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 인류세 리뷰
존 그린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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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리스트>에 있으면서 아주 많은 책을 읽었다. 그래서 '인류세'라는 말을 언제 처음 접했는지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대략 2002년쯤이었음은 확실하다. 인류세는 현재의 지질시대를 가리키기 위해 제안된 용어다. 이 시대에 인간은 이 행성과 행성의 생명 다양성을 심대하게 재편했다. 인간의 힘을 확장하는 것보다 더 인간적인 것이 없다지만 우리는 21세기 이 지구에 엄청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전문가의 삶을 생화학자로 시작한 형 행크는 인류세를 내게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사람으로서 너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의지하고 있어. 그런데 네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강이나 사막 혹은 북극곰이라고 상상해봐. 그래도 네게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사람이야. 강이나 사막 혹은 북극곰인 넌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의지하고 있겠지."

-세상을 사랑하는 것은 인간과 다른 존재들 모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며, 별들의 아름다움과 그 도저한 거리를 앞에 두고 출렁이는 그대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세상을 사랑하는 것은 울고 있는 그대의 아이들을 껴안는 것이며, 6월에 돋아나는 시카모어 잎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슴 가운데께가 아파지기 시작할 때, 목이 옥죄기 시작할 때, 눈에 눈물이 차오를 때, 나는 그런 감정들을 외면하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회피하고 싶다. 아니면 감정을 깊이 느낄 수 없도록 다른 일을 핑계로 피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 어찌 끝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어쨌든 세상과 사랑에 빠지고 싶고, 그 세상이 나를 활짝 열어주기를 바란다. 나는 여기,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느끼고 싶다.

모리스 센닥은 공개 석상에서 그가 한 마지막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그대의 인생을 살아라. 그대의 인생을 살아라. 그대의 인생을 살아라."

이 책은 그렇게 살고자 하는 나의 시도다.

-우리는 삶이 나아지리라는, 더 중요하게는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남을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있기 때문에, 여기 있는것이다.

나는 <올드 랭 사인>에 별점 다섯 개를 준다.

-바로 얼마 전 딸아이가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다시는 따뜻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또 여름이 되면 다시는 추워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계절은 결국 계속 달라진다. 우리가 아는 어떤 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심지어 영원하지 않다는 것조차도. 물론 전염병은 별점 하나를 받아야 할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대응이 별점 하나일 필요는 없다.


이번 책은 가제본이다. 나는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가제본이든 연재 미리보기든 상관 없다. 누구보다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게 오히려 행복할 뿐.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안녕, 헤이즐>로 유명한 작가, 존 그린의 에세이가 나왔다.

<인류세 리뷰>, 부제는 '인간 중심의 별에서 살기 위하여'.

인류세라니? 과학이나 생물학 책도 아니다. 존 그린이 바라보는 우리와 지구, 우주와 생명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이 책의 제목은 <인류세 리뷰>. 게다가 가제본에는 실제로 이 책이 최종 출간될 표지와 전문을 다 담지 못한다고 하니 더 궁금해졌다.

결론은, '인류세 리뷰'라는 제목에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존 그린만의 따뜻한 시선과 감성이 그대로 담겨져있다.

우리는 책을 볼 때, 영화를 감상할 때, 밥을 먹을 때, 여행지를 갈 때 별점을 메긴다. 이건 별점 한 개, 이건 별점 다섯개...

격주로 발행되는 서평지 <북리스트>에서 수백 권의 서평을 쓴 그가, 이번에는 보고 듣고 겪은 것에 대해 별점을 메긴다.

코로나19라는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내이염을 겪고 회복한 후 느낀 감상도 있다. 그리고 이 넓은 우주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으며, 인간 외에도 자연이라는 거대하고 경이로운 존재 속에서도 함께 한다.

제목 <인류세 리뷰>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인류와 관련된 경험들을 '존 그린'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글이다.

나에게 '인류'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졌는데, 존 그린의 <인류세 리뷰>를 읽다보니 어느새 가까워졌다. 내가 만나는 사람, 영향을 주고 받는 모든 분들, 그리고 매일 아침 만나는 새들과 넓은 하늘, 우주라는 존재 속에 아주 작은 하나의 점. 결국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생각이 인류세라는 단어 끝에 맴돌았다.

앞으로 인류세는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 그리고 희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말미에 말하는 것처럼 우리의 대응은 별점 하나일 필요는 없다. 현상 자체는 별점으로 평가할 수 있어도,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결코 별점으로만 말할 수 없다. 인류세는 그런 존재니까.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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