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역사 - 세계 경제를 결정하는 5대 머니게임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신은주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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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든 부의 역사"

서로 주고받으려면 무엇보다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두로만 약속을 맺으면 의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법도 없고 법을 감독하는 곳도 없었던 고대에는 계약이나 서약을 어디에서 보증받았을까요?

인간은 그 역할을 종교에서 찾았습니다.

인간에게는 일반적으로 양심이 있습니다. 양심은 논리와 도덕을 이끌어냅니다. 인간은 폭력이 악이라는 것을 깨닫고 선악의 가치 판단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는 것이 다른 사람과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따라서 조화로운 자세로 공존을 도모합니다.

그러나 논리와 도덕으로 선악을 판단할 때 모든 인간이 명명백백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인간의 의식 속에 이를 반복해서 새기기 위한 제도나 의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필요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종교밖에 없었습니다.

그 시대에 범죄를 막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종교였습니다. 수사력에 한계가 있었던 전근대사회에서 범죄를 막으려면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 이외의 방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종교라는 시스템을 공동체 운영에 편입시켜야 했습니다.

죄를 범하면 신이 벌을 주는 것은 세계 모든 종교에 공통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종교는 벌칙을 규정해놓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종교는 신의 뜻에 따라 선행을 한 사람에게는 사후 세계의 안락과 신의 은총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죄와 은혜를 교묘하게 섞어서 사람들이 신을 경외하도록 합니다.

신이 경제 기반을 반든다

고대 - 5대 머니게임의 서막

중세 - 종교, 경제에서 태어나 경제를 낳다

근세 - 인간은 어떻게 돈의 노예가 되었는가

근대 - 머니게임 후반전, 경제와 과학과 종교의 분립

현대 - 하나로 움직이는 세계 경제와 그 배후

요즘 핫한 책, <부의 역사>.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찍었고 페이스북과 인터넷서점을 돌아다니다보면 오야마 다쿠에이의 <부의 역사>가 종종 보이곤 했다.

드디어 나도 궁금해서 읽어본 <부의 역사>.

우선 책을 펴보면 바로 알겠지만 누구나 읽기 쉽게 쓴 부와 종교에 관한 경제경영서이다.

책의 하단에는 'must person', 'must affair' 이라고 꼭 알아두면 좋을 인물이나 사건을 콕 집어주고, 역사의 흐름을 잘 잡기 위해 도식화해서 표현도 해준다.

책의 제목인 <부의 역사>, 그리고 그 부제목인 '세계 경제를 결정하는 5대 머니게임'이라는 말을 보고 책을 폈을 때는 정말 몰랐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의 역사는 곧 종교의 역사와 다름 없다는 것을.

어떻게 신성한 종교를 돈과 부와 자본주의에 묶을 수 있느냐고 성을 낼 수도 있지만, 그런 비판과 비난에도 꿋꿋하게도 저자는 종교를 이해하는 방식은 곧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자 가치관이며, 시대의 정치과 경제는 물론 사회까지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부와 종교라니.

그동안 나왔던 역사책과 다른 <부의 역사>는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며 쓱쓱 잘 읽히기까지 한다.

지금이야 법과 제도라는 장치로 악과 불법을 막는다고 하지만, 자연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연히 한정된 부와 자원을 가지고 싸우기 마련이다.

저자는 <부의 역사> 가장 앞단에서 왜 부의 역사에서 종교를 빼놓을 수 없는지를 설명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고 조율할 수 없는 바로 그 싸움을 인간 위의 존재, 즉 신이라는 고차원적인 절대자로 막으려했다는 것이고 이로써 종교와 부는 역사의 길을 함께 걷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 사이사이의 역사적 큰 사건들과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종교적 특색에서 묻어나는 부의 흐름은 <부의 역사>를 읽는 또다른 재미도 준다.





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장치

-그렇다면 종교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이해관계 조정 기능입니다.

