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 이야기
안인희 지음, 신균이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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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여성적인 것"

-북유럽 신화의 반지 이야기에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 두 개가 들어 있다. "절대 반지" 이야기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인데, 이들의 오리지널 출전이 북유럽 신화다. 이 정도로 유명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면 반지 이야기 자체도 잘 알려져 있겠구나 싶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전체 줄거리는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앞 뒤가 뭉툭하게 잘린 채 일부씩만 알려져 있다.

-신과 난쟁이는 로키가 들고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보물을 커다란 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난쟁이가 금반지 한 개를 슬쩍 감추는 것을 머리 빠르고 눈길 빠른 로키가 못 보고 놓칠 리 없다.

"그것도 내 놓아라"

...

난쟁이가 내놓지 않으려 하자 로키가 달려들어 강제로 난쟁이 손에서 황금반지를 빼앗아 자루 속에 집어넣었다. 물속에서 평화롭게 잘 놀다가 난데없이 로키에게 잡혀서 가진 보물 다 뺏기고, 반지 한 개도 남겨 받지 못한 난쟁이는 속으로 눌렀던 화가 모조리 치솟아서 저주의 말을 외쳤다.

"그 반지를 가진 놈이 누구든 그놈 목숨이나 빼앗아라."

"나야 뭐 상관없어. 하지만 네 소원대로 되는 게 좋겠는데. 누가 되었든 이걸 갖는 놈에게 너의 말을 꼭 전해 주마"

 

 

 

 

 

이젠 우리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익숙한 북유럽 신화.

하지만 오딘, 로키, 헤임달 같은 이름은 마블에서 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를 읽고 나면

진짜 북유럽 이야기와 새로운 이미지를 내 머리속에 떠올릴 수 있다.

우선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반지다.

동그란 원형의 모양처럼 반지이야기는 난쟁이부터 로키, 파프너, 지구르트 등 다양한 인물들의 손에 돌고 돌아 결국 라인 강으로 돌아온다.

친절하게도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는 그 이동경로와 의미도 하나씩 알려준다!

특히 <반지의 제왕> 모티브도 사실 북유럽 반지 이야기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라인강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반지 (영화 속에서는 절대반지)를 얻는 이는 난쟁이이다.

그 난쟁이의 반지가 신에게, 용에게, 다른 인물들에게 건네지는데 사람이든 난쟁이든 신이든 자연물이든 반지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어찌보면 탐욕이요, 어찌보면 소중함 그 자체이기도 하고, 다시 돌아보면 사랑의 증표이기도, 또 여성의 상징이기도 한 반지는 인물에 따라 그 모습을 바꾼다.

'반지의 제왕' 뿐 아니라 우리가 동화와 디즈니로 익숙한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까지 북유럽 신화에서 온 것인데

전혀 다른 이 두 이야기를 어떻게 한데 묶지? 라는 궁금증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그 이야기는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 중반부쯤 있으니 개성있고 독특하며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삽화까지 들여다보면 이해하기 더 좋을 것 같다.

아래의 반지 이동 경로도 중간 중간 친절하게 나와 있으니,

북유럽 인물들의 이름이 어려워도, 바그너의 작품에는 등장인물 일부 이름이 바뀌어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으니!

[반지의 이동 경로]

부자 난쟁이 안드바리 - 로키 - 오딘 - 농부 흐라이트마르 - 거인 아들 파프너(용) - 지구르트 - 브륀힐데 - 지구르트 - 라인 강(?)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속 반지 이동 경로]

라인의 딸들(황금) (라인강) - 알베리히 - 보탄 - 파프너 - 지그프리트 - 브륀힐데 - 지그프리트 -브륀힐데 - 라인의 딸들(황금) (라인강)

 

 

 

 

 

-"그러니 지구르트야, 네게 충고 하나 해줄게.

그냥 말을 타고 어서 여기를 떠나렴.

아름다운 울림이 나는 황금, 타는 듯 붉은 보물,

이 보물이 너를 죽일 터이니."

"너야 그렇게 충고하지만, 그래도 난 황금 있는 곳으로

갈테야. 너 파프너가 죽음과 싸우다,

결국 헬의 왕국으로 가는 동안에 말야."

헬의 왕국이란 죽은 자들을 거두는 명부를 말한다. 파프너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레긴이 나를 배신했거든. 놈이 너도 배신할 거야.

놈이 우리 둘을 모두 죽일 거다.

이제 파프너는 목숨이 다했다.

너의 힘이 더 강했기에."

죽어가던 용은 자기를 찌른 지구르트를 저주하지 않고 그에게 지혜의 말을 던졌다. 보물이 지닌 저주의 힘을 느꼈기에 젊디 젊은 영운에게 진실한 충고를 해주었지만, 지구르트는 그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이든 '반지의 제왕'이든

무서우면서도 뭔가 얄미운 용의 이미지는 똑같은 것 같다.

좀더 다른 게 있다면 파프너(용)이 자신의 패를 인정하고 덤덤히 죽음을 받아들이며 지혜의 말을 남기는 바로 그 죽음의 순간이다.

지구르트는 영웅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

그래서 복수를 위해, 반지를 위해 용을 칼로 무찌르고 승리를 쟁취한다.

그런 그에게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으니.

바로 젊은이 다운 투지와 내일이 없이 사는 무모함으로 누군가 나를 배신할 수도, 죽음을 당할 수도, 거짓말로 모험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바로 그래서 파프너(용)도 인생 조언을 해주지만 조언대로 정신차리고 살아간다면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겠지.

지구르트는 뺏고 뺏기는 반지의 모험처럼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여러모로 느낀다.

굉장히 영웅적이면서 인간적인 '지구르트'라는 인물이 특히 기억난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속 반지의 모험의 끝은 어디일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처음-끝이다.

좀 더 형상화한다면 '물'이다.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이 난다.

이 '물'이란 속성을 책 속에서는 '수동적인 힘', 그리고 '여성적인 힘'이라 일컫는다.

반지의 주인은 덩치도 크고 무시무시한 용도 아니고, 칼로 무찌르는 모험심 강한 지구르트도 아니며, 신이라고 하기엔 뭔가 친근하고 말썽쟁이인 로키도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품고 그저 흐르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따르는 물이 그 시작과 끝인 것이다.

우리도 반지를 갖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반지를 품을 수 있고 조화로울 수 있는 그 자체를 선으로 따르면 어떨까.

반지의 모험은 끝(?)이 났지만 북유럽 이야기는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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