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빈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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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식물에 대해 아는 것은 매우 적은데, 그것조차도 몇몇은 잘못된 정보다. 우리는 식물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식물은 동물보다 더 민감하게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나아가 식물의 세상은 의사소통이 없어 조용할 거라 확신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식물은 자기 의견을 확실히 전달하는 존재다. 또 식물은 어떤 사회적 유대 관계도 맺지 않는 존재라고 확신하지만, 사실은 철저한 사회적 유기체다.

-식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먼 곳까지 이동한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식물이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생애 동안 이동할 수는 있다. 식물을 정의하는 형용사는 실제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이 아닌 '원하는 곳에 뿌리를 내리거나 고착화할 수 있는'이 되어야 한다. 고착성 유기체는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이동할 수 없지만, 식물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이동할 수 있다.

누가 식물이 정적이고 그 자리에서만 뿌리를 내리는 조용한 생맹체라고 했는가?

세계적인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가 위대한 식물들의 모험과 함께 그 비밀을 밝혔다.

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눈으로, 그나마 조금더 가까운 동물의 눈으로만 생명체를 바라봐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동안의 연구결과나 조사는 식물은 어쩐지 뒤처져있고 그마저도 부정확한 정보들 투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 하나의 종들이 모두 개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위대한 서사시를 지닌 훌륭한 생명체이다.

저기 먼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때로는 무섭게) 악착같은 생명력을 지니기도 하고, 사람조차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에서 한줄기 빛과 한모금의 물로 몇백년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식물은 한 자리에 뿌리를 내려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오래걸리겠지만) 이동, 이동, 이동을 하고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식물들과 상호결합을 하며 살아간다.

식물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차이점 하나 더! 인간이나 포유류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한 수명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몇 십년, 몇 백년 수준이 아니라 2천년만에 부활한 마사다의 '대추야자'의 삶을 읽어나가다보면 유한한 인간의 삶의 덧없음과 함께 무한한 식물의 인생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식물학자가 쓴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다채로울줄 몰랐다. 동물이 가진 신기한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식물들은 차원과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넘어선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를 식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까짓거라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다. 식물이 바라보는 인간의 삶은 지구와 우주만큼이나 광활하니까!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는 크게 6장으로 우리에게 신기하고 놀라운 식물학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식물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것이다.

 

 

 

체르노빌 대참사에서 승리한 전투원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는 역대 최고로 최고등급인 7단계로 분류된 원자력 대참사였다. ... 식물도 폭발 이후 며칠 동안 방사능 낮긴을 겪었는데, 그 결과 또한 치명적이었다.

-방사선 수치가 최고조일 때 1차로 노출되어 벌어진 극적이 상황이 막을 내리자, 식물들은 샘영체와는 분명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이러한 상황에서 방사능에 적응하고 생존하는 방법을 찾았다.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 공간은 오늘날 구소련에서 가장 다양하 생물 서식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인간이 방사능보다 훨씬 더 해로운 존재였던가! 이 지역에서의 이가 활동 제한이 사실상 거대한 자연보호 구역을 만든 셈이 되었으니 말이다. 방사능에도 불구하고, 동식물은 과거보다 개체수가 증가하고 품종도 훨씨 다양해졌다. 오늘날 제한 구역에서 살쾡이, 라쿤, 노루, 늑대, 프례발스키 말, 여러 종의 새, 무스, 붉은 여우, 오소리, 족제비, 토끼, 다람쥐뿐만 아니라 1세기가 넘도록 멸종되었던 큰곰까지 찾아볼 수 있다.

탁월한 미인계로 탈출과 정복에 성공한 수크령

-수크령은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출신으로서의 품위 유지가 가능한, 자신의 고향과 기후 조건이 딱 맞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수크령이 꽃을 피울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던 식물원 기술자들이 그 식물을 재배하여 관상용으로서의 잠재력을 평가하기로 마음먹는다.

