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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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디스 워튼.

시대적 배경이 잘 드러나는 특유의 섬세한 문체가 정말 좋아서 <올드 뉴욕>도 얼마전에 잘 읽었는데 이번에는 으스스한 소설로 다시 나타났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는 제목처럼 8개의 단편소설 속에는 유령, 영혼, 사후세계 등 환상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디스 워튼 자신은 유령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경쇠약 증세를 가지고 있었고, 어린 시절 장티푸스로 인해 죽기 일보직전까지 간 후로도 종종 재발했다는 일화를 보면 한편으로는 기이한 존재를 믿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으스스하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이디스 워튼만의 문체가 느껴지는 일상 소설로 읽다가 끝을 보고 나서야 어리둥절함과 오싹함이 느껴진다.

한 편당 글이 길지 않으니 꼭 스포일러 당하기 전에 끝까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초반에는 궁금증만 가득한데 끝으로 갈수록 누가 누구지? 그래서 어떻게 된거지? 하는 생각과 실마리가 풀려가면서 소름이 돋는 신기한 소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오, 하나 있어, 물론. 하지만 너희는 절대 모를걸."

반년 전 햇살이 밝게 빛나던 6월의 어느 날, 정원에서 웃고 떠드는 가운데 나왔던 말이었다. 메리 보인은 12월이 된 지금 이 말을 다시 떠올리고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

-"절대 모를 거라고?" 에드워드 보인이 스테어에게 따지듯 물었다. "사람들이 모르는데 어떻게 유령이라는 거야?"

"나도 잘 몰라. 그냥 그렇다고 하더라."

"유령이 있긴 있는데, 아무도 그게 유령이라는 걸 모른다고?"

"글쎄, 어쨌든 나중에 가서야 안대."

"나중에 가서야?"

"한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 잠깐만!" 에드워드 보인이 끼어들었다. "한참 후에 먼 과거를 되돌아보며 유령의 존재를 깨닫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잖아. 우리는 그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그렇지 메리?"

-"뭐였어? 누구였어?" 그녀가 물었다.

.. "우리 집 쪽으로 오고 있던 사람... 같이 봤잖아."

... "사라졌다고? 위에서 보고 있을 때는 아주 느리게 걷는 것 같던데?"

-친애하는 파비스에게.

얼웰의 죽음을 알리는 자네의 편지를 방금 막 받았네.

이제 골치 아플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더 안전해지려면...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의 가장 첫번째 단편이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다른 소설도 읽다보면 그 매력을 알 수 있겠지만 차차 읽으면 읽을수록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야기의 진실과 비밀을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는 아름다운 시골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보인 부부를 주인공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그 집에 살면 유령을 만나게 되는데 아주 오랜 후에야 그것이 유령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렴 어떻겠어 하는 마음으로, 보인 부부는 그 집을 사들이고 지내게 된다.

좋은 일도 있겠으나 좋지 않은 일들도 벌어지면서 특히 남편인 에드워드 보인과 얽히고 섥힌 일들이 주축으로 펼쳐진다.

더 많은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말할 수 없지만 남편이 사라지게 되면서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친다.

과연 보인 부부도 유령을 진짜 만나게 되었을지? 남편인 에드워드 보인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어느 날 문득 지붕 옆으로 보이던 그 남자는 누구일지? 짧은 단편 하나 속에도 많은 것들이 숨겨져있다.

이디스 워튼의 전작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의 새로운 매력에 빠질 것 같다.

그동안 읽었던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다르게 죽음, 유령, 오싹함이 가득하니까.

이 8개의 단편 모두 끝까지 읽다보면 알게 된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죽음을 불러왔으며 그 유령은 누구였는지.

이디스 워튼을 좋아한다면, 유령 소설을 좋아한다면, 고딕풍을 좋아한다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지는 이야기를 꼭 읽어보기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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