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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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나를 변화시키는 짧고 깊은 생각"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심연>, <수련>, <정적>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이다. 이 네 권의 책은 '위대한 개인'이 되기 위한 4단계 과정이기도 하다.

-'승화'는 아무런 유혹도 시련도 없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높은 차원의 정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얻게 되는 겸허한 마음이다.

-승화는 과학에서 말하는 화학 변화처럼 고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기체로 변하는 한순간의 도약이 아니다. 승화는 어제와 달라질 오늘의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자, 지속적으로 자신을 혁신하려는 용기 있는 도전이다.

배철현 작가님의 4번째, 그리고 마지막 4부작 <승화>가 나왔다.

전작 <심연>, <수련>, <정적>을 읽고 인문학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는데 (너무 좋아서 오디오북으로 걸으면서도 들었다)

<승화>를 읽으면서 걸어온 길을 쭉 정리하고 되돌아보고 다짐하는 기분이 든다.

<심연>을 처음 읽고 몇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그리고 이 책에 나온 수 많은 질문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되새기고 살았을까.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정진하는 마음으로 살면 과거의 나, 어제의 나보다 달라지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조그만 일에 화를 내고 당장 한 달만 지나도 기억나지 않을 일들로 전전긍긍하고 내가 왜그랬을까 후회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 같고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예쁜 말을 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나'와 현실의 '나'의 갭은 너무나 크고

그럴수록 더 잘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떠오르면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온다.

<승화>를 펴면 영원한 어린왕자, 생택쥐페리의 한 마디가 나온다.

"산다는 것은 매일 천천히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배철현 작가님의 한 마디가 이어서 펼쳐진다.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 변화했는가?"

<승화>에 나오는 화두를 하나씩 읽어보면서 위에 썼던 고민과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슬퍼하지 말고 어떻게 변하고 '승화' 해야할지가 관건이다.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해, '승화'를 위해 작가는 몇가지 단어들로 길잡이가 되어주는데

오늘에 방점을 찍어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유언, 내면, 기억, 일념, 신중, 각성과 같은 꼭지도 있고

살면서 느끼는 행동과 감정들에 대한 공허, 양심, 걸음, 취미, 구별도 있으며

변화를 위한 '변화', 각성, 모험, 변모와 같은 이야기도 있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차근차근 읽어도 좋고,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좋고 아무렇게나 펼친 다음에 손으로 찍어서 읽어도 좋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아침에 읽어도 좋고 집에 돌아와서 지친 마음에 읽는 저녁 (읽어보면 알겠지만 <승화>에서는 저녁을 새로운 하루의 시작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에 읽어도 좋다.

힘들 때 읽어도 좋겠고 좋은 날 읽어도 좋겠고 아무렇지 않은 무사한 날에 읽어도 좋겠다.

읽은 만큼 행해도 좋고 행동하지 않은 나를 자책하지 않아도 좋겠다.

 

 

 

 

 

 

 

희생 _ 거룩한 나를 찾는 연습

-윤리적 인간이나 도덕적 인간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서 탈출하려는 무아를 연습하기 위해 자신에게 쌓여 있는 이기심이라는 적폐 제거를 삶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자기-중심에서 탈출해 우리-중심, 더 나아가 타인/생명-중심으로의 삶의 전환은 일시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들이 자신의 본성과 떨어질 수 없는 거룩한 습관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종교적 인간은 자기-초월을 추구해 본래 자신의 모습을 회복하는 인간이다. 인간이 탐미적이며 정신적인 쾌락과 보람으로부터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 이 포기가 희생이다. 자신의 생명을 헌신할 만큼 거룩한 가치를 자신의 삶을 통해 창조하려는 용기다.

-인간은 과연 자신의 삶을 온전히 헌신할 수 있는가? 그 절대적인 것은 몸이나 정신으로는 경험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며, 애매하고 신비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키르케고르의 표현처럼 "객관적인 불확실"이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그것이다. 객관적인 불확실은 위험하고 불안하며 근심을 자아낸다. 루돌프 오토의 말처럼 신비하고 전율을 자아내며 매력적이다.

