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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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P36) 기성세대는 그 시대의 제한된 문화적 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쳤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그 방법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체벌의 유해성을 연구해온 발달심리학자 엘리자베스 거쇼프는 이를 자동차 안전벨트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성인의 상당수는 자동차 안전벨트가 없던 시절에 자랐다. 하지만 누구도 안전벨트가 없었던 덕붕에 내가 잘 자랄 수 있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안전벨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탈하게 자랐다고 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체벌 덕분에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체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해야 한다.

(P56) 성인 간의 관계에서는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위는 이유가 무엇이든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보호와 교양 목적의 징계‘라는 말로 상대에게 의도적인 해를 끼쳐도 된다고 법이 허용하는 유일한 대상이 아이들이다. 아이도 한 개인으로서 자율적 존재이고 어른처럼 생명과 시네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한다면 이를 법의 언어로 반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P89) 한국의 가족은 압축적 근대화가 낳은 온갖 부작용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복지를 가족이 해결해왔다. 정부가 압축적 근대화 과정 내내 유지한 기존 기조는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이었고 그 결과 복지와 교육, 의료, 부양 등 거의 모든 사회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겼다. 의료는 사회적 복지의 영역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지만 여전히 양육 부양의 책임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다. 국가가 시민들을 먹이고 보호하고 기르고 돌봐줄 책임을 지지 않고 가족에게 떠넘기로 때로는 강제해온 것이다.
사회는 급격이 변화하는데 사회적 안전망은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족이 똘똘 뭉쳐야 했다. 집단주의의 약화를 불러오기 마련인 근대화 과정에서 거꾸로 직계가족 중심의 배타적 가족주의는 더 강력해졌다. 전쟁 체험과 극단적 빈곤, 생존의 위협, 선 성장 후 분배로 일관해온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믿을건 가족밖에 없다‘라는 가족조위적 심리가 강고해졌다.

(P170) 사실 핵가족은 근대의 발명품이아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전근대 사회에서도 확대가족, 대가족은 드문 현상이고 부부 중심의 핵가족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수명이 짧아 3대 이상이 공존하는 게 드문 일이었고 확대가족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줄곧 핵가족 체제였는데도 핵가족을 이상화했다가 10년도 지나지 않아 비판하는 담론이 춣몰했던 이유는 뭘까.
사회학자 김헤영은 이를 가족을 통한 국가의 통치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경제발전과정에 노동력, 특히 값싼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던 국가는 핵가족을 찬양하면서 농촌 자녀의 도시 이주를 장려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유입, 산아제한을 골자로 한 가족계획을 장려했다. 그러다가 상업화의 진전으로 농촌의 공동화 및 노령화가 문제가 되고 노인 부양의 필요가 제기되자 이번에는 핵가족을 비판하고 전통적 가족 부양의 윤리를 찬양햇던 것이다.

(P219) 2011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스웨덴 역사학자 라르스 트래가르드가 발표한 ‘스웨덴식 사랑 이론 swedish theory of love‘ 이 그런 논리다
이 이론은 진정한 인관관계는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불평등한 권력관게에 놓이지 않는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율적이고 평등한 개개인 사이에서만 사랑과 우정 같은 인간적 교류가 이루어진다. 심지어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서로 의존적이고 굴욕을 강요하는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한 진정한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바라본다. 국가는 이런 굴욕감에서 개인을 해방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가족 내에서 이런 의존과 굴욕의 가능성을 없애고 개인적 자율을 보장하려는 정책이 매우 작은 사안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제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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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100권의 책 - 역사를 만들어 낸 명작들을 한 권으로 읽는다
스코트 크리스찬슨.콜린 살터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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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대출했는데
펼치는 순간 그냥 소장하고 싶네요^^

책 한권에 상세한 설명 한페이지,초판본 또는 초기 삽화 한페이지로 이루어진 구성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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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투쟁기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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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해문집 대표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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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2호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 / 브로드컬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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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공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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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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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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