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김예지 지음 / 성안당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아파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냥 놔두면 저절로 좋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습니다. 마음이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

앞서 썼던 "저 청소일 하는데요?"와는 조금 다른 결의 내용이라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이 책에 담고 싶었던 의미는 전과 같습니다.

"너만 그렇지 않다. 나도 이렇다."라는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만 하던 그 고민이 사실은 누군가도 하는 고민이었고,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어떻게 좋아졌는지 알아가는 건

제 경험 상 생각보다 많은 치유와 희망을 줍니다.

...

조금은 어둡고 축축한 저의 과거일지라도,

분명히 저에겐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가지지 못했을 마음의 성장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힘들어 이 책을 폈을 당신도 분명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인생은 가혹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더 크게 행복하기도 하거든요.

그럼 우리 모두 스스럼없이, 주저 없이! 행복해집시다.

프롤로그

정말 몰랐다. 김예지 작가님이 사회 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었을줄은.

처음 김예지 작가님을 알게 된 건 작년 5월에 읽은 <저 청소일 하는데요?> 라는 그림 에세이 책이었다.

귀여운 그림체에 반해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으려고 본 책인데

중간중간 마음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공감과 위안도 얻었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전문직 일을 하시는 모습에 많은 응원을 보냈다.

그런 작가가 "불안과 이별하고 행복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니?

나는 부러웠다.

하고 있는 일이 있고, 공감가는 그림을 그리고, 이렇게 책도 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하지만 사회적 성공과 능력과 별개로 꽤 오랫동안 힘들어했을 작가님을 보았고 그 전작 책보다 더 크게 응원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는 힘들게 겪고 치료한 누구보다 솔직하고 용감한 에세이다.

나는 환경과 유전자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살면서 느낀건데 누군가는 분명 좀 더 예민하다.

그렇다고 예민한 사람은 예민하게 태어났으니까 더 불행하고 힘들다는 비관론이 아니고,

센서티브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은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나도 생각이 많고 예민한 편이라 이쪽 관련해서 참 많은 생각과 생각과 생각을 했다.

이쯤되서 내린 1차 결론은 억지로 괜찮은척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내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물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둔감력이 뛰어난 사람은 절대 모른다.

남보다 촉수가 예민한 사람이 어떤 포인트에서 감동하고 즐거워하고 좋아하고 그리고 힘들어하는지.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나누고 싶다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작고 귀여운 그림책이 주는 위안이.

행복의 의미를 오랫동안 찾고 지금도 찾아다니고 있는데

영화 '매트릭스'처럼 파란 약을 받고 가짜 스테이크를 먹을 바에는 나는 좀더 불안하고 의미있는 빨간 약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

예민한 사람의 장점이라면, 나는 이걸 가장 중요하게 올려놓고 싶다.

 

 

 

- 내가 처음 낸 <저 청소일 하는데요?>에서는 청소를 시작한 이유 중 그림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면

이 책에서는 다른 이유인 불안장애를 이야기한다.

엄마와 단둘이 하는 일이여서 부담도 없고 사회적 활동도 적어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청소일로 인해 상황을 피한다 해서

내 불안을 잠재워주진 못했다.

- 근본이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은 채 안일하게 불안한 상황들만 회피하니 말이다.

... 가장 좋은 방법인 회피가 사실은 가장 날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 긴 터널을 지날 때 뫼비우스의 띠에서 끊임없이 배회할 때 나는 이런 미래는 상상도 못했다.

- 그런데 왔다. 그래서 이 만화를 그리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알려봤자 꿉꿉하고 어둡고 기쁘지 않을 이야기를 쓴 이유는 간단한다.

- "예전의 나 같은 당신을 위해서야.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

- 내 몸에 문신이 새겨진 것처럼 당신도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나을 것이다. 우울증이 나으면 꼭 새기고 싶던 문양을 새기게 되었다.

- 그러니 죽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 불안 장애를 극복한 후 여전히 우울하고 짜증 날 때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니깐

- 대신 불필요한 불안이 사라졌을 뿐이다. 이제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기에 찰나의 두려움이 와도 가라앉힌다.

- 다행이다. 내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살아있어서.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회피도 마찬가지.

뭐 그런걸 걱정하냐는 폭력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른다. 알 수가 없다. 본인과 다른 성향의 삶은 어떤 기분일지.

그래서 이제는 그런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어느정도 힘을 빼고 덜 흔들리지만

학생 때와 사회초년생 때 받았던 상처와 아픔은 여전히 한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서 나를 아프게 한다.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를 통해 작가님의 삶의 무게를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고마운 책이다.

그 불안하고 힘들었던 순간들도 위로를 받았으니까.

조금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는데

책 표지를 자세히 보면, 한 쪽이 끊어진 뫼비우스의 띠가 작가님의 팔에 새겨져있다.

요즘 타투 많이들 하니까 타투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업앤다운을 반복하던 불안 장애 극복기를 치유하는 의미로 새긴 아주 아주 뜻 깊은 단 하나뿐인 타투이다.

삶의 끝까지 가본 사람에게 '다행'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것 같다.

삶은 고통이지만 고통은 삶이 아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와는 분명 결이 다르지만,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로 더 많은 사람들이 괜찮아지고 행복하길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