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만 원으로 부동산 한다 - 요즘 뜨는 부동산 P2P 투자 완전 정복
칸데오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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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신문 읽을 때마다 P2P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나름 스크랩도 좀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선뜻 투자를 못했던 건 마음에 걸린 것이 있어서다. P2P 기사엔 언제나 투자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이 꼭 있었기 때문! 나같이 위험회피형 인간은, 그런 말이 있으면 당연히 투자를 안 하지. ㅋㅋ 그래도 P2P에 대해 알아 두면 좋을 것 같아 이번에 독(讀)!!!





일단 이 책에서 다루는 P2P에 대한 간단 설명. 
P2P는 peer to peer의 약자로 돈이 필요한 개인과 돈을 빌려주는 개인 간의 금융 거래 방식이다. P2P 플랫폼은 그 둘을 중계해 주는 업체로, 대출자의 대출 신청을 받고 그것을 상품화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그들의 수익은 대출자와 투자자에게 받는 수수료다. 

국내 P2P 상품은 크게 <신용기반상품>과 <담보기반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신용기반상품>은 직업, 연봉, 상환능력 등 개인의 신용에 기반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쉽게 말해 신용대출과 비슷한 개념)이고, 담보기반상품은 땅이나 건물, 채권 주식 등 담보에 기반해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책은, <담보기반상품> 중 부동산 상품에 관해 설명하는 책이다. 그래서 제목이 '나는 1만원으로 P2P한다'가 아니라 '부동산한다'이다. 

저자는 부동산 P2P 상품 중 어떤 상품이 안전한지 혹은 위험한지 알려주고, 투자하기 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 투자 시 P2P 플랫폼에서 올린 상품 설명 이해하는 법, 투자하고자 하는 해당 부동산 깊이 이해하기 등등 P2P 투자 제반사항을 쉽게 알려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P2P에 관심 있으시다고요? 그럼 공부하세요. 뭘 공부해야 할지 제가 알려드릴게요.'랄까. 이는 아무래도 저자가 모 P2P 플랫폼에서 심사팀장으로 있기 때문에, 그 경험에서 우러나는 팁인 것 같다.  P2P 투자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등기부등본 보는 법, 담보 시세 확인, 원리금 상환 여부, 상품 설명 살펴보는 법 등 기초 설명과 실전 설명 등이 쓰여있다. 

책 띠지는 '가만히 앉아서 수익률 18%, 아직도 부동산 P2P를 모르니?'라고 아주 도발적 문구로 독자를 유인하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도발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책을 처음 읽을 땐 '혹시...' 하며 저자를 의심했으나(책 쓰는 사기꾼도 많으니까) 책을 끝까지 읽어 본 바 이 책에 대한 의심은 꺼졌다. P2P 플랫폼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회사 홍보가 일절 없고, 일단 이 책의 내용이 '부동산 공부'여서다(공부하란 사람치고 나쁜 사람 못 봤어요. 공부 안 해도 된다는 사람이 위험해요!).

이 책을 읽고 난 후 깨달은 건, '돈 1만 원을 투자하는 데에도 아주 많은 공부와 세심한 주의, 엄청난 정보 수집, 발품, 손품, 통계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하구나'였다. 저자도 마무리 글에 P2P 투자를 부동산 공부로 삼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깊은 이해의 계기로 활용하길 당부한다. 그러니까 돈 버는 데는 왕도가 없다. 



사실 요즘 P2P 관련해서 말이 많다. 오늘 아침에서도 몇몇 신문에 P2P 플랫폼 관련해서 돌려 막기 논란 기사가 떴다. 한 달 전이던가, 그땐 바지사장을 내세워 플랫폼 운영하다가 실제 사장이 먹튀한 일도 있었단다. 뭐든 허점이나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사기꾼들이 있기 마련인데 특히 새로 생긴 분야의 경우 더 사기꾼들이 설친다. 사기꾼들이 있다고 해서 P2P 분야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현실에 알맞은, 그리고 피해의 최소화를 위한 제도화와 투자자 보호 시스템이 더 강구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부가 필수! 적은 돈을 투자할 수 있다고 해서 이 분야를 공부 안 해도 되는 건 절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단돈 1만이라도 묻지마 투자는 금물!

