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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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 자크 거리의 한 카페에서 그날 오후를 보냈다. 다른 오후들과 똑같은, 봄날의 오후였다. 나는 내심 조금 지루해하고 있었다. ...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나는 강렬한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넘쳐흐르는 육체적 직관, 언젠가는 내가 죽게 될 거라는, 크롬으로 된 이 전축 가장자리에 내 손이 더 이상 올려지지 않을 거라는, 내 눈 속에 이 햇빛을 더는 담지 못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내 목덜미를 쓰다듬었고, 내 입을 다시 찾았다. 나는 밤이 될 때까지 그렇게 그의 어깨 위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드럽게 투덜대면서. 한 학기가 끝이 났다.

-그와 같은 음색의 목소리. 한순간 아마도 그가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하지만 그가 나에게 그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다음 순간, 이것은 말의 문제일 뿐이라는 생각이, 사실 그는 나를 무척 좋아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행복한 일주일을 더 보내기로 합의를 본 것뿐이었다. 나중에 나는 그를 떠나야 할 것이다. 그를 떠난다, 그를 떠난다...... 무슨 이유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 불안정한 그 지루함으로, 곳곳에 흩뿌려진 그 고독으로 돌아가기 위해? 적어도 그가 나를 바라볼 때 나는 그가 보였다.

-"왜? 넌 네가 젊고 책임질 일이 없다고 느끼니?"

그가 빈정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런 의도를 내비쳤는지, 그는 우리 두 사람이 '소녀와 훌륭한 보호자' 인 양하는 태도를 재빨리 지워버렸다.

-"아뇨, 난 내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느껴요. 하지만 무엇에 대해서요? 내 삶에 대해서? 내 삶은 아주 유연하고 말랑말랑해요. 나는 불행하지 않아요. 난 만족스러워요. 행복하기까지 한 건 아니지만요.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과 함께 있을 때만 빼고요."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처음 읽었던 건, <슬픔이여 안녕>,

19살이라는 나이를 믿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필력과 인기를 얻으며 일순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작가라는 이름과 함께 셀럽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멋진 제목만큼이나 멋진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과 인생.

이번에는 소담출판사에서 예쁜 리커버리로 출간한 <어떤 미소>를 만났다.

프랑수아즈 사강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글이 <어떤 미소>를 펴자마자 단숨에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주인공 도미니크와 뤽. 그리고 뤽의 부인 프랑수아즈.

매력적인 유부남이라는 뤽이라는 인물에게 빠져드는 도미니크는 나이를 넘어 새로운 인간관계와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젊음과 성숙이라는 두 남녀 사이에는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럽고 특별한 관계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물론 부인 프랑수아즈나 남자친구 베르트랑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겠지만!)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영원한 것 없음을, 그리고 감정이란 부질없음을 일깨워주는 소설 <어떤 미소>.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만나길 원하고,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며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떤 미소>의 말미에는 혼자임을 자각하며 '그게 어떻다는 말이냐'는 꽤나 시니컬한 감정도 느껴진다.

(심지어 잘 지내냐는 뤽의 전화를 받고도 그 사실이 이젠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다니!)

아마 주인공 도미니크는 뤽을 만나고 새로운 감정과 인생을 경험했을 것 같다.

<어떤 미소> 속에 주인공이 어떤 미소를 지었는지, 그리고 그 미소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어떤 미소>를 한번더 읽어야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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