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장)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사랑하고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들어봤을 <논어>.

이젠 고전 중의 고전이 되어서 책을 '읽었다'는 표현이 아니라, 논어를 얼마나 많이 읽어보고 이해했느냐를 논해야할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책으로 언급되어서 논어만큼 오래도록 사랑 받는 책도 없을 것이다.

나도 물론 읽어봤다. 읽어는 봤다.

한참 책의 매력에 빠졌을 때 18년 8월 경에 읽은 메모들이 있었다. 그때도 물론 홍익출판사의 <논어>였다.

아마 논어를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홍익출판사의 책을 접하지 않았을까.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 시리즈 '슬기바다'만큼 이해하기 쉽고 믿을 수 있는 해설서는 없을 것 같다.

2021년에 읽는 <논어> 역시 홍익출판사의 21년 뉴에디션으로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나이나 연륜에 상관없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옮긴이 오세진 선생님의 글들도 참 좋았다.

누구는 말한다. 살면서 꼭 읽어봐야할 책은 없고 살면서 꼭 봐야할 영화는 없다고. 나도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논어>만큼은 살면서 한번쯤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고전의 힘을 느낄 수 있고 아직 내 이해는 짧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맛이 살고 유익하고 무엇보다 언제 읽느냐에 따라 마음에 담기는 밑줄긋는 문장들이 달라지고 새롭다.

2018년의 나는 이런 문장을 새겼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 많이 듣고 그 중 좋은 것을 택하여 따르며, 많이 보고 그 중 좋은 것을 마음에 새겨둔다면, 이것이 진실로 아는 것에 버금가는 일이다."

-"인이 멀리 있는가? 내가 인을실천하고자 하면, 곧 인은 다가온다."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진실로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다면, 일 년만에라도 어느 정도 기강은 잡을 것이고, 삼 년이면 뭔가를 이루어 낼 것이다."

-자공이 여쭈었다. "한 마디 말로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서 로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놀랍도록 2년 반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문장을 적어놓은 것을 보고 신기하다가도, 그땐 이런 명문을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제는 읽고 또 읽고 이렇게 적어놓기까지 하다니 새로운 마음이 든다.

곁에 두고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책이 말해 무엇하나 싶을 <논어>.

다들 알다시피 논어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한 상황에서 공자님께서 집필하였고 안회, 자로, 자공 등 제자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나누어주었다.

시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슬퍼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할 일을 다하는 성인의 자세에서 겸손함과 겸허함을 배운다.

과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힘들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잘될 때나 그 어느 때 읽어도 좋은 말씀이 참 많다.

 

 

 

 

학이 1.1

-공자가 말했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서 때에 따라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않겠는가? 남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구자가 아니겠는가?"

위정 2-13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말을 내뱉기 전에 먼저 행동하고, 그다음에야 말이 행동을 뒤따르게 하는 사람이다."

술이 7-22

-공자가 말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 그중에 선한 사람을 골라 따르고, 선하지 않은 사람을 본보기로 삼아 고쳐야 한다."

옹야 6-20

-공자가 말했다.

"학문에 대해 아는 자는 것을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그것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

위령공 15-18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자신의 무능함을 걱정하지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위령공 15-27

-공자가 말했다.

"많은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그 사람을 신중히 살펴보고,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그 사람을 신중히 살펴보아야 한다."

<논어>를 읽으면서 사는 게 무엇일까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쩌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에서 많은 일들과 스트레스와 일어나지 않을 고민들까지 안고 있는 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아마 힘들 때, 그리고 센티멘탈한 밤에 읽어서 더 그렇겠지만.

공자님의 말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날에는 삶이 더 편해질까 욕심도 부려본다.

착하면 착할수록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잡고 있었는데 <논어>를 읽다보니 많이 정리가 되었다.

공자님처럼 살 수는 없어도 적어도 공자님 말씀을 듣고 새길 수는 있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배려하면서 나 자신은 살 수 있다.

잘 될 때 나서기보다 겸손해질 수 있고 안될 때 조차도 의지와 용기를 내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힘이 <논어> 안에 있었다.

인생의 길잡이 문장들과 함께 인문학과 역사를 배우는 것도 덤이다.

<논어>를 다시 읽기까지 몇 년이 흘렀다. 여러가지 이유와 핑계겠지만 내가 좀더 성숙해지고 지적 능력과 이해력을 높이고 난 다음에 논어를 제대로 읽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자를 더 배우고 나서, 독해력을 키우고 나서, 역사를 배우고 나서, 삼국지를 한번더 재독하고 나서 읽어야지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과연 내가 목표한 바에 비에 얼만큼 성장했는지도 알지 못하겠다.

만약 비슷한 이유로 <논어>를 손에 쥐기 까지 망설여진다면 이번 홍익출판사의 <논어>는 큰 힘과 위안이 될 것 같다.

상세한 해설과 함께 한자 원문 아래에 음독을 달아 누구라도 한글과 한자를 병행해서 읽을 수 있고 실제로도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독자가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하니까 말이다.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2021년의 나는 아는 자보다, 좋아하는 자보다, 즐기는 자가 되고 싶다.

이 모든 과정이 나아가는 길임을 알고 힘든 일도 좋아하는 일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일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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