-순간을 사는 인간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을 때, 비로소 온전한 개인이 된다. 그는 자신이 되어야만 할 그 인물로 살기 시작한다. 자신의 삶 전체를 희생할 만한 일을 찾은 사람은 행복하다.

안내 _ 인생이라는 베이스캠프

-<우파니샤드>는 일종의 지도이자 안내서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을 보여주고, 그 정상으로 가는 다양한 길을 제시해준다.

-<우파니샤드>는 정상에 오르고자 결심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싶은 사고를 필요로 하는 철학적 질문이나 신비한 경험을 해야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유도하는 실용적인 질문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인생을 살면서 의심과 실망이 자신을 엄습해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바가바드기타>를 읽었다. 그러면 그의 눈가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기쁨의 눈물이 고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베이스캠프다. 우리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 수 없다. 인간은 탐구하고 모험하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의 한계를 팽창시키려 시도할 때, 비로소 대중에게 개인으로, 범인에서 초인으로, 동물적 인간에서 신적 인간으로 승화한다.

나는 아직 잘은 모르지만 철학이나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 만큼 실용적인 일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굶는 학문들이 유용하다니.

<승화>를 읽고 꼭지 말미에 묻는 질문을 원하든 원치않든 한번씩 생각해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면서 삶, 죽음, 인생에 대해 얼마나 아무생각 없이 살아왔는지를.

여기 나온 단어들은 아주 익숙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사실 나에게는 되게 거창하다.

책의 제목인 <승화>만 봐도 그렇다.

내가 '승화'를 이렇게 오랫동안 곱씹어본 게 언제인가?

내 기억에는 고3때 언어공부를 하면서 만해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을 읽었고 외웠고 시의 주제로 '승화'를 주입시킨게 마지막이다.

이렇게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들을 고전문헌학자인 작가의 시선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정도로, 하지만 오랜 시간 묵상한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는 깊이로 안내해준다.

하나의 예로, 내가 알고 있던 '희생'의 가치를 바꿔준다.

내가 알고 있는 희생은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하는 성인같은 일이다.

아니다. 더 높은 나-우리-타인-생명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일, 그래서 나를 초월하는 일, 자신의 삶을 온전히 헌신할 수 있는 일, 그러므로 진정한 자신이 되는 길, 그래서 희생으로 행복하는 일이다.

나를 버린다는 건 나를 바꾸고 나를 내려 놓고 나보다 더 가치있는 무언가에 나를 오롯이 내놓을 수 있는 정신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발견했을지 모르겠지만 <심연> ,<수련>, <정적>도 그렇고 4부작 완결판 <승화>도 그렇고

책의 말미에는 대부분 의미있는 질문으로 끝이 난다.

바쁘고 치열하고 때로는 의미 있고 때때로는 의미없는 일상에서 정답이 아닌 질문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승화>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지만 변화에 목마르고 이상향에 닿지 못하는 힘듦을 느끼는 바로 나같은 사람들에게

<승화>는 많은 위로와 격려와 쓴소리와 질문에 질문에 질문을 준다.

어떻게? 바로 이렇게.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의 존재다.

-인간의 몸은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인간의 정신은 자기의지로 얼마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개인은 이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내가 흠모하는 나'로 변모할 수 있다. 개인이 정신적으로, 더 나아가 영적으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근사한 모습을 하고 타인의 부렁무을 산다 해도 한낱 이기심으로 가득한 짐승에 불과하다.

-<승화>를 끝으로 시리즈를 완성한 시리즈를 완성한 네 권의 책은 각각 28개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이른 아침 혹은 잠들기 전 10분 동안 책을 읽고 각각의 단어를 여러분 삶의 일부로 수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공중으로 뛰어올라 찰나를 영원으로 만든 그 순간처럼 여러분의 일상에도 결정적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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