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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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를테면, 인간을 향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부끄러움 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저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병약해서 늘 누워 지냈는데, 누워서 요와 배개 커버, 이불 커버를 정말로 쓸데없는 장식이라고 생각하다가 그것들이 뜻밖에도 실용품이라는 사실을 스무 살 가까이 되어서야 알고는, 인간의 알뜰함에 무척 싦망하여 슬퍼졌습니다.

또 배고픔이라는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아니, 이건 부족함이 없는 집에서 자랐다는, 그런 바보 같은 뜻이 아니라 배고픔이라는 감각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랐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마침내 결혼했고 그로 인해 얻게 된 기쁨은 그다지 엄청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뒤에 이어서 찾아온 슬픔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형태로 닥쳐왔습니다. 저에게 '세상'은 역시 그 속을 알 수 없는 두려운 곳이었습니다. 결코 그런 한판 승부 같은 곳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듯한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호리키의 그 신기하게 아름다운 미소에 저는 울어버렸고, 판단도, 저항도 잊은 채 차에 태워져 이곳에 끌려와 미치광이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곳에서 나가더라도 저는 역시 미치광이,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이마에 찍히게 되겠지요.

인간, 실격.

바야흐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 수기를 쓴 광인을 나는 직접 알지는 못한다.


일본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소설 중 하나인 다자이 오사무의 <실격>.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만큼이나 여러가지 감정이 드는 주인공 '요조'와 화자,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삶이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5년 전인데 비슷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그땐 느끼지 못한 느낌의 문장들도 있어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다지이 오사무라는 이름, 그리고 이 책의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내용. <인간 실격>.

도대체 어떻게 살고 어떤 기분의 삶을 살면 '인간 실격'이라는 애처로운 단어를 쓰는거지? 호기심에 펼처본 <인간 실격>은 어느새 끝까지 이 책을 붙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강렬한 제목만큼이나 책의 분량과 구성도 간결하다.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로 나뉘어진 <인간 실격>은 책을 멈추고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불가사의한 사내의 얼굴을 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부끄러움 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인간을 향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이런 문장들을 읽고 어떻게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때론 행복하고 순수해보이기도, 어떨 때는 한 없이 우울하고 기괴하기도 한 요조의 표정처럼 다양한 감정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가, 인간은 왜 살아야하는가, 비극화 희극은 무엇인가.

<인간 실격>을 읽다보면 한 남자의 처절한 인생을 볼 수 있다. 오히려 땅 끝까지 파고 또 파고 들어가다보니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 '요조'와 다자이 오사무는 닮은 점이 꽤나 많다. 그의 전기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인간 실격>,

과연 어떤 인간이 본인을 인간 실격이라고 말하는가? 그리고 인간이 실격을 할 수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만이 쓸 수 있는 처절한 글을 아직도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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