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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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이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들을 좋아한다. 

- 프레드릭 배크만, 『베어타운』, 66쪽.

위 내용을 다음과 같이 고칠 수도 있다. 


베어타운 사람들은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베어타운 사람은 '그'를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를 좋아한다. 




『오베라는 남자』를 쓴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베어타운』의 이야기다. 


쇠락해 가는 숲 마을 '베어타운', '베어타운'의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 아이들도 줄어든다. 3개가 있던 학교는 어느새 하나로 줄었다. 공장도 문을 닫았다. 백수가 된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마을 술집에 죽치고 앉아 술을 마시며 화를 내고 싸우며 시간을 허비한다. 희망이 없다. 미래가 없다. 단 하나를 빼고. 베어타운 청소년 아이스하키 팀. 베어타운 마을 사람들이 유일하게 기대하는 것이다. 아이스하키 청소년 팀이 전국 우승을 하면, 시에서 지원이 쏟아질 것이다. 잊혔던 숲 마을이 다시 미국 국민의 온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이 마을에 아이스하키 지원 센터가 지어질 것이다.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꾸는 전국의 아이들이 베어타운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럼 인구는 늘고, 인구가 늘면 시의 지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떠났던 공장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면 술집에 죽치고 앉아 있는 동네 백수들이 다시 공장으로 일하러 가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그들은 결혼을 하고 올망졸망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럼 마을 인구는 더욱 늘어나고, 마을은 더욱 커질 것이며 시에서의 지원은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모든 것이 선순환 된다. 단, 아이스하키 청소년 팀이 전국 우승을 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별 볼일 없게 된 마을, 베어타운 사람들은 아이스하키 청소년 팀에게 온 기대를 건다. 그 기대는 도가 지나쳐 집착이 된다. 집착은 이것 아니면 저것, 단 하나의 논리로 이뤄져 있단 거다. '이기거나 지거나.' 이 외에 다른 건 존재하지 않는다. 있을 수 없다.  


운동으로 다져진 덩치 17세 남자아이가 힘으로 억눌러 15세 여자아이를 성폭행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빤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여자아이의 가녀린 손목에 난 시퍼런 멍은 분명 두 눈에 보이지만 마을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것, 있은 적 없는 것이다. 왜 성폭행 당한 지 일주일 지나서 왔냐고, 일부러 결승전 원정 경기를 떠나는 아침, 팀원들이 모두 버스에 탔을 때 경찰을 불러 연행한 것 아니냐고, 이건 다 아이스하키 팀이 결승에서 이길까 질투에 눈이 멀어 한 행동이 아니냐고, 그냥 사춘기 소녀가 관심받고 싶어서 난리를 피우고 소동을 벌인 게 아니냐고 말한다. 베어타운 미래를 망치려고 한 수작. 집착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믿는다. 믿음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믿음은 사실이 되고, 그 어떤 증거가 있어도 그 증거는 불충분한 증거다.  모든 원흉,  그 여자아이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아버지다. 


마을 사람들은 암묵적 동의하에 그 소녀와 그 가족들을 따돌리고 괴롭힌다. 여기서 가해자는 피해자로 둔갑된다. 왜냐, 가해자는 베어타운이 온 기대를 거는 에이스, 유망주이기 때문이다. 베어타운 사람들은 승자를 사랑한다. 딱히 호감 가는 부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승자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이기적이며 배려심이 없다. 그래도 베어타운 사람들은 '그'를 용서한다. 이기기만 하면 그를 좋아하는 것이다. 





청소년 아이스하키 팀 에이스인 케빈이 빠지고서도 결승전에서 이겼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케빈은 그냥 가해자로 남았을 것이다. 에이스이긴 했어도, 빠져도 상관없었을 에이스, 팀에 없어도 되는 그런 존재이니까. 부도덕한 짓을 저질렀으면, 당연히 그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케빈이 빠진 팀은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졌다. 아슬아슬했다는 것은, 이길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졌다. 아슬아슬하게 졌다. 그럼 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경찰에 연행되어 결승전에 불참하게 된 케빈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둔갑되고, 피해자인 마야가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 기대가 무너진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기대를 무너뜨린 분풀이를 할,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게 피해자인 마야와 그 가족이다. 



공동체의 결집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리더의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또 뭐가 필요할까. 우리가 아닌, 적이 필요하다. 