P2P에 관심 있지만 주저되는 분, P2P 시스템을 알고 싶으신 분이나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 그리고 투자 초보자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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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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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로버트 뉴튼 펙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을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다. 제목만 보고, 블랙코미디일까, 싶었던 이 책은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소년의 성장소설이었다. 소설은 로버트 뉴튼 펙의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로버트는 세속적 삶을 멀리한 셰이커 교인으로서 근면 성실하게 농장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 가족들이 믿는 하느님은 그들의 검소한 삶을 보고 기뻐했을지 모르지만, 로버트는 힘들었다. 노동의 힘듦보다 가난에 찌들어 사는 부모님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로버트가 어느 날 아침 돌아가신 아버지를 발견하고 장례를 준비할 때, 몸에 맞지 않던 허름한 정장을 입으며 분노한다. 


하느님, 왜 이렇게 가난해야 합니까?

이 말이 책에서 튀어나와 내 심장을 파고든 듯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미국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지역 간 격차가 크고, 직업이나 종교에 따라 그들의 삶의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소설의 배경이 1940년 대면, 미국 대도시들은 이미 고도로 발전했을 때다. 하지만 이때도 미국 시골 어느 곳에서는 힘들 게 노동을 하고, 매일매일 힘들게 돼지 멱을 따며 살아야 했다. 이 소설이 정말 1940년대가 배경인지 긴가민가했을 정도로, 마크 트웨인이 살았던 19세기 미국의 깡촌 시골 같았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복잡다단하고 다양한 면모를 가진 미국의 또 새로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았다. 물론 소설 속 사람들은 가난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구 반대편에 언젠가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슨 일을 했으며, 무엇을 먹었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였다. 단순히 앎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이랄까, 그런 감정을 느꼈다. (최고의 공감은 '눈물'이 아닐까. 위에 쓴 "하느님, 왜 이렇게 가난해야 합니까?"를 읽었을 때 진심으로 눈물이 났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자전적 소설이나, 그 당시 농촌의 삶을 잘 보여준 소설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소설이 없을까 생각했다. 도시 이주, 인간소외의 문제 혹은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일어난 범죄를 다룬 소설은 있어도 본격 농촌 소설은 읽어 본 적이 없다. 혹은 도시로 상경한 소설가가 어린 시절을 반추한 자전적 글은 있어도 말이다. 



지난 주말에 읽고, 오늘 토요일에 재독한 김종광의 『놀러 가자고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농촌 소설이다. 소설가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소설이 아니고, 옛날 옛적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설화한 소설집이다. 귀하디 귀하다. 이 소설을 읽으니, 위에 언급한 로버트 뉴튼 펙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본격 농촌 소설이!!! 기쁨 반, 설렘 반.


이 책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농촌이 슬픈 거냐, 농사일이 슬픈 거냐, 노동이 슬픈 거냐. 누군가를 위한 노동이어서 슬픈 거냐. 참 여러 부분에서 울었다. 저번 주에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고, 오늘 재독할 때 또 눈물이 나더라. 이 소설집의 맨 끝 이야기는, '한숨'에 관한 단편소설인데 역시 그 한숨의 의미를 나도 알아서 일까. 한숨은 한(恨)과 상통하니까. 우리나라 누구든 이 한숨의 의미를, 한의 의미를 아니까. 


이 소설집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 같지만, 목걸이처럼 한 줄로 꿰어진다. 맨 앞에 실린 「장기호랑이」만 유독 다른 이야기 같으나, 실은 다른 이야기들의 번외 편이랄까. 번외일 뿐 이 소설도 다른 소설과 이어진다. (아이 이름이 임취현으로 나와서 성은 다르지만, 나는 장기왕왕왕의 아버지가 소판돈 씨인 걸 확신한다!!)


이 소설집은 '범골'이라는 시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맨 처음 이야기인 「장기호랑이」와 맨 끝 이야기 「아홉 살배기의 한숨」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지만, 실상 연계해 보면 그들의 부모는 범골에 살고, 인물과 이야기가 교차된다. 


