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는 지타에게 인물을 설정한 계기가 무엇인지, 왜 아무도 라비의 이름을 발음하는 법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지 물었다. 지타는 그 즉시, 망설임 없이 분석했다. "거만해서죠. 다들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
-사라는 깜짝 놀랐다. 거만하다고? ... 사라가 주장하려 한 자신의 정체성은, 혹은 지타가 인정해 줬으리라 짐작한 자신의 정체성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사라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신경을 안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혹시나 나처해하지는 않을까, 상처를 주진 않을까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그러듯, 사라는 선의만 있었을 뿐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뚜렷이 드러났다. 지타에게 자신이 바라는 정체성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자기 확인을 하지도 못한 것이다. 사라는 자신 같은 사람의 의도와 믿음을 지타가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런 인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사라는 믿는 사람에서 구축하는 사람으로 나아갔다. 사라는 지타에게 지타의 성과 주인공의 성이자 결혼 전 지타의 성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타는 흔쾌히 응했다.
-일주일 뒤, 사라는 지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타 수리아네리야난 버러다라전 씨 맞나요?" 지타는 울음을 터뜨렸다. 몇 년 전 미국에 온 뒤로 누군가가 가의 이름을 완전히 부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정말 처음이에요." 지타가 힘주어 말했다.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연구 결과 뿐 아니라 일생 생활에서 겪을 법한 실화들을 쏙쏙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영어표기도 이해하고 나중에 따라 찾아보기에 참 좋다!)
한 학생의 이름이 무지 어렵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풀 네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차마 물어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거만해서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자, 이게 당사자의 시선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알고보면 사람들은 그녀에게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조차 실례가 된다는 생각에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비단 이름 뿐만 아니라 입으로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나 불편한 순간들 우리가 항상 하는 행동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을 따라하거나, 그냥 넘어간다. 휴~ 하는 안도감으로.
왜냐하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되기 싫고 남에게 상처주기 싫거든.
내가 했던 수많은 행동들이 상처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왜 나는 내가 상처받은 것만 크게 생각하고 정작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주아주아주 작게 하는 걸까.
이 말로도 전혀 용서가 되지 않겠지만 P.S 내가 상처줬던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요. 정말로요. 정말 미안해요."
여기에 나온 노력이라는 건 거창한게 아니었다.
아주 작게 행동하는 것일 뿐. 그리고 솔직함의 힘을 다시 느꼈다.
먼저 생각의 필터링을 꼭! 거치고 그리고 나서 이게 상처주는 행동은 아닐지 타인에게 솔직하게 허락을 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상처줄 생각은 아닌데"를 시전하면서 마치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은 아니야" 시리즈가 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솔직하게 발음하는 법을 찾아봐도 모르겠다고 알려달려고 하는 이 작은 걸음 하나로 상처가 눈물(처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기쁨)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뒷단으로 가면 우리를 '믿는 사람'에서 '구축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아니 구원해줄) 방법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다.
캐롤 드웩의 <마인드셋>을 여기서도 만나게 되다니!
이미 만들어진 선한 사람이 아니라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동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자신의 특권을 바로 보고 이 특권을 '잘' 활용한다. (나는 '잘'에 방점을 찍고 싶다.)
이건 로버트 프랭크의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라는 책을 함께 생각하고 싶다.
흔히 생각하는 실력주의와 행운을 날카롭게 꼬집는 경제학 책인데 알고 보면 그게 실력과 운이 아니라 특권이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 백인 남자에 중산층으로 태어날 확률을 계산하시오. 그리고 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은?)
출생으로부터 얻은 베네핏을 잘 활용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가진 편견을 아주 작고 작게 나눌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의식적인 노력과 시스템까지 곁들인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보람은 엄청날 것이다.
뼈를 너무 많이 맞아서 흐물거리는 것 같지만 나는 이런 불편한 책들이 너무 좋다.
이제 나는 선한 사림이 되고 싶지 않고 그렇게 될 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선한 의도를 가지고 선한 듯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