아이스하키는 상당히 거친 운동 경기고, 팀워크가 중요하다. 이 팀워크를 위해 단체 훈련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농담에도 우리가 아닌 적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비하가 담겨 있다. 적에 대한 혐오와 비하의 말들은 팀의 결속을 단단히 해준다. '와하하하' 웃는 웃음에 상대가 받는 상처는 느낄 수 없다. 그들의 혐오와 비하의 상대는 대부분 자기들보다 약하거나 소수자들이다. 여자, 동성애자, 작거나 말랐거나 뚱뚱하거나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 


베어타운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화를 내고 열등감에 젖어 살지만 그들은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들을 적대시하며 똘똘 뭉친다. 이건 베어타운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세상 어느 곳, 그 어느 집단에서도 예외 없이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공동체, 우리가 똘똘 뭉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 적이 필요하다. 우리를 우쭐하게 만들 나약하고 비열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혐오의 감정, 우릴 우쭐하게 만드는 나약한 존재를 짓밟는 것도 하나의 중독적 증세가 아닐까. 아무것도 해결하는 것도 없이 아무것도 나아지게 하는 것 없이 단지 정신 승리만 있을 뿐이다. 아편보다 더 강력한 중독성.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데 아무 의미 없는 중독성.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  약자를 짓밟고 정신 승리하는 중독을 극복해라는 게 아닐까. 

빙판 위에서 비틀 비틀 거리는 한 소녀가 10년 후 베어타운을 빛나게 할 스타로 자랄 수 있다. 동성애자라고 비난받는 소년이 책임감 있고 리더십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나와 너, 우리와 적, 소수자 이렇게 나누면 이들은 이렇게 클 수가 없다. 구분, 차별 짓기는 그만. 있는 그대로 그 존재를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이 소설이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정치적 승리를 이뤄가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대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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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 - 상위 1% 부자 3,000명에게 배운, 평생 돈 걱정 없이 사는 법
다구치 도모타카 지음, 안혜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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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때 잘 나가는 학원 선생으로, 돈 잘 벌고 돈 잘 쓰는 인생을 살았던 저자. 잘 나가는 인생, 고급 술집에도 잘 나가고, 고급 의류점에도 잘 나갔던 저자에게 잘 나간 건 주머니 속 돈이고, 결국 저자에게 남은 건 뭐다?! 엄청난 빚과 엄청난 뱃살, 엄청난 몸.무.게.  


  저자는 빚에 짓눌려 허덕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복(福)이자, 불행의 씨앗이었던 직장부터 그만두고 부모님 밑으로 들어가 일을 시작한다. 고급 술집도 끊고, 명품 옷도 그만 사 입었다. 그랬더니 빚도 줄고, 몸무게도 줄었다. 그리고 반대로 없던 돈이 늘고, 없던 인기가 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새 인생 출발!


미니미니한 책, 앙증맞다!


  이 책은 막장 인생에서, 부자로의 인생으로 전향한 저자의 경험담이 듬뿍 녹아 있는 책이다. 책 표지엔, <상위 1% 부자 3,000명에게 배운, 평생 돈 걱정 없이 사는 법>이라고 적혀 있으나, 이 책을 읽고 난 내 개인적인 생각, 느낌으로는 거의 100% 저자의 경험담일 거란 추측을 해본다.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 중, 태반이 의식주 중 식(食)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 뚱뚱보였다가 늘씬하게 살을 뺀 저자가 자신이 살을 뺀 경험이 강렬했기 때문 아닐까. 세상엔 많은 부자들이 있지만, 이렇게 먹는 것과 관련해서 이렇게 길게 쓸 부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저자처럼 뚱뚱한 빚쟁이였다가, 늘씬한 부자가 된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부자들 중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진 않다. 그런 고로, 이 책은 '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이라 돼있지만 내 생각엔 <'저자 본인'이 예전엔 했지만 이제는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 정도로 읽힌다. 


  어쨌거나 유익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나도 꽤나 많이 가지고 있는 습관들이다. 아니, 언급된  40가지 습관 거의 다 내 습관인데?! 그런데 나는 왜 부자가 아니지? -ㅅ- 그러니까 이 책의 맹점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부자들이 절대 하지 않는 40가지 습관>을 몽땅 다 가진 사람이라도 다 부자인 건 아니라는 것. 