두 번째, 세 번째 소설은 이 소설의 배경인 '범골'을 소개하는 꼭지다. 범골을 소개하긴 한데, 동네를 소개하기 보다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소개다. '내고만드' 출판사 대표(그래봤자 2인 기업)로 범골의 역사를 정리하기로 한 성염구, 그의 아내 조선족 서다해, 나름 이 동네에서 출세한 국문학자 임교수, 음유시인 이담무, 입이 거칠어 왕따인 가발댁, 이 소설을 쓴 '박종광'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소판돈, 엄청난 별명을 자랑하는 김천소, 천하 여장사 이덕순, 모내기의 달인들(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달인들도 달라진다), 자식들 모두 잘 나가는 방씨네(하지만 뒤에 실린 다른 단편 보면 둘째 놈이 사업한다고 다 말아먹음), 노인회장 김사또, 그의 아내 오지랖 여사 등 많은 불들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나중에 마늘댁으로 바뀌는 청올치댁도 빼놓을 수 없겠고 마늘댁이 뭐를 하든 무조건 심사가 틀렸던 가발댁(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그들의 장남과 막내딸이 결혼을 한다지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외지 사람들, 특히나 도시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시골에 사는 그분들은 각기 특기가 있고, 모두 생활의 달인이다. 취미를 위해서도 아니고, 어떤 숭고한 목적도 없다. 그냥 생활을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자식 키우기 위해서 갈고 닦은 특기들이다. 그만하면 '열전'에 실릴만 하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집에 실린 「놀러 가자고요」와 「산후조리」가 참 좋았다. 읽다가 눈물도 참 많이 났는데, 이것도 참 웃기지. 난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다 공감이 되고 눈물이 나던지. 


「놀러 가자고요」는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아내인 오지랖 여사가 마을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 이번주 일요일에 놀러를 갈 건지, 안 갈 건지 묻는 단편이다. 전화 대화로 이뤄진 구성도 마음에 들었고, 그 안에 든 이야기들도 참 좋았다. 전화를 돌리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려는 이웃도 있고, 냉담함을 넘어서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오지랖 여사의 남편을 칭찬해 주는 사람도 있고, 동창이라 막대하지만 마음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나중에 상큼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대. 자기 것만 나오는 게 아니라 상 탄 애들 거 다 나온다지만,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 책을 한 백 권은 사서 쫙 뿌릴 테야. 오지랖댁한테는 일등으로 줄게. 아이구, 나는 생전 처음 알았어. 너무 좋아도 눈물이 철철 난다는 걸. 좋은 일이 있어봤어야 알지. 자꾸만 눈물이 나. (- 107쪽)


네 말 듣고 있으니까 더 살고 싶다. 오지랖아. 나 정말 죽고 싶지 않다. 나 참 선량하게 살았다. 내가 왜 벌써 죽어야 하나? 우냐? 울어도 시원치 않을 사람은 난데. 네가 왜 울어? (- 123쪽)


「산후조리」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암소가, 똥구녕 밖으로 속 내장을 다 내놓아, 죽을 고비를 겪는다는 이야기인데 주인 할머니가 애지중지 보살펴 새끼도 무사히 낳고, 밖으로 나온 내장은 집어 넣고, 배 곯고 죽을 뻔한 어미 소와 아기 소 모두 살리는 이야기다. 할머니의 독백 형식으로 구성된 단편으로, 할머니의 마음과 할머니의 생각에 참 많이 감정이입된다. 


아직 두 눈 뜨고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죽으라고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고작 20개월 산 소한테 너는 살 만큼 살았다고 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소 팔자에 그 정도 살았으면 주곡 싶기도 하겠다고 어미 소는 네 뜻대로 하여라 보아 넘기더라도, 새끼는 하루라도 더 살다 가도록 하고 싶었다. 세상에 나와 겨우 사나흘 살다 가면 너무 불쌍하지 않나. (- 236쪽)


시골에 한 번도 살아본 적도 없어도 무던히도 공감하고 눈물이 났던 소설들. 한이 무언지 아는 한반도 사람이라 그런가... 좋았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에 나왔던 "하느님, 왜 이렇게 가난해야 합니까?"의 외침도 떠오르곤 했다. 물론 이 정도의 비극적 가난은 이 소설에 나오지 않고, 전반적으로 그런 무거움이 없다. 가벼우면서도 우리의 슬픔과 한이 참 잘 느껴졌다. 이런 게 우리 정서가 아닐까 싶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또 작은 일에 헤헤 웃고, 또 힘든 일이 생겨 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가 누가 해주는 작은 공감에 마음이 풀리고 웃는 삶. 


