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화를 향한 탐구 -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다
이케다 다이사쿠.로트블랫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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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을 어리석은 동물로 만들고 마는 힘이 있다.

야만을 증오한 사람이 스스로 야만스러운 행위를 일삼는다.

거기에 전쟁의 광기가 있다."

오사카에서_로트블렛

-교육에는 두 가지 방향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는 '세계 규모의 안전보장'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안전보장에 대한 대처이고, 둘째는 '인류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새로운 충성심을 키우는 것이다.

-나는 96세가 되지만 인생을 대부분 핵무기 폐기를 위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전쟁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바쳤다.

50년 전, 나는 알베르토 아인슈타인과 버트런드 러셀을 비롯해 과학자 8명과 함께 핵전쟁의 비참한 결과를 경고하는 선언서에 서명했다. 그 성명문인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은 아인슈타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공적 문서였다.

-이 '선언'에 서명했을 때, 나는 가장 나이 어린 서명자였다. 이 대담집은 나보다 젋고 일찍이 세계평화를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활동한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과 함께 협력해 완성한 책이다. 인류가 공유하는 인간성을 상기시키고 또 지금의 차이를 잊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 '지구 규모의 안전보장'에 필요한 방법과 '인류에 대한 충성심'을 몸에 익힐 수 있는가.

나는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과 함께 도의적이고 책임 있는 과학의 사용에 관한 경험과 확신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자 그 방도 중 하나로서 이 대담집에 뛰어들었다.

<지구 평화를 위한 탐구> 책은 명확하다.

제목 그대로 지구 평화를 위해 핵무기와 전쟁, 싸움과 투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평생을 바쳐온 두 사람의 인생 철학 이야기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로트블랫, 그리고 일본의 세계적 평화운동가 이케다 다이사쿠와 만나서 나눈 대담들을 기록했는데 그 둘의 선한 영향력으로 읽는 동안 마음까지 정화하는 기분이었다.

철학자 버드런드 러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까지 유명한 과학자들이 모여서 결성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은 핵무기폐기와 전쟁 반대를 위한 성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핵무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역으로 핵무기를 반대한다니? 다신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위험성과 인류의 책임감으로 만들어낸 무거운 성명이자 인간성 그 자체의 성명이다.

그 중 가장 나이 어린 서명자 (그 당시에 말이다!)이자 96세인(마음 아프지만 2005년 별세하셨다) 로트블랫 박사님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평생을 전쟁과 핵무기 반대, 더 나아가 지구 평화를 위해 온 일생을 바쳤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저자, 이케다 다이사쿠는 국제창가학회(SGI) 회장이자 평화운동가로서 활약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나누고 있다.

 

 

 

 

-로트블랫: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은 임박한 핵전쟁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서로 이야기하는 회의에 참석하도록 과학자들에게 호소한 선언이었습니다. 더불어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 모든 시민이 해야 할 의무에 관해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전쟁 그 자체가 인류를 위협하는 이상 전쟁 그 자체를 완전히 없애야 합니다. 선언은 "우리는 인류 구성원으로서 인류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여러분의 인간다움을 상시하라. 그런 다음에 나머지는 모두 잊어버려라.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낙원으로 향하는 전망이 열릴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인류 전체가 멸종당할 위험이 여러분 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다"하고 엄중한 경고로 끝맺습니다.

-이케다: 맨하튼계획에는 노벨상 수상자 그리고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는 세계적으로 쟁쟁한 과학자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류 최고의 두뇌가 집결해 인류를 파멸시키는 무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전쟁'이라고 하는 광기를 느꼈습니다.

-로트블랫: 1944년 3월경, 저는 하나의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당시 저는 채드윅 교수의 집에 함께 머물고 있었는데 맨하튼계획의 군 책임자인 그로브스 장군이 이따금 채드윅 교수의 집에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느 날 대화 도중에 그로브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폭탄 제조의 진짜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소련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는 둘째치고 그로브스가 말하려던 것은 그러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말에 동맹국을 배신하려 한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알아챘습니다. 그것은 독일군을 꺾기 위해 그리고 동맹국들이 유럽 대륙에 상륙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날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소련 병사가 동부전선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한 발언이었습니다.