  일단 난 뚱뚱하지 않고, 먹기 싫은 음식은 먹지 않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또 아침 식사는 내 태어나서 굶어 본 일이 한 손에 꼽고, 메뉴 선택으로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 생각하여 거침없이 메뉴를 고르고, 중요한 이야기는 늦은 밤 술자리에서 하지 않고, 냉장고 식재료는 제 기간 내에 먹고, 딴 일하면서 간식도 먹지 않고, 브랜드, 독학, 택시, 치아관리, 소유 등. 이 책에서 언급한 습관이 이미 거의 다 내 습관인걸. 사람 사귀는 것, 이성 친구 만나는 것도 뭐 특별히 다르지 않다. 그런데 왜, 나는 부자가 아닌 거지. @ㅅ@ 그냥 이 책은 <습관으로 들이면 좋은 40가지 습관> 정도인 듯. 뭐 물론 부자도 갖고 있을 습관일 가능성도 높다. 


  음,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부자는 어느 정도 부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여기 언급된 부자들은, 내 생각엔 막 어마어마한 부자라기보다는, 중산층 정도랄까 여유 있게 사는 정도의 사람이란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이 책은 부(富)와 관련해서 핵심은 집는 책은 아니고, 이런 습관을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될 확률이 높음을 말한다. 부자이기 위한 40가지의 조건을 설명하므로 이 40가지 습관은 부자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고, 필요조건이랄까. (왜냐면, 난 이 마흔 가지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도 부자가 아니니까.) 


  얼마 전에 전전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한다고 오랜만에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내는 꽤 놀랐는데 77살인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세가 곧고, 몸에 균형이 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비선 실세이자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부자인 최 모 씨는 결코 날씬한 몸매가 아니므로 꼭 날씬해야 부자인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 책이 주장하는 바 수긍한다. 그리고 꼭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평상시 습관들이면 삶의 질이 올라가는 습관이니, 추천한다. 무엇보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저자는 20대 때 분에 넘치는 월급에 휘둘리는 인생을 살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아야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 더불에 부(富)도 원하는 만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의지대로 살아야 한다. (富는 자신의 여러 목표, 의지 중 하나일 뿐이죠) 


  이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어쨌거나 삶에 뚜렷한 목표와 그 의지이다. 이것이 확고하면 습관은 절로 들여진다. 불필요한 건 가지치기 하고, 필요한 건 붙여 나가는 삶. 그리하면 부를 원하면 부가 쌓일 테고, 자유를 원하면 자유로워질 것이니. '뚜렷한 목표', '의지'!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새기자! 꽝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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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를 살까요 - 알면 돈 되는 신나는 부동산 잡학사전
김학렬.배용환.정지영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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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 초보자를 위한 부동산 책입니다. 실용서이기는 하지만, 부동산 입문자나 초보자가 읽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초보자가 읽고 활용하기에  엄두가 안 나는 디테일한 '활용팁'이나, 눈이 뱅뱅 돌고 뇌기능을 멈추게 하는 어려운 '법률 용어' 같은 건 배제된 책이죠.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제가 볼 땐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공저자들이 부동산의 전반적인 사항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 

둘째, 디테일하게 서울 및 수도권의 특정 구에 대한 분석. 

그리고 마지막 셋째, 인터넷에서 부동산 관련 유명하신 분들의 칼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3명의 공저자인 것 같아요. 재테크나 부동산 책의 경우 1인 저자인 경우 가끔 감정에 치우친 글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팟캐스트를 진행하듯(실제로 세 분이서 진행하십니다)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적입니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써서 인지 높임말을 쓰는데요, 이게 투자를 위해 읽는 책이지만 진정서 있고 따뜻함도 배어 있는(?) 그런 느낌도 듭니다. 그러니까 책이 딱딱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최근 세계 경제 흐름이 많이 바뀌었죠.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가 꿈틀꿈틀 거리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또 작년에 우리나라 정권이 바뀌면서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많아졌습니다. 이 책은 변화된 상황에 맞는 설명을 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면 갭투자는 이제 그 흐름이 끝났다, 서울과 지방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호재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갈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등등. 


어떤 부동산 책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적이다'라는 과격한 말도 쓰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요. 조분 조분한 문체와 차분한 글이 참 좋습니다. 보통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부동산 관련 뉴스 댓글을 보면 과격한 댓글들이 많습니다. 정신 건강에 해롭고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경우기 많은데 그런 자극적인 댓글보다는 차분하고 조분 조분하고 나름 객관적 자료가 실린 부동산 책을 읽는 게 정신건강에도, 시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봅니다. 


