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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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와 비극, 희극과 디티람보스, 피리나 키타라 연주를 위해 지은 곡 대부분은 모두 모방에 속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세 가지 면에서, 즉 모방할 때 사용하는 수단과 대상과 방식에서 서로 다르다. 다양한 대상을 모방하고 모사할 때 색과 형태를 이용하기도 하고(기술 혹은 기량을 발휘하며), 음성이라는 수단을 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앞에서 말한 예술도 모두 리듬과 언어와 선율이라는 수단을 개별적으로 사용하거나 서로 조합해 모방한다.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하려 하고, 비극은 우리보다 나은 사람을 모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부분도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서 배우고, 모방하는 데 가장 뛰어나며, 모방된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하지만 전적으로 사악한 자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추함의 일부일 뿐이다. 우스꽝스러움에는 어떤 결함이 있고 창피하기는 하지만, 남에게 고통이나 해를 입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스꽝스러운 가면은 못생기고 뒤틀렸지만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서사시는 훌륭한 사람을 운문으로 모방한다는 점에서는 비극과 동일하지만, 비극과 달리 운율을 한 종류만 사용하고 낭송을 한다.

-비극의 특성을 결정하는 구성요소는 플롯, 성격, 대사, 사상, 시각적 요소, 노래, 이렇게 여섯 가지다. 이 중에서 둘은 모방의 수단이고, 하나는 모방의 방식이며, 셋은 모방의 대상이다. 이외의 다른 구성요소는 없다. 거의 모든 비극시인이 이러한 구성요소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다. 비극은 모두 시각적 요소, 성격, 플롯, 대사, 노래, 사상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사와 노래는 모방의 수단이고, 시각적 요소는 모방의 방식이며, 플롯, 성격, 사상은 모방의 대상이다.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고결하다. 시는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경향이 있지만, 역사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을 주로 말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것"은, 어떤 사람이 이러저러한 경우에 개연성이나 필연성에 따라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시는 등장인물에게 특정 이름을 붙이지만, 시의 목표는 보편적인 데 있다.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은, 이를테면 알키비아데스가 무엇을 했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희극에서는 개연성에 따라 플롯을 구성하고 나서 등장인물에게 그 플롯에 적합한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풍자 시인이 특정한 개인을 놓고 시를 쓰는 것과 다르다. 반면에, 비극은 실존 인물의 이름을 고집스레 사용한다. 가능성이 있어야 설득력도 있기 때문이다.

-운율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사시도 비극과 마찬가지로 플롯을 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즉, 서사시의 플롯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통일되고 완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생명체처럼 전체가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서사시 고유의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제 읽어도 좋은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이번엔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전 <시학>이 나왔다. 130여쪽 정도의 분량의 가벼운 책이라 손에 들고 왔다갔다하며 읽었는데 예술과 문학에 대한 총서로서 2,0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좋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시대에 나타나 <시학>으로 강연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읽으면 머릿 속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책 소개를 읽어도 잘 나와 있는데 플롯, 스토리텔링, 모방, 비극,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등 우리가 읽고 보고 듣는 문학의 개념들이 담겨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을 읽고난 다음 내가 느끼는 영화와 드라마와 책이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

이야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 이야기가 어떤 모방을 하고 어떤 서사를 가지고 어떤 플롯으로 이끌어가느냐는 쓰는 이의 따라 다르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시학>에는 '시'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것 이상으로 글과 운율과 더 나아가 글에 담긴 음악이 어떻게 쓰여져있고 어떤 구성으로 우리가 무엇을 느껴야할지를 아리스토텔레스만의 철학으로 담겨있다.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는 통찰도 대단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에는 알지 못했을, 이제서야 밝혀지는 모방과 뉴런에 대한 통찰을 이미 알고 있었다니! 좋은 글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나쁜 이와 빌런의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동요되어 화가 난다. 역사적인 사실과 영웅담을 읽으며 피가 끓어오르는 기쁨과 분노의 애도 있다. 이미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된 모방 본능이다.

구성이 뛰어난 좋은 이야기를 읽으면 (슬픈 서사이든 웃긴 희극이든) 그 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전율이 느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예술의 본질이 모방이라면 우리는 더 좋은, 더 많은, 더 다양한 모방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시를 읽으면서도 미학적인 맛과 함께 철학과 윤리와 배움의 기쁨도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좋은 플롯은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정 이상으로 좋은 성품과 훌륭한 배움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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