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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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 좋고 웃기 좋아했던 아인슈타인과

늘 침울하고 고독하고 비관적이었던 괴델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이 글들은 지난 20년간 쓴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고려하여 내용을 선정했다.

첫째는 글이 전하는 생각의 깊이와 힘, 그리고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및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군이론, 무한대와 무한소, 튜링의 계산 가능성과 '결정 문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소수와 리만 제타 추측, 범주론, 위상수학, 고차원, 프랙털, 통계 회귀분석 및 '종형곡선', 진리 이론 등은 내가 살면서 접한 가장 흥미로운(또한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지적 성취이다. 이 모든 주제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나의 이상은 칵테일파티용 잡담이다. 즉 심오한 개념을 핵심만 들추어내어 (어쩌면 냅킨에 연필로 몇 번 휘갈겨) 관심 있는 친구에게 상쾌하고 즐겁게 저달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문외한에게는 빛나는 통찰을, 전문가에게는 뜻밖의 참신한 반전을 선사하고 싶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말이다.

-두번째 고려 사항은 인간적인 요소이다. 이 책의 모든 사상은 매우 극적인 삶을 살았고 피와 살을 지녔던 해당 사상의 창시자와 함께 펼치진다. 종종 이들의 삶에는 어처구니없음의 일면이 깃들어 있다.

-세번째 고려 사항은 철학적인 것이다. 각각의 글에 나오는 사상들은 전부 이 세계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개념(형이상학), 어떻게 우리가 지식을 얻고 정당화하는지(인식론), 그리고 심지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윤리학)와 결정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 어울리는듯 안어울리는듯 다정하게 걸어가며 유대가 느껴지는 둘은 뭐지?

아인슈타인 X 괴델, 이 두 천재가 만나 어떤 사고와 이야기와 철학을 나눌지 진짜 궁금한 책이다.

우선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 책의 저자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작가이자 수학, 과학, 진리, 도덕 등 다방면의 지적 호기심을 나누는 짐 홀트이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가 주목하는 바로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 괴델, 그리고 수학, 물리학, 우주, 도덕, IT까지 우리에게 순수한 호기심의 기쁨과 본질을 일깨워준다.

과학과 수학을 잘 모르더라도 그저 그를 믿고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있다.

어려운 글을 재밌고 쉽게 쓰는 재주. 그렇지만 그 안에 내용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지식의 범주.

짐 홀트의 글이 그렇다.

문체는 가볍고 위트있으나 아인슈타인부터 괴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 버드런트 러셀, 리처드 도킨스 등 거의 모든 이론을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가장 위대한 논리학자라고 종종 불리는 괴델은 특이한 사람이었는데, 종국에는 비극적으로 삶을 마무리했다. 아인슈타인이 붙임성이 좋고 웃기 좋아한 반면에 괴델은 침울하고 고독하고 비관적이었다. 열정적인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인슈타인은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좋아했다. 괴델의 취향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가장 좋아한 영화는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였으며, 아내가 앞마당에 풀어놓은 홍학을 보고서 푸르흐트바 헤르치히, 즉 '지독하게 매력적인'이라고 감탄했다. 아인슈타인이 기름진 독일식 요리를 마음껏 탐닉한 반면에 괴델은 병약자의 식단과 유아식, 그리고 변비약으로 간신히 생활해나갔다. 아인슈타인의 사생활도 복잡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겉으로 볼 때는 즐겁고 평온했다. 반면에 괴델은 편집증 기질이 있었다. 귀신을 믿었고, 냉장고 냉매로 독살을 당할지 모른다는 병적인 두려움에 시달렸다. 실제로 어떤 저명한 수학자들이 프린스턴에 왔을 때 그들이 자신을 죽일까봐 무서워서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괴델이 고수한 '혼란스러운 것은 뭐든 잘못된 모습이다'라는 주장은 편집증 환자의 으뜸 금언이다.

-연구소의 다른 회원들은 이 우울한 논리학자를 찜찜해하고 난처해했지만 아인슈타인만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연구실에 나오는 까닭은 '단지 쿠르트 괴델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아마도 그렇게 말한 이유에는 괴델이 아인슈타인의 명성에 주늑들지 않고 거침없이 반론을 펼치는 태도가 한몫했던 듯하다.

