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양장) 새움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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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평화다

자유는 예속이다

무지는 힘이다"

1984_당의 3대 강령

4월의 화창하고 추운 날, 시게들은 13시를 쳐서 알리고 있었다. 윈스턴 스미스는, 지독한 바람을 피해 보려 애쓰며 턱을 가슴께에 파묻고, 승리맨션의 유리문을 통해 빠르게 미끄러져들어갔다. 그럼에도 함께 따라 들어오는 모래 먼지의 소용돌이를 막을 만큼 충분히 빠르지는 못했다.

윈스턴은 확실히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오늘 아침의 눈길이 마주친 이우에도 오브라이언이 친구였는지 또는 적이었는지를 확신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또한 그것은 심지어 크게 중요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애착이나 당파심보다 더 중요한 이해의 고리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나게 될 걸세." 그는 말했었다. 윈스턴은 그것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다만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실현될 것이었다.

사람들이 인류 유산을 이어가는 것은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제정신을 지켜가는 것으로서였다. 그는 탁자로 돌아가, 펜을 담갔다가, 썼다.

미래 혹은 과거에게, 생각이 자유로운 시대에게, 사람이 각자 다르면서 혼자 살지 않는 시대에게- 진실이 존재하고 일어났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 없는 시대에게. 획일성의 시대, 고독의 시대, 빅 브라더의 시대,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인사 드립니다!

자신은 이미 죽었다, 라고 그는 되새겨 보았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기 시작한 바로 지금,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여겨졌다. 모든 행동의 결과는 그 행동 자체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썼다.

사고범죄가 죽음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다. 사고범죄가 곧 죽음이다.

"당신들은 방금 묘사한 것 같은 그런 세상을 창조할 수 없습니다. 그건 꿈이에요. 불가능합니다."

"왜지?"

"문명사회를 공포와 혐오와 잔인함 위에 세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왜 그렇지?"

"거기엔 생명력이 없을 테니까요. 그건 붕괴될 겁니다. 자멸하고 말 겁니다."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조지 오웰.

영국의 소설가로 <동물농장>, <위건 부두로 가는길> 등 마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밑바닥 생활과 인생에 대한 고뇌로, 탄생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우울하지만도 않다.

사실 <동물농장>을 어렸을적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동물들마다 무엇을 뜻하는지 비유적 표현을 알아맞추는 문제적 문제를 위한 작품으로 접했었는데, 크고 나서 읽어본 <동물농장>은 현실과 이상을 넘나드는 그의 멋진 필체로 얇은 책의 두께보다 배로 두꺼운 생각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오랫동안 다른 고전 작품을 읽는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는데, 이번에 새움 출판사의 이정서 번역가를 통해 조지 오웰의 <1984>가 재탠상했다. 나는 아직까지 <1984>의 유명세는 알았지만 읽어보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드디어 읽어봤다.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고전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역시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작품은 모두 이유가 있다. <The Kiss>라는 그림 작품의 멋진 표지만큼 이번 <1984> 고전도 소장각이다.

<1984>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건, 한참 광고 공부를 할 때다.

광고인의 영원한 워너비, 스티브 잡스를 파헤치다보면 그의 놀라운 광고역작들을 만나게 된다.

때는 1983년 봄, 매킨토시 광고를 출시하기 위해 가히 놀라운 작품을 선보인다.

바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광고라는 평을 듣는, 소설 속 1984가 왜 실제 1984와 다른지 도끼로 깨부시는 그 멋진 장면이 담긴 광고!

광고 속에서도 빅브라더와 세뇌 당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는 (에어팟을 낀) 여자가 나타나 화면을 부숴버린다.

얼마나 끔찍했으면 책 속 <1984>가 아닌 희망이 있는 <1984>를 강조하는걸까.

단순히 디스토피아라는 작품을 넘어, 조지 오웰의 <1984>는 인생의 쓴맛이 아주 가득하다.

주인공 윈스턴은 부스스한 몸을 일으켜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 하루는 역시,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보는 빅브라더와 함께다.

그런 그에게 스멀스멀 반발심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일기도 쓰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느낀다. 이상한 강령은 또 뭐고 전쟁과 예속과 무지를 찬양하다니! 당의 3대 강령이 <1984> 속에서도 여러번 등장하는데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화가 난다.

이런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상한 신어를 만들고 사상경찰, 텔레스크린, 헬리콥터, 마이크로폰 등을 통해 철처히 감시하는 자유 없는 삶이 이어진다. 그런 윈스턴에게 용감한 변화가 찾아오나 싶은데 과연 <1984>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암울함으로 유명한 이 책의 명성만큼이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만나기도 하고 체포되기도 하고 무기력한 그저그런 인간1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소설 속 <1984>가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오늘 날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일들이 너무 많고 국제사회를 봐도 독재정치와 암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작품이 1948년 (눈치 챘겠지만 1984를 살짝 뒤집은 숫자다) 에 나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70년이 넘어도 이 말도 안됨은 계속되고 공감하는 슬픈 역사인 것 같다.

더욱 놀라운건 <1984> 속 예견된 일들이 2020년대에도 지속된다는 것! 조지 오웰의 미래를 내다보는 탁월함에 놀라고 아직도 변하지 않는 빅브라더 시대에 한번더 놀란다.

<1984> 속 사람들이 빼앗긴 건 천천히 죽어가는 자유다. 주인공 윈스턴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생명력이 없는 힘은 붕괴되고 생각이 자유롭지 못한 자유 없는 삶은 곧 죽음이다.

<1984> 보다 자유로운 삶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을 넘어 <1984> 속 윈스턴과 그의 동료들의 삶으로 투영되어 책 속에 뛰어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구 던져보게 된다.

오래도록 사랑받은 <1984>와 책 속에 나온 놀라운 신어들, 그리고 깜짝 놀랄 결말만큼 우리는 더 놀라운 삶을 자유롭게 투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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