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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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다면적인 개념이여서 엄격히 통일된 하나의 경우로 논하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주장의 엄정한 통일성을 포기하는 대신 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 문화라는 주제에 접근하려 한다. 나는 '문화'라는 용어의 다양한 의미를 점검하는 일로 시작해, 문화 개념과 문명 개념의 주요한 차이점들을 몇 가지 살펴볼 것이다. 그런 다음 문화를 인간 존재의 근간이라고 간주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주의 원칙을 살펴볼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다양성, 복수성, 혼종성, 포용성 등의 개념을 유행이 이미 지난 몇몇 비평적 판단을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또한 문화 상대주의라는 신조에도 이의를 제기하려고 한다.

사회적 무의식

-이 사회적 무의식은 문화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것 중 하나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이라는 의미에서의 문화란 가장 정교한 인간의 의식 행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는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보다 더 강하게 자각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는 덜 강하게 자각한다. 덜 강하다는 건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색, 즉 눈앞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연하게 여긴다는 의미의 문화다. 이것이 자크 라캉이 '대타자'라고 부르는 것으로,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이 하나의 전제가 되어 개별적인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문화의 사도

-오직 문화로만 살아갈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러나 와일드는 동시대인 중 그 어떤 이보다 문화로만 살아가는 데 근접했던 이다.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론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관점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삶에서 달아나 예술로 향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반대로 그것은 삶을 예술 작품으로 변모시키는 문제, 즉 일상의 존재를 심미화하는 문제였다.

 

 

 

책에 대한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 테리 이글턴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문학 강의는 시야를 넓혀주는 총서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문화에 대한 책으로 나타났다. 제목도 근사한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평론가이자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터의 시선에서 바라본 문화(물론 이 안에는 수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물론 내가 이해하기에 쉽지 않았다. '문화'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농경시대, 포스트모더니즘, 자본주의, 테러리즘, 혁명, 서브컬쳐 등 사유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테리 이글턴이 생각하는 문화의 범주와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문화와 볼 수 없는 문화(사회적 무의식) 또한 생각할 거리다.

'문화'라는 멋진 단어에 가려져 이제는 문화가 예술이 아닌 상업적 도구로 비쳐진 21세기에 대한 급진적 비판도 계속해서 읽게 만든 원동력이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사회를 풍요롭게 만든(culture의 어원처럼!) 자원들을 의미부터 뜯어내서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여야할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다양성은 곧 자유라는 분위기가 만연한데 <문화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문화의 다양성은 또 무엇일까 생각도 해본다.

배고픈 문화와 배부른 문화가 있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문화는 과연 자본인가 예술의 잣대인가.

아직 <문화란 무엇인가> 속의 테리 이글턴의 사유를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의 지평을 넒혀주는 고마운 책.

문화에 무지한 나에게도, <문화란 무엇인가> 책을 통해 문학과 문화와 문명을 모두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시대를 살면서, 자본주의를 느끼면서, 다양성과 통일성에 대한 기준을 찾아보면서 <문화란 무엇인가>로 사회제도의 일부분을 고민해볼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문화'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보고 싶고 궁금한 것이 생긴다면 <문화란 무엇인가>를 재독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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