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복치야, 진짜롱 귀찮아서 머리만 있는 그야?
세상 모든 질문을 다 받아줍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질문을 받고, 상담을 해줘요.
거짓 위로는 안 해요. 사탕발림도 없어요. 상담자의 고민, 괴로움을 듣고 보노보노나 포로리가 우쭐해하지도 않아요. 사실 누군가의 고민이나 불행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때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보노보노와 포로리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질문 그대로를 들어줍니다. 이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상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어떤 위선이나 가식이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차분한 마음으로, 그냥 있는 그대로 듣는 것. 공감은 하되, 지나친 감정이입은 금물! 담담하게 듣되,냉정하거나 무관심하지 않기!!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딱 이렇습니다. : )
듣는 사람이 이 태도만 잘 견지해도, 고민 가진 사람의 마음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사실, 세상 거의 모든 문제는 '선택'의 문제이죠.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 하나하나가 중요하기보단, 마음가짐이랄까 마음 상태랄까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똑같은 고민을 여러 명에게 말해도,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한다고 해도, 나의 감정은 그때그때 다 달라요. 왜냐하면 대답하는 사람이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대답했는지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이가라시 미키오의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을 읽으면서 참 좋았어요. 어떤 가식도 없고, 어떤 위선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호통을 치거나, 질문자의 질문에 감춰진 약점, 비굴함(?) 등을 콕 집어 말하지도 않습니다(상담 중엔 의외로 질문자의 약점, 숨기고 싶은 감정을 파고들고 다 밝히는 것도 많거든요). 그리고 무작정 '파이팅 하자', '다 좋게 될 거야'라며 아무런 해결도 없이 둥글둥글 어물쩍 넘어가지도 않습니다.
재밌는 질문엔 '아하하하하하' 웃기도 하고, 상담자가 본질은 피한 채 엉뚱한 질문을 한 것 같으면 그걸 콕 집어 밝히며 본질로 한 걸음 다가가도록 도와줍니다.

│포로리│ 그보다 일을 잘하게 되면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보노보노│ 어째서?
│포로리│ 내가 이제껏 이제껏 잘해왔다고 생각하면 아무도 칭찬 안 해줘도 스스로 자신이 생기니까.
│보노보노│ 아, 그런 거구나.
│포로리│ 자기 일에 자신이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자기가 자신을 칭찬해 주면 돼.
(중략)
│포로리│ 보람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야. 자기를 위해서 일하는 거잖아. 다 자기 살려고 일하는 거야.
(중략)
│포로리│ 아, 그래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럼 다른 생각도 할 수 있을 텐데.
- 121~123쪽 中
이 책 참 좋은 건, 포로리와 보노보노의 대화 때문이에요. 질문자의 질문을, 작가 혼자만의 일방적인 상담으로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진심을 다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혹은 담담하게 둘은 대화를 나누죠. 둘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아, 그렇구나.' '듣고 보니 그렇네', '내 생각은 달라' 이렇게 생각이 수렴하기도 해요. 그리고 둘의 머리로만(?) 해결이 되지 않을 땐 너부리나 포로리 아빠, 야옹이형에게로 가서 묻습니다. 모두 다른 캐릭터이고, 제각기 개성이 다양한데 각자의 성격에 맞게,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생각을 말해줍니다. 강요도 없고, 자신이 옳다는 말은 더더욱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여기에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의 매력이 있어요. 고민에 대한 답과 해결책은 결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떤 고민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씩씩하게, 때론 가볍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줘요.

특히 포로리와 너부리가 인생적이에요. 포로리는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느라 늘 바쁘고, 피곤하고, 하루하루가 벅찹니다. 그럼에도 포로리는 해야 할 것은 하고, 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갑니다. 밝은 캐릭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뭐랄까요 차분하면서 긍정적인 그래서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런 포로리로부터 듣는 대답들은, 정말 위로가 많이 되어요.
그리고 너부리는 포로리와 정반대의 캐릭터예요. 난폭한 아버지로부터 만날 두들겨 맞는 너부리. 그래서 성질도 고약하고, 손버릇도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긍정적이고 강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단한 내공이 있어요. (그렇다고 때리고 맞는 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요.) 너부리로부터 듣는 인생 상담도 참 좋습니다.
누구나 이번 생이 처음이라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평생 이런 고민과 선택 사이에서 번민하고, 갈등하며 이 문제들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보노보노와 포로리 그리고 그의 숲속 친구들처럼 가볍게 가볍게, 그리고 씩씩하게 받아들인다면 훨씬 만족스럽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답은 없다, 태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 책에 수록된 상담 글 하나하나 다 좋았습니다. 가벼운 고민은 가벼운 대로, 무거운 고민은 무거운 대로 좋습니다. 보노보노, 그리고 포로리의 대화 정말로 좋아요. 고민으로 삶이 무거운 분들께 추천합니다. 늘 그곳에 있어줄 것 같은 숲속 친구들이, 담담하지만 정감 어린 마음으로 고민을 들어줍니다. 강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