지만, 그래도 참 기대되는 작가에요. 이름 체크해두고 국내에 번역된 책들은 읽어볼까 합니다. 
  
니시 가나코 덕분에 ‘활자밥’ 한 그릇 잘 먹었어요. 활자로 맛있는 냄새 맡고 오물오물 씹고, 맛보고, 소화시키고. 꺼억~! 활자밥 한 끼 뚝딱! 아, 이 맛. >ㅁ< 이래서 제가 음식 관련 에세이를 끊지 못하나 봅니다. 저도 니시 사나코처럼 실제 밥보다 활자밥이 더 맛있네요! 활자밥, 또 먹고 싶어요. 냠냠냠 X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