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기분 -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나를 찾아온 문장들
이현경 지음 / 니들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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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모적인 직장 생활과 내 마음 같지 않은 가정 생활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내가 나를 놓아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나를 순간순간 붙잡아주었던 책과 사람들,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다. 직장 상사나 선후배, 동료, 가족 중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더라도 나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내가 나를 알아주면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서문

부침도 잦고 크고 작은 굴곡도 있지만 물은 결국 상류에서 중류로 그리고 마침내 하류로 천천히 흐른다.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다. 인생이 그런 이치에 맞게 흘러가고 있다면 우리는 분명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서문

요즘 느끼는건데 한가지 일을 꾸준하게 해 온 사람들이 대단하다.

1년, 1년이 모여 5년, 10년이 된다고 하지만

뒤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전히 막막한 일들은 생긴다.

그러니 <아무것도 아닌 기분>의 저자, 24년차 SBS 아나운서 이현경 작가님이 더 대단할 수밖에!

'탁월함 보다는 꾸준함의 힘을 믿으며' 걸어온 작가님이 참 좋았다.

책 표지에 이런 말도 있다.

'생애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이한 만년 2진 아나운서의 일상 회복기'.

이현경 작가님의 아나운서라는 화려한 직업 뒤에 이 책을 통해

간판급 아나운서도 아니고 요즘 핫한 예능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진행한 프로그램도 스포츠, 옴부즈맨, 음악 등 살짝 마이너한 느낌을 담은 것 같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 더 좋았다.

'2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2진이라는 존재감으로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라는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

원래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특별히 나의 에세이 100번째 책이다.

예쁜 색감과 디자인과 디자인 뿐 아니라 존재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상, 책, 음악, 일, 가족, 사랑 등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중간 중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마음이 시큰하기도 하고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을 함께 욕해주기도 하는 시원함까지!

아무튼 이 작고 예쁜 책의 제목은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지만 내게는 아주 큰 '아무'가 되었다.

 

 

 

 

"저는 존재감 없는 사람이었네요"

-어차피 굴곡진 인생에서 나만 믿고 세상에 당당하면 되는 거였는데 작은 티끌 하나 숨긴다고 나는 참 오래도 스스로 고립해 있었다. 그렇게 내가 먼저 세상과 단절해놓고는 괜히 쓸쓸해했다. 나에게도 세상에게도 당당하지 못했기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았다.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의 작가 브레네 브라운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고 깨달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그럴 때 어디에나 속한다고 느끼죠.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 커다란 보상을 얻게 됩니다."

나는 이 말을 나 또한 온전한 세상이기에, 내 의지에 따라 그곳에 속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아니할 수도 있으며, 비록 나 홀로 서 잇어도 초연하니 두렵지 않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마음에 새겼다. 내 지금 삶의 화두가 '존재감'이라면 이 작가의 오랜 고민은 '소속감'이었고, 이 둘의 해결방법은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건 다름 아닌 의연해지는 것이다.

살다보면 자존감, 존재감, 자기확신, 자신감 이라는 의미가 흔들릴 때가 온다.

그럴 때 중심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을텐데 뿌리채 뽑고 흔들리는 순간은 어쩌면 좋을까.

그 질문을 아마 오랫동안 누구보다 치열하게 생각했을 작가님이 브레네 브라운의 책을 통해 전해주었다.

의연해지기.

꽤나 철학적인 말인데, 속하지 않았다고 깨달을 때 어디에나 속할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니.

그 의연함은 "자, 이제부터 의연해져야지!" 하고 나오는 게 절대 아니다.

오랜 시간 훈련과 수련과 경험을 해야지만 남들이 뭐라하던 나의 길을 가는 게 아닐까.

요즘 의미가 많이 변질되었는데 진정한 my way 란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사는게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길에 있는 장애물들을 점프해서 계속 걸어가는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될 때마다 TED 강연도 꼭 챙겨보려고 노력하는데, 기억에 남는 강의 중 브레네 브라운 교수님의 취약성의 힘이 생각난다.

약함을 약하다고 드러내는 그 용기, 취약성이야 말로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아무것도 아닌 기분>인가보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있어 아무다.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 삶이 있다.

내가 없는 시간은 그 무엇도 아니니까. 내가 태어나기 전, 그리고 죽고 난 다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이 순간은 나 자신에게 온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하나 더.

-회사에서는 존재감이 없어 슬프지만, 내 아이에게는 내가 이 세상의 전부다. 내가 없으면 슬프고 내가 있으면 행복하단다. 내가 옆에 있어도 내가 보고 싶단다. 내가 사라질까 봐 무섭고 걱정된단다. 내가 뭐라고.

-서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때 꽃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봐줄 때 의미가 된다. 언제나, 한결같이, 최악의 순간일지라도. 그러니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 존재감이 없어 자존감이 바닥일 때라도, 적어도 아직까지 나는 누군가에겐 전부니까.

 

 

"세월은 혼자 흐르지 않는다"

-남에게 향했던 원망이 결국 나에게로 되돌아올 때, 참을 수 없는 자책과 후회로 기억상실에라도 걸리고 싶은 순간. 잘못된 선택이 화를 자초하고,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고, 주변까지 근심케 해서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떤 순간.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가위로 싹둑 잘라내고, 삽으로 푹 떠내버리고 싶은, 그런 세월이 있었다는 것조차 부정하고 싶었던 인생의 어느 시기를 건너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

"세월은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쓸모없는 세월은 없습니다." (<쓸모없는 세월은 없다>)

그러나 그토록 고개 돌려 외면하고 싶은 그 삶의 조각도 결국 나의 일부였다.

... 과거의 어리석음에 발목 잡혀 오랫동안 너덜너덜했지만 실패를 거울 삼아 끝끝내는 반짝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돌고 돌아서 왔다.

그때의 나 같은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부디 우리 한번 믿어보자. 세월의 힘을.

이 문장은 존버를 외치는 나에게 아주 아주 필요한 응원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를 외치는 경험주의자다.

무엇이든 다 나에게 돌고 돌아 도움이 되고,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사람이든간에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들다구요.

24년이라니... 다시 생각해봐도 진짜 멋있다. 한 길을 꾸준하게 해 온 것 뿐 아니라 잘한다. 너무 잘한다. 내 기준에는 정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일정도로 더 응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다. 작가님! 진짜 세월의 힘을 믿으면 작가님처럼 잘 할 수 있나요?

<아무것도 아닌 기분> 책 안에는 힘나는 구절도 진짜 많고 힘들 때 읽으면 더 좋을만한 위로와 공감가는 글도 많았다.

이 작은 아무것도 아닌 종이로 내가 이렇게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다니.

그리고 나도 어느정도 책을 읽어온 시간들이 있어서 왠만한 책은 읽어봤거나 적어도 제목은 안다고 자부했는데

숨겨진 좋은 책들도 많이 발굴해줬다.

유튜브 <이현경의 북토피아> 채널에서 북튜버로도 활동하신다니 이것도 챙겨봐야겠다.

일과 삶에 조금 지치고 방향성이 필요할 때 <아무것도 아닌 기분> 책을 만났다.

그릿을 가진 사람만이 아는 그 막막함과 자신감으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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