그리고 이 책에도 정부 정책을 잘 이용하라는 취지의 글이 있는데, 저도 옳다고 봐요. 수요과 공곱은 늘 살아있는 생명처럼 움직이고, 부동산을 감싸고 있는 경제도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그에 맞춰서 정책도 변화무쌍하게 달라지죠. 무턱대고 욕하고 있는 것보다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겪었잖아요. 저금리 시대가 되어서, 쥐꼬리만한 금리로 어떻게 사냐고 다들 욕할 때 어떤 사람은 오히려 이 시기가 호재라 보고 부동산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들어 많은 이득을 챙겼죠. 뒤늦게 저금리가 생각보다 좋은 거구나 깨달은 사람은 이미 오를 데로 오른 부동산 시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엄청난 액수의 대출을 해야 했고요. 어쨌든 욕보다는 냉정한 판단과 안목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올바른 판단과 안목을 키우기 위해선 꾸준히 그리고 깊이 공부하는 방법 외엔 없고요. 


이 책에서도 '공부'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언제나 변화가 기회이죠. 변화를 읽고 기회를 잡기 위해선 늘 공부를 해야 하나 봐요. 부동산도 마찬가지. 또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우리는 이 땅에서 벗어날 수 없고, 비를 피하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집 한 채는 꼭 필요합니다.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부동산도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어떻게 살든 자기가 살고 싶은 집, 마을과 동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야 하겠죠. 


이 책은 일단은 가볍게 부동산에 접근하고 싶은 분께 아주 좋은 책입니다. 지엽적인 내용 없이, 궁금한 내용에 대해 설명해주고, 부동산 공부의 방향 설정에 도움을 줍니다. 부동산 입문자, 초보자분들께 추천합니다. 


│추가│다산북스는 부동산 책을 잘 뽑아내는 것 같네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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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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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으앗, 몸이 왜 그렇게 된 거지? 
│포로리│ '귀찮으니까 머리만 있으면 돼'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 
- '개복치가 되고 싶다'는 상담자의 질문을 받고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나눈 대화에서 (116쪽)

개복치야, 진짜롱 귀찮아서 머리만 있는 그야?


세상 모든 질문을 다 받아줍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질문을 받고, 상담을 해줘요. 
거짓 위로는 안 해요. 사탕발림도 없어요. 상담자의 고민, 괴로움을 듣고 보노보노나 포로리가 우쭐해하지도 않아요. 사실 누군가의 고민이나 불행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때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보노보노와 포로리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질문 그대로를 들어줍니다. 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어떤 위선이나 가식이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차분한 마음으로, 그냥 있는 그대로 듣는 것. 공감은 하되, 지나친 감정이입은 금물! 담담하게 듣되,냉정하거나 무관심하지 않기!!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딱 이렇습니다. : )

듣는 사람이 이 태도만 잘 견지해도, 고민 가진 사람의 마음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사실, 세상 거의 모든 문제는 '선택'의 문제이죠.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 하나하나가 중요하기보단, 마음가짐이랄까 마음 상태랄까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똑같은 고민을 여러 명에게 말해도,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한다고 해도, 나의 감정은 그때그때 다 달라요. 왜냐하면 대답하는 사람이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대답했는지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을 읽으면서 참 좋았어요. 어떤 가식도 없고, 어떤 위선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호통을 치거나, 질문자의 질문에 감춰진 약점, 비굴함(?) 등을 콕 집어 말하지도 않습니다(상담 중엔 의외로 질문자의 약점, 숨기고 싶은 감정을 파고들고 다 밝히는 것도 많거든요). 그리고 무작정 '파이팅 하자', '다 좋게 될 거야'라며 아무런 해결도 없이 둥글둥글 어물쩍 넘어가지도 않습니다. 

재밌는 질문엔 '아하하하하하' 웃기도 하고, 상담자가 본질은 피한 채 엉뚱한 질문을 한 것 같으면 그걸 콕 집어 밝히며 본질로 한 걸음 다가가도록 도와줍니다. 



