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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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역할은 노예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었다.

주인의 이야기를 전할 사람이 부족한 경우는 없었으니까."

_프레드릭 더글러스

-내 정신은 뒤로 돌아 더 멀리, 이곳 버지니아에서 나체스로 끌려갔던 사람들에게까지 여행해 갔다. 그중 몇이나 지금 내가 가려는 다음 세상에 가 있을지, 몇이나 그곳에서 나를 맞아줄지 궁금해졌다. ... 어쩌면 내 어머니가 그곳에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자 생각이 빨라졌다. 덕분에 나는 어머니가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모습을, 고리 안에서 물의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다. 이 모든 것을, 이 모든 이야기를 생각하자 평화로워졌고 심지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어둠 속으로 떠오르는 것도, 빛 속으로 떨어지는 것도 좋았다. 그 푸른빛 안에는 평화가 있었다. 잠을 잘 때보다 평화로웠다. 그보다 좋은 건 빛 안에 자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어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에게도 진짜 고향이 있다는 말, 노역을 넘어선 삶이 있다는 말. 어른들 말이, 우리의 고향에서는 모든 순간이 산 너머로 떠오르는 햇살 같다고 했다.

-"조심해야 할 거다, 얘야. 조심해야 해. 내 말을 기억하렴. 저들은 네 가족이 아니다. 말을 탄 그 백인 남자가 네 아버지라기보다는, 지금 바로 여기에 서 있는 내가 네 어머니라고 하는 편이 맞을 거다."

테나는 내게 뭔가 말해주려고, 앞으로 닥칠 일을 경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재능은 기억력이었지 지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강해졌다. 빨라졌다. 이 변화는 몸이 아니라 정신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는 정신이 맑으면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린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비틀린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쓸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써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으로 렘과 함께 지난 명절에 주고받았던 바로 그 성가를 외기 시작했다.

커다란 저택의 농장으로 떠난다네

따뜻한 저택으로 올라간다네

당신이 나를 찾을 때면, 지나, 나는 여기 없을 거야

-코린은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람의 주인이기도 해. 그 어떤 형편없는 노예 주인보다도 완고하고 끈기 있는 주인이지." 그녀가 말했다. "네가 지금 받아들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가 무언가에 매여 있다는 점이야. 어떤 사람은 사람을 재산으로 차지하고 거기서 나오는 모든 것에 자신을 속박시켜. 어떤 사람들은 정의에 매일 테지. 모두가 자신이 모실 주인을 골라야 해.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거야."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세상과 나 사이> 를 펴내 인종차별 문제를 깊이있게 다룬 타네히시 코츠 작가가 이번에는 진짜 같은 이야기, 소설로 우리 곁에 왔다.

워낙 아마존, 뉴욕타임즈 등 베스트셀러 1위로 입소문이 난 책이고

버락 오바마 추천에, 오프라 윈프리가 '내 평생 읽은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빌러비드>로 마음 아픈 감동의 서사를 보여준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니모리슨이 주목하는 작가라니!

아름다운 표지와 대조적으로 아주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워터 댄서>는 그래도 시대가 변하고 있고, 우리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선, 주인공 '하이람'은 흑인이다. 흑인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농장주 아버지는 어머니를 버렸고 그 아버지도 하이람을 아들이라고만 부를뿐 노예 관계이다.

노예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사람을 소유하고 재산화한다는 게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불과 몇백년, 아니 몇 십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비일비재한 일들이었다.

출퇴근길에 <워터 댄서>를 손에 들고 몰입하면서 읽었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참 아팠다.

같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이것이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목적이더라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노예화한다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동물인권도 마찬가지지만 남을 재미삼아 괴롭히고 때리고 사냥(정확하게 사람을 사냥하는 활동을 한다..)한다니 울분을 터트리는 순간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하이람'은 그냥 흑인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초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인도의 힘이다.

하이람은 한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는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이자 자신이 알고 있는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순간이동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워터 댄서>의 이야기는 단순히 초능력이 주가 아니라 하이람과 주변 인물들의 인간사와 고난,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중심으로 이어간다.

'언더그라운드'란 또 무엇인가!

한마디로 흑인 해방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비밀투쟁단체이다.

<워터 댄서>를 읽다보면 정말 아무도 모른다.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 누가 나를 배신할지, 그리고 아끼는 사람들과 헤어져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더 자세하게는 스포가 되서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의 '하이람'은 비범한 인물이므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게 된다.

그가 가진 엄청난 인도의 힘은 자유의 힘이다. 우연히 만난 힘이 아니라 흑인의 비참한 삶과 노역에서 해방하기 위한 운명의 힘이고 시대를 바꿀 혁명의 힘이었다. 하이람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그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감히 고난과 역경을 힘을 기를 수 있는 방편으로 삼으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하이람은 힘들수록 더욱 강인한 정신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워터 댄서>를 읽으면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하이람이 자신의 어머니만큼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서 사람들의 말들을 파편처럼 주워모아 기억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마음 아팠다. 기억나기도 전에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 더 가혹한 것은 자식과 아이가 노예로 남아 고통받는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있다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들은 다시 한 번이라도 재회하기를 기도하면서 언더그라운드에게, 세상에게 간절하게 기도한다.

<워터 댄서>는 흑인 인권을 다루는 가상의 소설 책이 아니다. 타네히시 코츠만이 가진 마술적인 언어로 우리를 그 시대, 버지니아로 인도하게 만들어준다. 과연 그 시대 상을 겪은 사람에게는 자유가, 흑인이, 사람이 어떻게 느껴질까?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시대의 아픔을 <워터 댄서>를 통해 느끼고 하이람과 그의 형 메이너드를 통해, 코린과 테나를 통해서도 함께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이람은 결국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 언더그라운드 조직은 그 평화의 운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그저 언더그라운드를 늘 똑같이 응원해주길 바란다.

삶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진정한 자유를 얻고, 그 자유를 살아내기 위해 <워터 댄서> 같은 삶을 꿈꾼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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