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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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뮤엘_

"당신이 보낸 전보 잘 받았어. 그때 읽은 잊고, 파리에 오면 베르나르 팔리시 19번지에서 기다리는 나를 찾아와. 반갑게 맞아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오후에. bien sur. je t'embrasse(물론 나도 보고 싶어)." _이자벨

 

일단 나오기만 하면 베스트셀러를 찍는 믿고 보는 작가들 중 한명인 더글라스 케네디!

200주 연속 베스트셀러였던 <빅 픽처>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으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번에는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오후의 이자벨>로 우리 곁에 왔다.

우선 <오후의 이자벨> 책 제목을 곰곰히 살펴본다.

오후, 이자벨, 그리고 오후의 이자벨.

이 책은 이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할만큼 이 두 단어 속에 모든 걸 담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샘'은 21살의 젊은 나이에 미국에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바로 그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연상의 '이자벨'.

둘은 '두 몸이 하나가 된 오후'에 약속을 잡아 사랑을 나누지만

그녀에게는 프랑스인의 자유랄까 열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움 뒤편에... 바로 남편이라는 벽이 있다.

처음 읽다보면 금방 나오기 때문에 스포는 아니지만 처음에 아무런 배경지식없이 <오후의 이자벨>을 읽은 나로써는 꽤나 충격에 빠졌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사랑이란 무엇일까.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리고 이 둘은 이미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끈질긴 인연이 있는데 과연 이렇게 스토리가 흘러가도 되는걸까?

어찌됐든 주인공 샘 인생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자벨이 있었다.

싸우고 헤어지고 돌아서도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둘.

둘은 언제나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자벨의 장소, 베르나르 팔리시에서 오후에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 화해한다.

앞길은 창창하지만 아직 변호사 일을 배우는 인턴 샘에게 부르주아의 안락함과 남편 샤를과 안정적인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이자벨에게는 몇번의 고비가 찾아온다. (더 깊은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적지 않지만 이 고비는 나중에 나올 이야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랑하니까 더 함께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의 샘도 이해가 가고, 사랑하지만 결국 삶이라는 현실, 그리고 짧고 강렬한 오후의 만남과는 다른 일상의 결혼생활도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이라고 정의하는 이자벨도 이해가 가서 둘의 만남은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일 년은 그리 길지 않아. 우리의 오후는...... 이 오후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항상 우리와 함께할 거야."

이자벨 특유의 바로 이 작별 인사는 둘의 앞날을 암시하듯 마음 한켠에 계속 자리잡았다.

 

 

 

 

 

-이자벨이 내 가슴에 얼굴을 대고 말했다.

"당신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아마 지금 같은 절실함은 사라지게 될 거야."

"지금처럼 절실하지는 않더라도 우린 열정을 이어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자벨이 내 어깨를 세게 누르며 말했다.

"사뮤엘, 나를 사랑해?"

"당연하지."

"재떨이를 던졌는데도?"

"전혀 게의치 않아. 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당신만 옆에 있으면 돼."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게. 그 대신 '생활'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아야한다는 조건이 필요해. 이틀 뒤 작별 인사를 할 때 마음이 몹시 애잔하겠지만 난 당신이 떠나길 바라. 떠나야지 다시 돌아올 테니까."

-"미국인들은 늘 정답을 찾으려하지만 인생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미스터리야. 육체의 미스터리, 욕망의 미스터리. 인간의 본성 자체가 모순투성이야. 정답을 찾으려다가는 결국 더 큰 모순들만 보게 될 거야. 사랑으로 커플이 되어도 상대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게 좋아."

"사랑한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한 사람만 바라보는 거야.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

"그러는 당신은?"

<오후의 이자벨>의 이야기 속에는 팽팽한 사랑의 긴장감과 함께 현실 vs 낭만이라는 대립적인 감정도 존재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샘에게 재떨이를 던지는 이자벨의 행동은 <오후의 이자벨> 책 속에서도 몇번 언급될 만큼 꽤 심각한 사건인데

산후우울증을 겪는 이자벨이 샘에게 폭력적으로 대하자 둘의 시소가 샘 쪽으로 기울게되는 관계의 전복이자

처음으로 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감동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도 낭만적인 샘은 이자벨을 떠나지않고 사과를 받아주고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심지어 함께 떠나자고 제의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여자vs남자, 현실vs낭만, 연상vs연하, 미국vs프랑스 라는 반대되는 여러 대립 구조가 나타나는데

주인공인 이자벨이 낭만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세상에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샘이야말로 무엇보다 사랑을 인생에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 타이밍...

둘은 계속 엇갈리고 만나고를 반복하게 되는데 과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오후의 이자벨>은 친절한 책이다.

중년이 된 주인공들의 삶과 인생이야기를 담는다. 보통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소설 책은 남녀의 사랑과 끝으로 이야기가 끝나게 되지만

이 책은 아니다. 주인공들의 삶이 곧 사랑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 현실을 겪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그리고 진짜 끝도 보여준다.

마음 아프지만 샘과 이자벨은 오후로 결국 오후만으로 머물지 않는다.

어쩌면 떠나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다는 이자벨의 말처럼 샘은 떠나기 때문에 결국 이자벨의 곁에 있다.

현실의 먹먹함으로 다시 읽어보게 되었던 <오후의 이자벨>.

베르나르 팔리시 19번지 오후에서 만나는 둘의 만남이,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만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듯이

<오후의 이자벨>도 지금 읽는 책과 나중에 1년 후, 5년 후, 10년 후 읽으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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