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생각 -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창작에 관한 대화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 세미콜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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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_박웅현"

-망설임이 없지 않았다.

넘치고 남는 실패작과 한 움큼의 성공작을 만들었다.

내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들은 늘 평범했고

원칙을 지키고 있는 건지 고집을 세우고 있는 건지 늘 모호했다.

-배움이 없지 않았다.

이겼을 때 오만하지 말고 졌을 때 기죽지 말아야 함을 배웠다.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해야 함을 배웠다.

...

옳은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언가를 선택한 후

옳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인생임을 배웠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함을 배웠다.

-충실한 하루하루만큼 단단한 미래 준비는 없음을 배웠다.

그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그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함을 배웠다.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들어가며_오영식"

-디자인을 작업으로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예술 하는 사람이라 다르다."는 말을 꽤 자주 듣습니다.

...

그동안 작업해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보통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디자이너의

창작과정,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창작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창작은 시각적인 것을 만드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것이 준비여서는 안 됩니다.

-디자이너가 시각적인 것을 만든다고 할 때,

광고는 내용과 의미를 만듭니다. 서로의 분야와 영역은 다르지만,

광고의 창작과 디자인의 창작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좋아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여기에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바일 것입니다.

아마 광고인들중에 박웅현 CD 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카피라이터에서 CD에서 이제는 뜨바 크리에이티브대표 CCO 로 현업에서 멋지게 활동 중이신 박웅현CD님은 지금도, 앞으로 광고인들의 영원한 워너비일 것이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그리고 <다시, 책은 도끼다>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인사이트를 나누는 인문학자이다. 인문학이 필요하거나 촉수를 예민하게 하거나 박웅현 저자처럼 광고를 잘하고 싶거나 새로운 시각을 갖고 싶거나 더 재밌게 책을 읽고 싶을 때, 그리고 어떻게 살면 좋을까 라는 근본적인 생각이 들 때 나는 <여덟 단어>와 <책은 도끼다>를 자주 읽는다.

대학생 때 읽었을 때 그 충격을 잊지 못해 지금 나는 광고인이 되었고 그 힘들다는 대행사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런 박웅현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니!

게다가 이번 <일 하는 사람의 생각>은 디자인계의 신, 오영식 디자이너와 함께 썼고, 김신 님이 정리해서 출간되었다.

물론 광고의 얘기가 많지만 그 안에는 디자인, 예술, 문학, 직업, 인생, 취미 등등 우리가 궁금해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많다.

그들이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는지 부분도 재밌었는데

박웅현 님 같은 경우에는 워낙 책을 좋아하고 많이 있는 분이지만

(권수가 아니다! 박웅현CD님의 말씀 중에 권수에 집착하지 말라는 게 눈에 선하다. 그리고 정작 본인도 한달에 10~20건 정도만? 읽는다고 한 말이 나는 기억난다),

디자이너 오영식 님은 책보다는 현장이나 제작물, 그리고 취미 생활 등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광고인이라고, 디자이너라고 하면 되게 크리에이티브하고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크리에이티브한 건 맞다. 재밌는 일도 맞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하고 재밌일 보다 힘든 일이라는 게 내 머릿속 생각이다.

힘들다는 건 아이디어 싸움에서 이기기위해 하루종일 (때로는 걷거나 자거나 먹으면서도) 일 생각을 해야할 때도 있고

내 마음대로 이끌어가거나 이끌어주지 않는 회사 사람들, 그리고 클라이언트와의 빈번한 미팅과 보고는 나를 힘들게 했다.

물론 이 중에 제일 힘든 건 창작의 고통, 그리고 워라벨이 지켜지지 않는 체력의 고통이 크지만 말이다.

2020년이 저물어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

<일 하는 생각>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정리해보고 다잡고 의지를 불태워본다.

나도, 나도,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생각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영감은 어떻게 오는가

박웅현

-저는 단테 같은 사람들의 영감과 우리의 영감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순수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목적지가 없는 영감이지만, 우리는, 오 대표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숙제가 명확합니다.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저에게는 그 해결책이 나오는 게 바로 영감이지요.

오영식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는 어렵고 힘들지만, 그 결과의 가치가 바로 드러날 때 얻는 기쁨과 희열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물화하는 과정이 순수 예술은 굉장히 긴 반면에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짧거든요. 저는 실용적인 사람이라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가 바로 나오는 디자인이 저에게 잘 맞아요.

-계속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생각하는 가운데에 영감이 다가오지, 절대로 날로 오지는 않아요.

클라이언트 대응하기

박웅현

-저는 불합리한 건 싸우라고 해요. 싸우는 데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왜냐하면 싸우고 난 후 클라이언트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떨지 말고 싸우고, 클라이언트가 줄어도 일이 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쌓아라, 이게 기본적인 태도지요. 그래서 TBWA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광고주를 대하는 회사다, 이런 이야기들을 광고인들끼리는 해요. 그런 태도를 우리 회사의 DNA로 가져가려는 거지요.

직원과 괸리자

박웅현

-아쉬운 점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맷집'이에요. '맷집'이라는 단어를 쓰는 까닭은,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어렵지 않게 성장한 친구들 가운데 그런 성향이 더 많은데, 힘든 일이 주어지면 그냥 그만둬버리거나 이직을 해버리거나 엉덩이가 가벼운 경우들이 있어서 그런 건 검증을 하려고 합니다. 맷집 같은 것들은 우리 세대보다는 젊은 세대가 전반적으로 약한 것 같아요.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어떤 뚝심과 끈기, 인내가 있는 친구는 학벌이나 스펙이 좋은 친구들보다 일을 잘해요. 면접에서 그걸 검증하려고 많이 노력하죠.

김신

-생활에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 일에서도 좋은 성취를 이룬다는 것을 이번 대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논리적인 카피든, 감각적인 디자인이든 말이다. 이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갖되 밝은 면을 보려는 태도, 나아질 수 있다는 그 믿음의 태도로부터 다소 냉소적인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깨달음을 준 두 분의 창작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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