│포로리│ 그보다 일을 잘하게 되면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보노보노│ 어째서?
│포로리│ 내가 이제껏 이제껏 잘해왔다고 생각하면 아무도 칭찬 안 해줘도 스스로 자신이 생기니까.
│보노보노│ 아, 그런 거구나.
│포로리│ 자기 일에 자신이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자기가 자신을 칭찬해 주면 돼. 
(중략)
│포로리│ 보람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야. 자기를 위해서 일하는 거잖아. 다 자기 살려고 일하는 거야. 
(중략)
│포로리│ 아, 그래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다른 생각도 할 수 있을 텐데. 
- 121~123쪽 中


이 책 참 좋은 건, 포로리와 보노보노의 대화 때문이에요. 질문자의 질문을, 작가 혼자만의 일방적인 상담으로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진심을 다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혹은 담담하게 둘은 대화를 나누죠. 둘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아, 그렇구나.' '듣고 보니 그렇네', '내 생각은 달라' 이렇게 생각이 수렴하기도 해요. 그리고 둘의 머리로만(?) 해결이 되지 않을 땐 너부리나 포로리 아빠, 야옹이형에게로 가서 묻습니다. 모두 다른 캐릭터이고, 제각기 개성이 다양한데 각자의 성격에 맞게,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생각을 말해줍니다. 강요도 없고, 자신이 옳다는 말은 더더욱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여기에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의 매력이 있어요. 고민에 대한 답과 해결책은 결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떤 고민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씩씩하게, 때론 가볍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줘요. 


특히 포로리와 너부리가 인생적이에요. 포로리는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느라 늘 바쁘고, 피곤하고, 하루하루가 벅찹니다. 그럼에도 포로리는 해야 할 것은 하고,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밝은 캐릭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요 차분하면서 긍정적인 그래서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런 포로리로부터 듣는 대답들은, 정말 위로가 많이 되어요. 

그리고 너부리는 포로리와 정반대의 캐릭터예요. 난폭한 아버지로부터 만날 두들겨 맞는 너부리. 그래서 성질도 고약하고, 손버릇도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긍정적이고 강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단한 내공이 있어요. (그렇다고 때리고 맞는 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요.) 너부리로부터 듣는 인생 상담도 참 좋습니다. 
누구나 이번 생이 처음이라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평생 이런 고민과 선택 사이에서 번민하고, 갈등하며 이 문제들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보노보노와 포로리 그리고 그의 숲속 친구들처럼 가볍게 가볍게, 그리고 씩씩하게 받아들인다면 훨씬 만족스럽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답은 없다, 태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책에 수록된 상담 글 하나하나 다 좋았습니다. 가벼운 고민은 가벼운 대로, 무거운 고민은 무거운 대로 좋습니다. 보노보노, 그리고 포로리의 대화 정말로 좋아요. 고민으로 삶이 무거운 분들께 추천합니다. 늘 그곳에 있어줄 것 같은 숲속 친구들이, 담담하지만 정감 어린 마음으로 고민을 들어줍니다.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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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최신 개정증보판
김정희 지음 / 혜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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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인가, 11월에 수학 공부를 시작하려고 서점에 가 수학 문제집을 샀다. 진짜 공부할 요량으로 꼼꼼히 보고 고른다고 책 고르는데만 해도 1시간 걸렸을까. 고심 끝에 고른 책, 지금까지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있다. ㅠㅅㅠ (이봐, 이럴 거면 왜 샀어.) 

나도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포기했던 자다. 아니, 초등학생 때부터 산수를 포기했던 사람. 나는 분수 개념이 너무 어렵고 어려워서 이게 도대체 뭔지 이건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산수와 수학은 나와는 먼 삶을 살았다. 그런데 과학은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 이과를 선택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산수를 포기하고 자란 사람으로서, 당연히 중/고등학교 수학 점수는 그냥 바닥이었다. 어쨌든 그런데도 늘 수학은 손톱 밑에 빠지지 않는 가시처럼 늘 아프고, 거슬리고, 찜찜한 것이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몰입한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 멋있음은 내 것이 아니라, 저들, 수학을 잘하는 자들의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수학을 못하고, 수학을 안 해도 늘 마음 한 편에 두고 수학을 동경하며 살았나 보다. 

그리고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통쾌함이 있다. 수학자는 아니지만, 수학 이야기가 에세이집에 많이 나오는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글을 읽으면 수학이란 게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나도 이 재밌는 세계에 빠지고 싶어!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의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는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읽을 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수학의 정석도 사고, 좀 더 쉬운 레벨인 중학생 책도 사고 그러기를 지금까지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도 수학에 트라우마가 있듯, 나 역시도 수학 트라우마가 강하게 있어서 수학 거부증, 수학 어지럼증, 수학 구토증 여러 가지 증상이 있어 여러모로 힘이 든다. 단순히 수학이 어려운 게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가 있다. 자존감의 문제랄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 실존을 위협한다고도 할 수 있다. (아, 트라우마는 이렇게나 위험한 것이여!) 