이런 소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데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우리에겐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소설, 다양한 작가가 필요하다. 이 소설이 많이, 널리, 읽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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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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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고 당대를 거울로 비추듯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 필요하다. 간결한 문체, 단선적 구성, 미사여구가 없는 소설들... 우리는 일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시간에 떠밀려 사는 존재들이고, 인생은 미사여구로 꾸미려고 해도 결코 꾸며질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이 세상의 절반을 이루는 여성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소설이 아닌 ‘인터뷰’에서 출발한 ‘소설’이지만, 결코 ‘소설’로 머물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이 작가의 이름, 나의 이름, 나의 엄마의 이름, 내 친구의 이름, 아는 언니의 이름, 아는 여동생의 이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각기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이나 가치관에 따라 여러 색채를 가지고 읽힐 것이다. 소수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게 읽혀 왔다. 여성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다는데, 그 숫자는 절대 수치일 뿐이고 그 수치가 사회의 위치나 힘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여성은 아직 소수자의 위치에 서 있다. 

  

할리우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수자(여성, 흑인, 성소수자 등)들의 인권을 재발견하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얼마 전에는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을 다룬 영화 <디트로이트>가 개봉했다. 50년 전 실제 있었던 흑인 폭동 사건은, 현재 외형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10년, 20년 후에도 또다시 소수자들을 재발견하고, 다시 현재 진행형인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조남주 작가의 『그녀 이름은』은,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읽힐까. 10년 뒤, 20년 뒤에 어떻게 읽힐지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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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다 내 꺼
캐리 지음 / 북하우스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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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그림체, 귀엽고 따뜻한 캐릭터, 말랑말랑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있는 카툰집이다. 캐리와 캐리맨이라는 신혼부부의 일상툰인데, 결혼 안 한 내가 봐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다. 일상이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죠. 공감뿐만 아니라 깨 볶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카툰집이기도 하다. 연애의 연장선과 같은 신혼 일상. 가끔 투닥거릴 때도 있지만, 함께 있어 좋고 서로 닮아간다는 이야기이다. 함께 야식 먹고, 함께 살찌고 있다는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짐. :-)

음식 만드는 건 별로 흥미 없는데, 그릇이나 주방용품에는 관심 많다는 이야기에 공감 백배! 그릇은 단순히 음식을 담는 용기가 아니고, 어울림에 관한 문제니까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그릇이 있고, 질감이나 그립도 그릇마다 느낌이 천차만별이라 호기심 돋는다. 하나의 모험 세계랄까. 그래서 좋아해. +ㅁ+ 책에는 캐리님이 왜 그릇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는 없었지만 (이유를 설명하는 카툰은 아니다) 공감을 많이 했다. 




책의 앞에 보면 캐리님은 원래 결혼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늦게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남편분(캐리맨)의 적극적인 구애로 생각과 다르게 일찍 결혼하셨단다. 

나도 캐리님처럼 고소고소한 깨 볶을 날이 올끄나? 나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었지만 아직 그럴 날은 안 올 것 같다. 그냥 그냥 적당히 선을 두고, 가끔 만나는 게 좋다. 매일매일 보고 살 부대끼며 산다는 건 아직 나에게 버거운 일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마음의 문제가 많구나. 

이 책은 신혼부부의 일상 카툰이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실 결혼이라는 건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두 사람만 좋고 말겠다면, 그냥 연애로 그쳐야 함) 가족과 가족이 인연을 맺는 문제이며, 또 법적으로 서로 책임을 지는 문제이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 상대방에게 책임과 의무를 기대하고 때론 요구할 수 있을까. 부부는,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요구하고, 귀 기울여 들어주고, 생각과 판단을 조율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니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카툰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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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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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실린 27편의 이야기 모두 공감되고,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마음이, 그들이 처한 환경과 입장이 다 이해가 되었다. 읽을수록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난 이야기도 있다. 다만, 마찬가지로 남성들의 아이들의 소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더라도 나는 똑같이 공감되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입장이 이해되었을 것이다. 남성,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자와 소외된 자'의 문제다. 


