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 - 톨스토이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8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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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집에 도착하자 한 여연이 우리에게 불만을 쏟아놓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는 남자보다 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더군요. 그 입에서 죽임의 기우이 퍼져나왔습니다. ... 하지만 만일 그렇게 한다면 여자는 죽고 말거라는 걸 저는 알았습니다. 그때 남편이 여자에게 하나님 얘기를 꺼냈습니다. 갑자기 여자의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여자가 제게 저녁을 차려주면서 절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그녀 얼굴에 더는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고 생기가 넘쳤습니다. 저는 그 얼굴에서도 하나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리라'고 하신 하나님의 첫 번째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을 제게 보여주셨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뻤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웃은 겁니다.

-한 남자가 오더니 1년을 신어도 모양이 변하거나 뜯어지지 않는 장화를 주문하더군요. 그런데 전 그 사람 어깨 뒤에 제 친구인 죽음의 천사가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 천사는 저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 천사를 알아보았고, 그날 밤 해가 지기 전에 천사가 신사의 영혼을 데려가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죠. '이 사람은 날이 저물기 전에 죽을 거라는 것도 모르고 1년을 준비하는구나.' 그때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는 하나님의 두 번째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는 이미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능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 두번째로 미소를 지었지요.

-그러나 아직 한 가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던 겁니다.

-'그 어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때, 난 부모 없이 아이들은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말을 들어주었지. 하지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 자기 젖을 물려 아이들을 이렇게 키웠구나.' 부인이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들을 가엾이 여기며 눈물을 흘렸을 때, 저는 그 부인에게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았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 번째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절 용서하셨다는 걸 알고서 세 번째로 웃었던 겁니다."

"세 가지 질문"

-"잘 생각해보시오. 당신이 어제 약한 나를 딱하게 여겨 대신 밭이랑 파주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면 저 젊은이는 당신을 헤쳤을 것이고, 당신은 여기에서 나와 함께 있지 않은 걸 후회했을 것이오. 그러니 가장 중요한 때는 당신이 밭이랑을 파던 때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도와준 것이었소. 나중에 그 젊은이가 달려왔을 때, 가장 중요한 때는 당신이 그를 보살펴준 때였소. 상처에 수건을 감감아주지 않았다면 그는 당신과 화해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니 말이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그였고, 당신이 그에게 해준 일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소.

-꼭 기억하시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걸 말이오.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때에만 우리가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오. 앞으로 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될지 어떨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인데, 오직 그 하나를 위해 인간은 이 세상에 온 것이기 때문이오!"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 첫 문장을 뽑는다면, 아마도 이것.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속 한 구절이다.

나도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읽고서 숨막힐 듯 이어지는 이야기들로 밤을 세웠는데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다시 밤을 새웠다.

소설인듯 우화인듯, 그동안 읽었던 톨스토이의 소설과는 결이 다른 아름다운 문체에 푹 빠졌다.

사실 예전부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제목이 너무 멋있어서 한동안 되뇌이고 꼭 읽어야지 메모도 했었는데

살다보니 시간은 짧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도 많아서 이제야 인연이 닿아 읽게 되었다.

근데 분명 제목만큼이나 익숙한 글이다. 어디선가 분명 읽어봤다. 유명한만큼 인용도 많이 되서 그럴 것인데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거지? 실마리를 찾다보면 어느새 퍼즐이 맞춰지면서 '아! 이 얘기! 그리고 사랑"이라고 외치게 된다.

가난한 구두장이와 아내. 그리고 길모퉁이에서 발가벗은 채로 교회 앞에 버려진 사내 하나.

이 셋의 이야기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알게 된다.

구두장이이 세몬은 아내 마트료나와 바로 그 사내 미하일을 입혀주고 따뜻하게 해주고 함께 살아가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도와줄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이 부부도 형편이 넉넉치 않아 세들어 살고 겨우 빵으로 하루 끼니를 연명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미하일을 버려둘 수 없었고 같이 살면서 구두장이 기술도 잘 연마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사내, 미하일이 인간세계에 버림받고 떨어진 이유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구두장이와 아내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들려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특히 마음에 깊이 담겨지는 이유는,

깨달음이 필요한 질문 세 가지를 무엇이라고 딱 명확하게 짚어주지 않는 점이다. 사랑, 그리고 무엇이 더 있을까? 연민이라 해야할 지 따뜻한 마음이라 해야할지 유한한 인생의 소중함이라고 해야할지 그 몫은 오롯이 독자에게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함께 <세 가지 질문>도 인생의 멋진 가르침을 준다.

왕이 알고 싶은 지혜 3가지를 물으며 길을 떠났는데 뜻밖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결국 우리에겐 오직 지금만이 있다는 세 가지 이상의 한 가지를 얻게 된다.

요즘 마음이 썩 좋지 않고 각팍해지는 세상에서 톨스토이의 단편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너무 길지도 않은 딱 좋은 정도의 분량의 짧다면 짧은 글이지만 손 안에 있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 한 권은

'무엇'으로 살아가야할 지 묻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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