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대작전 - 두 여자 크리에이터의 존재감 있게 일하는 법
박선미.오카무라 마사코 지음, 백승희 옮김 / 북스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 힘든 일 없다지만 그중에도 워라벨, 업무강도, 야근, 스트레스, 퇴사율 극강인 곳 하나가 바로 광고판.

또 그중에서도 광고대행사라면 정말 치를 떨고 떠난 사람을 여럿봤다.

또 그그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의 끝판왕 메이저 종합광고대행사라면?

(워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아직 난 잘 안된다.

광고주 - 클라이언트 / 대행사 - 에이전시.

언어에는 사상이 담겨있다는데 갈길이 멀다)

그리고 참 신기한건 여자가 많은 직종이라도 윗선은 다 남자라는 사실. (사실 1도 안신기하다.)

바로 그 곳에서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두 저자분의 책이 나왔다, <커리어 대작전>!

두 분 모두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한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그 내공이 어마어마하다.

누구는 말한다.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그리고 누구는 또 그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싫어질테니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 또는 안정적인 일을 찾으라고.

이 문제는 너무나 철학적이라서 핏대 높여서 주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나 확실한 건 좋아하든 잘하든 뭐든간에 광고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어야 카피든, ae든, 디렉터든, 기획자든 할 수 있다는거다.

<커리어 대작전> 제목은 유쾌하지만 그 안에 얽히고 섥힌 테피스트리 같은 스토리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을 두 광고인의 삶이 잔뜩 있다.

서로 닮았지만 다른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로 시작한 질문에서

'어덯게 하면 일을 할 수 있을까?'로 점철된 고마운 책.

광고인이든, 아니든 일과 커리어, 그리고 내 삶의 목표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커리어 대작전> 을 같이 펴서 읽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광고인이 쓴 경제/경영이나 에세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는데 역시 <커리어 대작전>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찍었다.

이 작은 책에 실린 내용은 강하다.

 

"꺼리를 찾는 전문가"

-그때 저는 몰랐지만, 이 과정에서 저는 어느덧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빨간 동그라미를 받은 카피의 일부가 팀장님이 완성하는 최종 카피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빨간 동그라미는 천천히 늘어갔고, 이것이 채택되고 카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카피라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워딩 wording, 즉 낱말을 찾는 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카피라이팅은 1차적으로 '낯선 단어의 발견과 조합'입니다. 전략적 컨셉을 찾은 다음에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은 세상에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단어를 탐색하여 프레임을 짜고 말맛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깨달은 후부터 저는 재료를 발견하는 역할에 더 열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스로 초보 크리에이터를 '꺼리를 찾아주는 전문가'라고 정의하고, 이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하루 한 번씩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 개념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의 '꺼리'를 찾고, 카피가 될 만한 말의 '꺼리'를 찾는 전문가 말입니다.

"어쩌다 크리에이터"

-기본적으로 저는 즐거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는 신중한 자세로 좋은 사례를 보고 그 프레임을 배우려고 합니다. 요령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따라 하기보다는 세부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분석하는 것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광고를 보고 단순히 '재미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왜 재미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때 고생한 덕분에 모든 현상을 바라보는 제 기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떤 부분에 OOO했는가'라는 문장이 있다면 '공감했는가, 재미있어했는가, 슬퍼했는가' 등을 대입해봅니다. 말하자면 저는 일이 없던 그 시절 일종의 두뇌 트레이닝을 했던 것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인풋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웃풋해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부족한지 체득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야 하고요.

우리 쪼금 솔직해지자. 솔직히 재밌는 광고는 재밌다.

이제는 숏폼이 유행이라 30초 이상 넘어가는 광고는 견디질 못하지만 라떼는 말이야 tvcf 광고는 1분 30초가 디폴트였다.

CF 한 번 대박나면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워낙 컨텐츠도 많고 모바일이 TV 광고를 이길 정도라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잘 된 광고는 재밌고 생각할 꺼리를 주고 특히 칸 광고제 수상작들은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줄 정도로 어마무시하다.

광고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일상 중 하나는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거다.

'성공한 캠페인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성공하지만 망한 광고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항간에는 레퍼런스 없애기 운동도 있다지만, 그래도 고전 오브 고전 광고나 히어로 컨텐츠를 보고 공부하고 복기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광고 뿐 아니라 책을 읽거나 영화를 감상하거나 전시회를 보거나 맛집에 가서 밥을 먹거나 우연히 길을 걷다가도

내 취향을 저격한다면 그건 모든 크리에이티브의 순간이다.

내가 왜 좋아하고 설렜는지 또는 싫거나 슬펐는지를 들여다보는건 정신건강에도 좋다!

바로 이 두 저자분들도 낯설게 보기, 새롭게 보기, 들여다보기 등을 통해서 인풋을 질 좋은 아웃풋으로 가공하는 그 수련의 길을 보여준다.

