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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나는 인생이란 거대한 건빵 봉지와 같다고 생각해왔다.
그 봉지 안엔 먹자니 퍽퍽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 건빵처럼 듯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가득 들어 있는데, 사이사이 뜻밖의 일들이 마치 별사탕처럼 섞여 있어 꾸역꾸역 먹게 된다.˝ (p63)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 데 비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대체로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이렇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 ‘행복‘이란 것은 저마다 기준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아를 찾으라 하고, 다른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라고 하며, 또다른 사람은 지금 당신은 이미 행복하니 그것을 깨닫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그것이 뭔지 분명히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느데, 설명은 하나같이 불명확하고 불확실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는다. 네스 호의 괴물이다. : (p180)
˝마치 붕어똥이 된 기분이었다. 밀려나온 똥 주제에 쉽게 떨어지지 않고 달랑달랑 붙어 있다가, 결국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고 꼴 보기 싫게 어항 속을 둥둥 떠다니는 붕어똥˝ (p279)
˝그런 것은 이제 관심 없다.
오늘 당장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매일매일 불행에서 도망치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 식으로 사는 것이 옳은지 어떤지는 모른다. 사람에겐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이고,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원대한 꿈이나 필사적인 노력이 없으니 아마도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커다란 성공을 이룰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을 납득할 수 없는 데서 생기는 억울함도 없으니 불만도 없다. 여전히 미래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하지만 매 순간 선택의 기준이 타인의 잣대가 아니기에 누구를 원망할 일조차 없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