-수크령으 아주 다양한 기후에 적응한다. 연간 강우량 1300밀리미터 미만,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끄떡없다. 수크령은 발아 후 2년 차가 되면 생식기관인 꽃을 피우는데, 시칠리아 기후에서는 실제로 3월에서 9월까지 계속 꽃을 피운다. 또하 가뭄과 고온에 아주 잘 견디며 불이 난 상황에서도 완벽한 적응력을 보여준다. 이 능력 덕분에 이 종은 화재 후에 시칠리아 토박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번식하고 더 좋으 토양에서 자라났다.

자연에서 가장 큰 야생열매를 가진 칼리피제야자

-어버이양육은 고등동물의 유일하 특성으로 생각되었다. 실제로 식물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로 보였다. 그러다 차차 상황이 변하면서 일련의 면밀한 연구를 통해 식물 사이에서도 새끼 돌보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런 새끼 돌보기는 멕시코의 반건조 지대가 원산지인 맘밀라리아 헤르난데지이(선인장과 식물)라는 지름 3센티미터 미만의 아주 작은 선인장에서 보인다. ... 이 미니 선인장의 주요 특징은 일단 씨앗을 생사하면 바로 퍼뜨리지 않고 간직하다가 발아에 가장 적합한 조건이 되었을 때 주변환경으로 내보낸다는 점이다.

-숲에 사는 대부분 식물은 서로 얽힌 뿌리와 곰팡이의 접촉으로 형성된 땅속 네트워크를 통해 공생한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씨족의 성체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당분을 공급하면서 가장 어린 새끼들을 돌본다. 식물의 어버이양육은 사실상 고등동물에서 발견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에서도 어버이양육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널리 퍼져 있다.

식물의 강한 생존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악착같은 생명력을 가지기까지 무단한 노력이 있는지 몰랐다. 몇 천년의 숭고한 시간을 살기 위해 비바람과 고난을 견뎌내는 식물들은 떄로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후대 식물을 기르기 위해 자신들만의 생존 전략과 네트워킹을 활용한다.

그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로 이제는 더이상 사람도 살 수 없는 황폐화된 공간조차도 식물들은 엄청난 재생력으로 지금은 더 많은 개체수와 멸종된 생명체까지 살아갈 수 있게끔 살려놓은 부분은 참 감동적이었다.

인간으로 인해 망가진 자연마저도 식물의 포용력으로 살려낼 수 있다니!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방사능 낙진이나 이상 기후, 변형된 동식물의 형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가 있었지만 식물은 무던히 아픔을 씻어내며 종을 가리지 않고(심지어 황폐하게 만든 인간까지 품어주며) 자연의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식물도 어버이양육이 가능하다니? 나처럼 믿을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의문 속에서 식물학자들은 그 비밀을 밝혀냈다. 그 답은 간단하다. 식물도 어버이양육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어버이양육이란 '동물의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행동이며, 출생 이후의 새끼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양육을 일컫는데

흔히 고등동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식물들도 종들마다 아주 다양한 어버이양육을 하고 있었다.

후대 식물들이 더 잘 자라고 살아갈 수 있게끔 원활한 환경에서 씨앗을 퍼뜨린다던지 성체식물이 생존에 필요한 당분을 공급하면서 어린 새끼 식물들을 돌본다던지, 야자가 양분과 물을 새끼에게 공급하기 위해 잎을 이용해 수로관과 깔때기 시스템을 개발해서 후손을 지키는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고 눈물겹기까지 하다.

식물이 이렇게 많은 가능성과 사랑과 생명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책 속에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일러스트 그림도 숨겨져있고 식물도감처럼 식물의 학명이나 속명, 지명까지 다양하게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동시에 식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의 힘까지 있어서 보는 내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호기심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식물만큼 열심히, 꾸준히, 위대하게 모험을 하는 자가 있을까?

그 어떤 모험담보다 신비롭고 광활하고 (게다가 모두 오랜 시간 연구에 걸쳐 밝혀낸 실제 이야기이다!) 진실한 식물의 모험담은 나이를 불문하고 식물의 여행을 따라가면서 응원하게 만들어준다. 식물의 수와 살아온 시간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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