종교는 세속을 넘어선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욕심 많은 인간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서 신처럼 세속을 초월한 존재를 이용했지만 종교 자체가 세속을 초월한 것은 아닙니다. ... 더 많은 풍요를 찾아서 경제 활동 규모를 크게 만들려고 할 때 광범위한 집단을 구성하기 위하 공동 이념으로서 종교가 필요합니다.

기부와 투자의 등장

-앙코르와트와 같은 거대 사원은 단순히 종교 시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왕족들의 사치품도 아닙니다. 거대 사원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폭제였습니다.

-앙코르와트를 시작으로 각지에서 시작된 거대 사원 건설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유인이었고 기능적으로는 경제 유동 시스템이었습니다.

-성장의 파급 효과를 꿰뚫어본 부유층은 적극적으로 사원 건설에 투자 또는 기부를 했습니다. 기부를 하면 왕조에서 다양한 상업적 이권이나 토지 개발 및 개간을 허가해줬습니다. 이런 형태로 캄보디아 투자 경제가 거대한 순환을 이루면서 발전했습니다.

면죄부가 독일에서만 잘 팔린 이유

-푸커가는 알베르히트에게 독일에서 독점권을 갖고 면죄부를 판매하게 했습니다. 알브레히트의 호엔촐레른 가문은 독일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판매를 하는 면죄부에는 엄청나게 큰 정치적 프리미엄이 붙었습니다.

-면죄부를 천만 원어치 산 사람보다 1억 원어치 산 사람이 호엔촐레른에 대하 공헌도가 높았고 호엔촐레른 가문의 힘을 얻어 정치적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거액의 면죄부를 구입한 사람은 요직을 얻거나 농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존재라는 숙명

-인간이 이성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인간과 사회를 저절로 공정함과 정의로 이끄는 신의 보이지 않는 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신이라는 초월자와 그 위대한 힘을 느끼고 경외하는 것은 종교적인 신앙이 있든지 없든지 인간인 한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또는 숙명적으로 종교적인 존재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과 종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믿음과 신적 의미의 종교도 물론 있지만, 이 책에서는 종교과 부가 어떻게 흐름을 같이하고 있는지를 재밌게 짚어낸다.

예를 들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캄보다이의 멋진 사원, 앙코르와트도 종교적인 의미와 함께 국가적 기부와 투자, 그리고 그런 인프라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고용하는 경제의 힘이 숨겨져 있었다고 말한다. 비슷한 의미로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곳곳에 멋진 성당이 있고 높은 철탑의 교회가 있는데, 이 또한 교회가 사람들의 모임의 중심이자 부와 기부, 그리고 경제적 활동의 근거지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이 교화를 중심으로 구역을 나눈다고 하니 의미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학교다닐 때 배웠던 루터의 종교개혁, 그리고 토머스 제퍼슨이 외친 독립기념문과 미국전쟁 안에서도 우리는 종교가 어떻게 한 국가와 경제를 왔다갔다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때론 그 종교가 부를 막기도 한다. <부의 역사>에서는 어쩌면 중국의 폐쇄적인 시장 경제가 유교문화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종교의 영향일 수도 있으며, 이슬람 또한 불로소득이나 이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인 문화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논한다.

그에 반해 유대인들의 빠른 셈과 기막힌 부의 흐름을 읽는 교육들은 유대교를 넘어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부의 상위를 차지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각 국의 종교와 시대상을 따라가다보니 어쩌면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는 결국 비슷한 꼴을 가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부와 명예를 나누고 싸우고 화해하는 역사적 모습은 지금의 시대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한 나라의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고 종교라는 이름은 결국 부를 나누기 위한 방편이거나 더 많은 부를 거둬들이기 위한 국가의 표식일 수도 있다.

"신이 만든 부의 역사"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만든 종교 속의 부의 역사"이다.

하지만 그 종교는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바로 그 신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우리는 더 살기 좋고 행복하고 부를 누리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의 역사>에서는 이 책으로 경제와 종교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제 우리 삶에 종교는 종교 그 이상의 많은 의미가 있음을 역사의 흐름과 함께 걸어가며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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