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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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

-세상이 골백번 변해도 한국인에게는 꼬부랑 고개, 아리랑 고개 같은 이야기의 피가 가슴속에 흐르는 이유입니다. 천하루 밤을 지새우면 아라비아의 밤과 그 많던 이야기는 언젠가 끝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꼬부랑 할머니의 열두 고개는 끝이 없습니다. 밤마다 이불을 펴고 덮어주듯이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끝없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그것은 망각이며 시작입니다.

가장 강한 생명은 가장 약한 생명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이기고, 부드러운 것은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능히 이를 행하지는 못해요. 사람의 몸도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하나 죽음에 이르러서는 굳고 강해지죠. 풀과 나무도 생겨날 때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음에 이르러서는 마르고 굳어집니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말은 어머니에게서 배운 말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건 '풍토'라는 말과 사전적 의미는 같습니다. 하지만 한자로 할 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추상어였던 것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로 바뀌는 순간 '아! 풍토라는 말이 바람과 흙이구나.'하고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던 거죠.

흙과 바람.

우리 몸, 육체는 흙이에요. 마음, 또는 정신이라는 것은 바람이에요. 흙은 변하지 않지만 바람은 수시로 변해요. 그러니 우리에게는 변하는 '나(마음'와 변하지 않는 '나(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인류를 먹여살린 영웅, 할머니

-관계 속에서 점점 현실의 어려움이나 닥쳐올 고난을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인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는 그리고 우리는 누구일까'를 질문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한 밤에 눈 뜨거든 귀를 기울여보세요

-우리가 지금껏 추구해 왔고 또 끝없이 추구해 가야 할 것은 지렁이 울음같은 삶이에요. 밟히고 또 밟히면서도 흙을 만들고 생명을 만드는, 그래서 먹이사슬의 최하위가 최상의 것으로 올라가 한을 푸는 지렁이 울음 말입니다.

-"눈도 다르도 없고 소리 낼 목청도 없다는데 어떻게 지렁이가 울음소리를 낸다고 합니까?"라고 따지지 마세요. 그 소리는 우리 할머니가 밭에서 묻혀 온 흙냄새, 혹은 어머니의 친정집 시골 뒷마당에 묻어둔 어린 시절 우리의 생명 소리입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사는 것과 그저 흘러가는대로 삶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질문을 떠올리고 오랫동안 화두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도끼같은 순간들이 많았다.

이번 <땅속의 용이 울 때>로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땅 속의 용이 울 때>는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인데, 기존 <별의 지도> 또한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서 이미 소장하고 있고 곁에 두고 있다.

국가를 따지지 않고 여러 작가의 책을 읽는 나에게, 한국인만이 쓸 수 있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글맛을 들려준 <땅속의 용이 울 때>는 두고두고 우리 마음속에 새기면 좋겠다.

한국이라고 하면, 땅이라고 하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꿈틀거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한이 많은 민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민족이라는 깊은 영혼. 과거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지만 한국문화와 문학을 알리는 분들이 글을 읽을 때면 어딘가 어려오는 그 마음이 있다.

<땅속의 용이 울 때>는 흙, 바람, 자연, 영혼, 그리고 나(마음과 정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글이 아닌 이야기로 들려주는 이 책은 마치 옆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하루종일 듣게 되는 그런 이야이같다.

이 책에는 지렁이가 많이 나오는데 가장 낮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작은 존재이지만, 결국 지렁이가 있어야 생명이 사는 가장 큰 존재이다.

생명이 흙으로 가야지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지렁이는 바로 그 흙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고 생명력이 살아날 수 있다.

우리 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지렁이라는 존재가 그 무엇보다 가장 크고 높고 강한 사랑의 존재이다.

우리 글만 줄 수 있는 깊은 울림을 <땅속의 용이 울 때>로 만나게 되었다.

'흙의 울음처럼 살자'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처럼 다시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모든 삶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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