   이 책을 읽고 떠오른 건 카프카의 『변신』이다. 『변신』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려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인간소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그녀 이름은』, 카프카의 『변신』처럼 인간소외 문제를 다룬다(표지 그림도 '소외된 그녀'의 모습이다) 


   요즘 페미니즘 문제가 많이 회자되고 있고,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많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나는 이 모든 게 젠더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고, 인간소외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뼈 빠지게 일해서 만들어낸 생산물을 본인이 갖지 못하고, 손가락 까닥하지 않은 자본가가 차지하게 됨으로써 소외된 노동과 그로 인한 인간소외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리고 노동자와 자본가와 생산물과 생산 과정을 둘러싸고 대립 갈등을 하게 된다. 여성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해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노동을 해왔는데, 그 노동을 가족들(심지어 여성 본인도)이  두 눈으로 빤히 보아왔으면도 오랫동안 눈 뜬 장님처럼 보지 못했다.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서, 여성들의 노동과 희생이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지금까지 뻔히 보이지만 결코 보이지 않는 노동을 근대 들어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그 눈이 시대에 따라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면서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여성들이 집을 나서 밖에서 남성들과 함께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확대되었고, 지금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버지니아 울프의 경우는 씨앗은 있었지만, 자기만의 방과 고정소득이 생기면서부터 인식이 싹트고 꽃을 피움). 뭐, 모두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른 부모와 비교해 자신의 부모에 대한 불만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밖으로 나가야 자신의 위치가 보인다. 그리고 성별을 넘어 '인간'을 봐야 한다. 





   매달 반복해서 읽고 있는 로맹 가리의 『내 삶의 의미』에서 로맹 가리는 자신이 제일 관심 가지고 있는 있는 건 '여성성'이라고 밝혔다. '여자'가 아니라 '여성성'. 이 '여성성'은 <사랑과 포용>으로 빗대 말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인류 최고로 여성의 목소리를 낸 것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한다. 나도 동감한다. 로맹 가리는 예수만 예로 들었지만, 나는 부처님도 여성성의 목소리를 낸 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포용하는 목소리. (하지만 두 분 다 강철같이 강한 느낌도 있다) 또 '남성성'은 <폭력>으로 빗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맹 가리가 페미니스트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듯, '여성성'이란 단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해서 이 말이 성차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 맥락을 읽어야 한다. '여성성'이란 단어가 거슬리면 <사랑과 포용>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또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이명희, 조현아, 조현민은 모두 여자라는 성을 가졌지만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남성적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여기서 '남성적'이라는 표현은 진짜 '남자'와 좀 다른 표현이다)이라 할 수 있겠다.  


   로맹 가리의 말처럼, 성별의 프레임을 넘어서 약한 자, 소외된 자에게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 소외된 자가 여성이라면 여성에게, 소외된 자가 남성이라면 남성에게 관심과 따뜻한 시선을.


   조남주 작가의 『그녀 이름은』은 소외된 자의 외침, 혹은 소외된 자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다만 여성의 이야기만 추렸을 뿐이다. 오랫동안 여성은 약자, 소외자, 을의 위치에 있었다.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성별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틀을 넘어 진정으로 소외된 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추가 ) 이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 중 <KTX 사건>이 제일 마음 아팠다. KTX 사건은 우리가 익히 하는 바로 그 KTX 승무원 이야기이다.  1, 2심에서 승소했다고 대법원에서도 꼭 승소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대법원에 가서 승소할 수도 있고, 패소할 수도 있는데 다만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결국 그중 한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다시 내놓으라고 한 돈의 액수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1, 2심 판결을 참작해 좀 적게 내라고 하든지. 대법원 판사들은 월급이든 뭐든 한 푼도 안 쓰고 모아 두나? 어쨌든 대법원은 헌법상 허용된 권한을 넘어 과도하게 그분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본다. 모쪼록 잘 해결되고, 그분들이 법에 구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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