어쨌든 지금도 수학 문제집들을 책꽂이에 꼽아 놓고 나를 매일매일 내려다보게 만들어 놓고, 주눅 들어 책을 펼치지 않았다. 아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럴 때 필요한 건 무엇? 나와 비슷한 데서 출발했지만 나와는 달리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을 내 롤모델로 삼는 것! 그리하여 나처럼 수포자 출신이지만 이후, 화려하게 수학에 입덕(?!)하신 분의 책을 읽은 것이다. 

어렸을 때 병약했던 저자는 자주 학교를 빠졌다. 그래서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었기에 다른 과목은 금방 잘 따라갔지만 수학만큼은 그러질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수학 점수가 낮은 아이들만 남아서 보충 학습을 할 때 칠판 앞으로 불려 나가게 됐는데 그때 문제를 잘 못 풀자, 바로 선생님이 뺨을 때렸다고 한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너무나 강해서 이후 수학, 그리고 지금도 종종 긴장하게 되거나 그럴 땐 간단한 산수 계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분, 어릴 때의 트라우마는 이렇게 강한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저자가 학교 다니던 시기는 군부정권 때여서 그런지 진짜 학교에서도 폭력이 난무했구나 싶다. 수학 문제 하나 못 풀었다고 바로 뺨을 때리다니. 으으으..) 

이후 저자는 수학의 매력에 빠졌고 본격 취미인으로서 수학을 즐기게 된다. 이분은 삶이 취미인이신 듯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셨는데 아이 낳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취미가 두 개 있으니 하나는 글 쓰는 것(저자는 소설가이시다)이고 또 하나는 수학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수학을 취미로 하기도 어렵지만 뭔가를 포기해야 할 때 제일 먼저 포기할 것으로 '수학'을 꼽을 것 같은데 이 분은 수학을 끝까지 놓지 않으셨다. (대단대단 +ㅁ+)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에필로그와 수학을 취미로 삼게 된 이유를 다룬 부분, 두 번째는 수학자들 이야기, 세 번째는 취미로 즐기는 수학, 수학을 즐기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이 책의 전반부인 저자의 삶, 취미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요즘 크게 관심을 받고 있는 페미니즘 책과 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고(꼭 『82년 생 김지영』 같은?!), 이런 페미니즘 유행을 떠나서 누군가의 삶과 그 사람의 생각을 알아가는 건 진짜 재밌으니까(바로 이 재미 때문에 내가 책을 읽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됐고, 내가 수학 때문에 겪었던 일들, 여러 곤혹스러웠던 일 그런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나도 이 분처럼!!'이라며 다시 수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수학의 매력은 충분히 잘 알고 있는데, 나는 왜 수학을 취미로 즐기지 않는 거니... >ㅁ< 제대로 시도를 안 해서일런가, 습관이 들지 않아서 일런가. 으어ㄱ.... 아, 몰라. 이런 부정적인 마음, 수학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치는 것부터 진정 수학을 즐길 수 있는 첫걸음이겠지. 

그리고 나, 이제 정말 수학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던 것에서 벗어나서!! 
요즘, 엄마가 나이가 드시고, 여러모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단순히 깜빡 잊는 문제도 문제지만, 없던 일을 있던 일로, 있던 일을 없던 일로 기억할 땐 가끔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정말로 무서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해봤는데 그중 수학이 있더라. 엄마가 학교 다닐 때 수학 과목을 제일 잘 하셨다. 지금까지 내가 봐도 엄마는 수학이나 산수에 관해서 확실히 좀 비상한 면이 있다. 수학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듯, 엄마는 뭔가 잘 이해를 하셨다. 하지만 나이가 드시고 이런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노화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수학이 아닐까 싶다. 내 마음의 손톱 밑 가시 같은 존재인 수학, 그래서 늘 수학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 이런 내가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이라 본다. 

저자가 취미에 대해 했던 이야기들이 정말로 공감이 되고, 엄마의 삶이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엔 나이듦은 언급되진 않았지만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참 좋았다. 그래,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것 중, 그리고 최소한의 돈이 드는 것이든 '수학 문제 풀기'만한 것이 있을까. 제대로 된 즐거움만 깨닫게 된다면 더없이 순수한 기쁨, 행복도 느낄 수 있겠지.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내어, 도전을 해야겠다. 이젠 혼자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그래, 도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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