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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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은 영원히 푸르고,

대지는 장구히 변치 않으며 봄에 꽃을 피운다.

그러하나 살마아,

그대는 대체 얼마나 살려나?"

이백시/한스 베트게 역/구스타프 말러 곡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진짜 인간 없는 세상은 어떨까?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국제저널리즘 교수, 앨런 와이즈먼은 이런 기발한 생각을 시작으로 우리 없는 세상, <인간 없는 세상> 책을 펴냈다.

인간이 없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지만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만난 자연생태계와 대지의 모습은 진짜 그렇게 될 것만 같다.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2일 후, 뉴욕의 자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100년 후,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코끼리 개체 수가 20배로 늘어난다. 반면 너구리, 족제비, 여우 같은 작은 포식자들은 인간이 남긴 생존력이 엄청나게 강한 고양이 등에 밀려 개체 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수십~수백만 년 후,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진화한다.'

'50억 년 이후, 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모두 감싸면서 지구가 불타버릴 것이다.'

'영원히, 파편화된 것이긴 해도 우리가 남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는 계속해서 외계를 떠돌아다닐 것이다.'

아주 아주 아주 상세하고 리얼하고 납득이 간다.

우선 지하수 아래에 만들어진 각국의 지하철은 더이상 펌프질을 할 수 없고 관리자도 없어지므로 물이 꽉 차서 잠겨버린다. 그리고 목조 주택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그 사이에는 동식물들이 번식해간다. (때론 어떤 종은 자연의 섭리로 개체수가 줄어든다.)

그리고 20년 후, 100년 후, 300년 후, 10만년 후 등등...

<인간 없는 세상> 에서는 인간이 없어진 그 다음날부터 카운트해서 그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재밌는 책이다.

<인간 없는 세상>을 처음 읽어본 건 18년 9월이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지나가면서 본 사회과학 분야의 책은 <인간 없는 세상>이라는 발칙하고 기발하고 조금은 슬프면서도 어쩌면 인간과 자연 모두를 위해서는 그게 좋은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자연생태계,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이미 유명한 스테디셀러 르포르타주라는 것을!

살다보면 인간이 제일 나쁘고 악한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성악설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아무런 조건없이, 제약없이, 무한한 포용력을 가진 자연과 동식물을 보면 인간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우리가 환경을 보전하지 않는 것은 와닿지 않기 때문이란다. 지금 당장 와닿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이라면, 그렇다면 직접적인 영향이 줄어들어서 자연환경을 지켜려는 마음도 무뎌진다.

그런 의미에서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다.

 

 

 

 

-사라진 동물들

-연설에서나 책에서나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바는 홍적세 대량학살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훨씬 더 파괴적인 과오를 더이상 범해서는 안 되겠다는 경계심을 제발 가져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종이 멸종될 때까지 결코 굽힐 줄 모르는 우리의 킬러 본능만이 아니다. 멈출 줄 모르는 탐욕의 본능도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본능 때문에 우리는 딱히 피해를 주려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존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치명적으로 박탈해 버리는 수가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없애버리기 위해 새를 전부 총으로 쏘아죽일 필요는 없다. 둥지나 먹이를 일정 부분 빼앗아 버리면 절로 떨어져 죽기 마련이다.

-방사능 유산

-그들의 유전자가 방사능의 공격에 견딜 수 있을지는 여러 세대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폭발한 원자로를 감싸는 콘크리트 석관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한다 해도 오래 버틴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지붕이 날아가 버리고 그 속의 방사성 빗물과 가까이 있는 냉각수조들이 증발하면서 새로운 방사성 낙진이 발생하고, 체르노빌에서 늘어나고 있는 동물들이 그것을 들이마실 것이다.

20년 코로나 시대에 읽는 <인간 없는 세상>은 18년도 읽은 <인간 없는 세상>과는 너무나 다르다.

코로나가 생길 지 몰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확진자가 계속해서 퍼져 나갈 줄 몰랐고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안쓰면 절대 안된다) 마스크를 쓰고 있을 줄 몰랐다. 그리고 지금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코로나 같은 역병은 아주 옛날 페스트나 공상과학 속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어쩌면 오래지않아 인간 없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제목을 보면 느낌이 오겠지만 <인간 없는 세상>은 인간이 제일 나쁘니까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파괴해온 자연을, 이 세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망가져가는 생태계 속에 희망도 피어 오른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화해할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이 책을 펴냈고, 인간이 사라지면 어떨지 기발한 물음표를 던졌다.

"인간 없는 세상이 거대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대신, 우리의 부재를 안타까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인간 없는 세상이 오지 않도록, 만약 온다면 그 이유와 이후 영향이 긍정적일 수 있도록 우리는 모두 연대된 존재로서 죽고 다시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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