-아인슈타인은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양자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괴델은 수학의 추상적 개념이 모든 면에서 탁자와 의자만큼이나 실재라고 믿었는데, 이것은 철학자들이 순진한 생각이라며 웃어넘겼던 견해다. 괴델과 아인슈타인 둘 다 이 세계는 우리 개개인의 인식과 무관하게 합리적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결국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지적인 고립의 감정을 공유했던 둘은 서로의 사귐에서 위안을 찾았다. 연구소의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둘은 다른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길 원했다."

-괴델과 아인슈타인 둘 다 어떤 공허함이 말년을 장식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공허했던 것은 시간의 비실재성에 관한 둘의 굳은 믿음이었다. 그런 유혹은 이해할 만했다. 만약 시간이 단지 우리 마음속에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벗어나 어떤 시간 없는 영원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 괴델의 경우, 어렸을 때 입은 치명적인 심장 손상의 공포 때문에 시간이 없는 우주라는 발상에 이끌렸는지 모른다. 생의 마짐작 즈음에 한 친구에게 터놓은 바에 의하면 괴델은 세계를 새로운 빛으로 볼 수 있게 해줄 어떤 통찰을 오랫동안 갈구했지만 끝내 그런 통찰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인슈타인도 시간과 깔끔하게 결별할 수 없었다. 그즈음 세상을 떠난 친구의 미망인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물리학을 믿는 우리로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구분이 환영일 뿐이건만, 고집스럽게 쉽게 사라지진 않습니다." 2주 후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이제 나도 가야 할 시간이네."

 

 

두 천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이다.

실제로 즐겁고 유쾌한 파워인싸 아인슈타인과는 대조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병약하고 편집증이 있는 침울한 괴델은 서로만이 가질 수 있는 유대를 나눴던 것 같다. 순수한 진리의 이론과 답을 찾아 궁리하고 또 궁리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괴델은 더 내향적이 되어 사람들과 이야기도 잘 나누지 않고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콕 박혀 살았다. 그리고 그런 성격으로 인해 영양실조와 신경쇠약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천재가 없는 천재의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다시 현재. 현실과 가상과 우주까지.

그들의 강력한 이론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느끼는 인간적인 유대는 직관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괴델이 미국 헌법을 문제삼다

-괴델의 시간 여행 연구는 12월 5일 트렌턴에서 예정되었떤 시민권 심사 때문에 중단되었다. 그의 성품을 증언해줄 살마은 친하게 지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게임이론의 공동 발명자인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었다. 모르겐슈테른은 당시 괴델의 운전기사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꼼꼼한 성격답게 괴델은 시험 준비로 미국의 정치제도를 자세히 연구했다. 심사일 전날 그는 잔뜩 흥분하여 모르겐슈테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미국 헌법의 논리적 모순을 찾았다고 하자, 모르겐슈테른은 처음에는 웃엇지만 괴델이 무척 진지하다는걸 곧 알아차렸다. 모르겐슈테른은 괴델에게 관련 내용을 판사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시민권 심사가 잘못될까 염려해서였다.

-판사 필립 포먼은 괴델이 저명한 증인들과 함께 온 것에 놀라서, 자기 집무실로 셋을 초대했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 후 판사가 괴델에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독일 시민권자이셨습니다." 괴델은 아니라면서, 오스트리아 시민권자라고 바로잡았다. 판사가 계속 말했다. "어쨋든 사악한 독재에 시달리고 있지요...... 하지만 다행히 미국에서는 독자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몇달 후 괴델은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빈에 있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다른 나라 시민권과 달리 미국 시민권은 아주 특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괴델이 겪은 일화.

열심히 미국 시민권 공부를 하고 미국 헌법의 논리적 모순을 찾았다는 괴델 앞에는, 그동안 독일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국적이었다는 판사의 말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재 어떻게 여전히 가능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 헌법에는 어떤 모순이 있는지 자신만의 논리와 추론을 펼친다.

헌법의 모순과 괴델의 이론과 페르마 정리를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저자가 판사라면 "농담 한번 잘하십니다, 괴델 씨." 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는 말은 흡사 리처드 파인만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 이지만,

정작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걷고 얘기하는 챕터는 불과 한 두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아인슈타인, 괴델, 그리고 저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이론들과 천재들의 이야기가 내 앞에 펼쳐져있다.

저자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문외한에게는 빛나는 통찰을, 전문가에게는 뜻밖의 참신한 반전을 선사하고 싶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말이다."

우리의 산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책이라는 연구실을 나가는 이 순간을,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될 순간을 아쉽고 기다리게 만들어줬다면

이 책은 이미 칵테일파티에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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