-로트블랫: 변화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보기술로 세계가 더욱 분극화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더욱더 이익을 보는 상층계급과 그것에서 멀어진 계층으로 분리될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반대로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라고 자각하고 국가와 민족,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극복해 인류에 귀속 의식을 갖고 나아가는 방향입니다.

-이케다: 현대사회의 분단과 대립은 심각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국면에서 '대화'를 통한 '이해'와 '조화'가 필요합니다.

의견의 차이는 있어도 '세계평화' 그리고 '인류의 공생'이라는 측면에서 협조는 반드시 가능할 것입니다.

두 저자의 깊이 있는 대화를 읽다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면서 한편으로는 참 무겁다. 중간 중간 나오는 핵무기, 대량학살, 나치스, 그리고 일본에서 겪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돌이키게 된다.

우린 직접 겪은 전쟁세대는 아니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을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이 많다. 가까운 전시회나 사진전만 가도 전쟁의 참혹함과 피폐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그 여파는 아주 오래가서 한 세대 이상의 피해를 겪고 있다.

전쟁을 해야만 하는가? 핵무기는 꼭 필요한가?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쉬운 선택이다. 필요치 않다.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세계대전을 막고 전쟁을 막고 더 큰 사상자를 막을 수 있었다는 말도 있으나 나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을 죽여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은 결국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또 죽여서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는 되돌이표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핵무기가 있어서 전쟁을 끝낸 게 아니라, 핵무기가 있음으로써 앞으로 더 큰 전쟁, 더 큰 인류의 종말을 맞딱뜨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하튼계획을 책과 뉴스기사에서 읽어보았겠지만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과학의 지적 호기심과 갈망으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고 그 의미는 핵무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사용이 목적이 아니라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구 평화를 위한 탐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히틀러같은 사이코패스에게는 결코 이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핵폭탄을 떨어뜨려서 피해를 입더라도 상관없다, 끝까지 전쟁을 일으켜서 오직 승리만을 원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평화가 아닌 승리, 화해가 아닌 전쟁을 위한 전쟁의 광기를 원할 뿐이다.

나는 단순히 반쟁투쟁, 평화선언만을 알고 있었고 더 나아가 그동안 평화운동가들은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일들을 헤왔으며 앞으로 어떤 일들과 후계자 양성을 하고 있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다행히 <지구 평화를 위한 탐구>에서는 잘 알지 못했고 알고 싶은 평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핵무기와 전쟁은 결코 만들어서도, 일으켜서도 안된다. 한번 시작하면 (이미 시작해서 멈출 수조차 없다) 그 끝은 파멸이 다가올 것이다.

가장 최근에 쓴 서평에 앨런 와이즈먼 저자의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책이 있다.

인간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라는 기발한 질문으로 쓰여진 자연과학, 생태환경 책인데 인간 없는 자연은 댐과 지하수로 홍수가 일어날지언정 잃어버린 생태계는 다시 돌아오고 동식물이 살아나며 결국 지구가 없어지더라도 이 세상은 여전히 존속한다.

핵무기와 전쟁으로 빚어진 세상이라면 나는, 단연코 그런 세상에서는 무섭지만 인간이 없어져도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인간 없는 세상>에서도 그렇고 <지구 평화를 위한 탐구>에서도 그렇지만 이 책들은 인간을 없애자는 절망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만든 이 세상은 앞으로 평화의 길을 도모하며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노력은 아주 아주 힘들고 어렵겠지만 적어도 용기 있는 행동과 관심 어린 선언에서 시작할 수 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운동을 하고 싶지만 아직 잘 모르는 나에게 <지구 평화를 위한 탐구>는 큰 울림을 준다.

로트블랫 박사의 노벨평화상 수상 강연의 말을 마지막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평화를 위한 길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로트블렛: "저는 핵보유국에 대해 냉전시대의 뒤떨어진 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장기적인 위협에 유의하고 핵무기 폐기를 위해 행동을 개시하기를 핵보유국에 주장합니다. 인류에 대한 여러분의 책무를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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