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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로맨스 판타지를 읽기 시작했다
안지나 지음 / 이음 / 2021년 5월
평점 :
책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고루 읽지만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장르소설계열이었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르게 다소 가볍게 전개되는 장르소설의 특성상 어떤 작품이 인기가 있고, 어떤 작품이 많이 읽히는지는 신기해보였다. 이 장르에서 의미하는 대중성이 무엇이고 대중들은 그 특성에서 무얼 기대하는지를 찾아보는게 나름대로 흥미로운 일이기도 했다.
특히 카카페와 네이버웹툰을 중심으로 웹툰,웹소설에 대한 인기가 부각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인기를 끌게 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그 유행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지 더 궁금해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원했던 책이 나온단 생각이 들어 무척 기뻤고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보통의 남성독자들이 판타지나 무협장르를 좋아하는 것과 다르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웹소설 장르는 로판이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로판에서 벌이는 소소한 로맨스나 해프닝들이 잔잔하면서 재밌게 흘러간다고 느껴져서 인기작을 비롯해 하나둘 챙겨보고 있었는데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 왜 인기가 있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판타지면 캐릭터들의 성장이나 액션에 주목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이 작품이 왜 인기가 있는지 상대적으로 쉽게 분석이 가능하지만 로판은 서사의 포맷이 고정되었다란 느낌이 약해서 이런 인기의 원인을 전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하기엔 막막했던 부분이 많았다고 느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원인에 해당하는 부분을 잘 짚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에는 로판을 관심있게 읽어봤다면 정말 잘 알법한 작품들을 예로 들면서 로판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을 찾아보고 이를 통해 왜 로판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버림받은 황비>,<나는 이 집아이>,<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시녀로 살아남기>,<공작부인의 50가지 티 레시피>,<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등등 여러 작품에서 여자주인공의 행적을 보여주고 여기서 기대할 수 있는 독자들의 바램을 보여주고 있다. 가령 <버림받은 황비>에서는 황비의 입지적인 역할과 버림받았다는 제목의 의미와, 그리고 작중에 황제와 결혼을 피하기 위한 여자주인공의 행동이 어떤 의도로 했는지를 보여주며 궁극적으론 결혼으로 인해 가치가 매겨지는 것을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아졌다는 해석이 놀랍다고 느껴졌다.
특히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육아물에 대한 접근을 이 책에서 시도를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사실 로판의 하위 카데고리에 들어가는 장르 중 하나가 육아물이 있다. 로맨스판타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판타지 세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장르도 로판으로 속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뭔가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곳을 지금까지는 크게 발견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로맨스를 사랑이라고 엮고, 이 사랑을 부모에게 받는 사랑으로도 폭넓게 해석을 해본다면 육아물이 왜 인기 있고 로판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을 하였는지를 충분히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와 비슷하게 여러 작품 속 여주인공의 행적을 보면서 어떤 여성상을 원하는지 독자는 여기서 무얼 기대하고 원하는지를 작가의 견해를 통해 풀어가는게 무척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었다. 책의 분량은 무척 얇지만 안에 들어간 내용은 한편의 작은 논문과 같은 느낌이다. 로판이 무엇이고, 독자들은 여기서 무엇에 재미를 느끼고 이 재미는 왜 느끼게 되며 궁극적으로 독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계속 파헤치는, 그런 연쇄적인 질문을 계속 이어가면서 전개하는 것을 보면 금새 다 읽어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르소설을 탐구하는 독자라면 거리낌없이 추천하고 한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