'광고업계에서 전문적인 훈련이나 태생적인 재능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쓰는 소비자 입장에서 도출해낸 인사이트, '이 표현(사진)으로 저 사람의 관심을 사로잡겠다'는 의지, 좋은 표현을 써내고 싶다는 끈기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상상력만 있다면 카피는 쓸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도 물론 낼 수 있고요.'

아직 나는 배움과 경험이 짧아서 확인해가는 중인데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생각의 기쁨>, <우리 회의나 할까>,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중인 고전 중의 고전 클로드 홉킨스의 <못 파는 광고는 쓰레기다>의 책애서 한결같이 나오는 건 결국 크리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존버는 승리하는지 개인적으로 데이터를 쌓고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자기검열을 거쳐 도약한다"

-자기검열을 저는 '인사이드 아웃 inside-out'과 '아웃사이드 인 outside-in' 과정이라 표현합니다. 오랜 시간 크리에이터로 일하면서 실무에서 필요하다 생각해 나름대로 만들어본 이론입니다.

-숙고해서 써낸 나의 카피는 주관적입니다. 카피뿐 아니라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 안의 생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죠. 인사이드 아웃이란, 이 주관적인 생각과 감성으로 완성시킨 카피나 아이디어를 바깥에 펼쳐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다음이 중요한데요, 그렇게 꺼내놓은 카피나 아이디어를 나 스스로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아웃사이드 인입니다. 즉 내가 낳은 자식들을 나의 바깥에서 냉철히 바라보는 겁니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죠. 생각의 산고를 겪어가며 낳은 자식들이라 너무 예쁘니 다 키워야겠다고 고집부리거나, 어쩌자고 이런 못난이들을 낳았는지 다 내다버리고 싶거나. 보통 크리에이터들은 전자입니다. 객관화가 덜 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카피라이팅은 곧 '내가 쓴 것을 하나씩 버리는 일'입니다. 카피라이터로서 연차가 제법 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입니다. 머리로 이해한 만큼 잘 실천하지는 못했지만요.

-좋은 아이디어는 '남들이 다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크리에이터 스스로가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공감하지 않는 아이디어라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충분한 자기검열을 통해, 자기 안에 있는 남의 눈으로 자기 카피를 과감히 걸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는 우선은 무조건 다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카피를 많이 써보고, 조금은 시간을 두어 냉철하게 바라보고, 스스로 버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발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함치는 카피, 속삭이는 카피"

-학생들에게 약물 중독에 빠지지 말라고 호소하는 광고에서는 '하면 안 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약물은 친구의 모습으로 당신에게 다가갑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 즉 공포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속삭이듯 부드럽게 전하도록 한 것입니다. 소리치는 카피, 속삭이는 카피. 카피에도 볼륨이 있으니까요.

자기 의견을 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보통 주장이 세다.

그만큼 자기 일에 열정과 자부심이 있다는 뜻인데 나쁘게 말하면 남의 얘기를 안듣고 고집이 있다는 말씀.

내가 가져간 아이디어를 잘 파는 것도 중요하고 남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보면 자기객관화가 점점 없어지고 게슈탈트붕괴를 넘어 아이디어붕괴가 오기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면 도를 넘어서고 이게 좋은 건지 안좋은 건지 별로인지 대박인지 조차 가물가물해질때가 온다.

이 때 중요한 건 팀웍인 것 같다.

솔직히 기분 나쁠 때도 있고 자존심 상할 때도 있지만

이 일의 본질은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검열과 열린 마음으로 의견들을 수용하고 여러명의 아이디어를 짬뽕시켜서 그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베스트.

그래도 사람이 사람인지라 내가 가져간게 채택되지 않을 땐 마음이 좀 쓰리지만

그 생각과 고민들은 어디 무가 되서 없어지는게 아니라 내 안에, 그 결과물 안에 어딘가에 남아서 다음에 더 좋은 아웃풋으로 나타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카피에도 볼륨이 있다'는 말도 정말 좋았다.

하드셀링, 소프트셀링만 배웠는데 하드 보이스와 소프트 보이스도 있다니..!

어딘가에 적어놓고 써먹어야겠다고 느낀다. 후후

이 <커리어 대작전> 책은 크게 5 파트로 나뉜다.

탐색기 → 성장기 → 사춘기 → 성숙기 → 전환기

마치 제품생명주기곡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구간들이 차이가 있다면

크고 작은 등락폭은 있을지언정 위로, 위로, 위로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 더 좋은 영향력을 끼칠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두 저자님을 응원하며

얼른 사회적 이슈들이 안정화되서 강연이 열린다면 꼭 꼭 가보고 싶다!

그 외에도 <커리어 대작전> 책에 밑줄 긋도 싶은 구절들과 함께 대작전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