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 번 죽었습니다 - 8세, 18세, 22세에 찾아온 암과의 동거
손혜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몇 번 태어날까?

-사람은 몇 번 태어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은 한 번 뿐이다. 세상과 처음 만난 순간, 우리가 태어난 날은 한 번뿐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당신은 몇 번 태어났어요?"라는 낯선 물음을 던진다면, 쉬이 한 번이라고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질문을 곱씹은 끝에 "네 번 태어났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살다 보면 새 삶을 받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믿는다. 병원에서, 전쟁터에서, 각종 사고 현장에서 그런 기적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몇 번 태어날까에 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다."가 될 듯싶다.

이상한 나라, 병원에 가다

-어느새 나는 병원 대기실에서 마주친 아이들처럼 '병원 아이'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아픈 아이들을 동정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는 그 무리에 속해졌다. 누구나 살다보면 일생의 분기점을 만나게 된다. 어제와 오늘이 완전히 달라지는 사건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내게는 그 일련의 사건이 그랬다. 여덟 살에 겪은 수술과 항암치료는 그 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중에 에세이 책이 참 많이 나온다.

가벼운 캐릭터 시즌성 에세이부터 유명인사의 에세이, 그리고 독립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까지 가볍게 읽기 좋아서

아무래도 출판도 많이 하나보다. 나도 에세이를 좋아해서 소설 다음으로 많이 읽는 편이다.

이번 책은 부들부들한~ 재질에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에세이를 읽다가 울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 책은...

<나는 세번 죽었습니다>를 읽고 몇번을 울컥했는지 모른다.

담담하게 쓴 저자의 글은 나를 울렸고 네 번째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며 주어진 삶과 소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커다란 감동을 느꼈다.

이 작은 에세이 책에서 삶의 소중함을 이렇게 크게 느낄 줄이야...

소중한 마음만큼 소중한 책이다.

제목 <나는 세번 죽었습니다>를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8살에 소아암, 18살에 희귀암, 그리고 22살에 희귀암이 재발한 저저가 암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쓴 에세이다.

그리고 지금도 잘 이겨내고 있다.

<나는 세번 죽었습니다>를 읽고 사람들이 손혜진 작가님을 동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병에 걸리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라는 폭력적인 생각과 위안도 제발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이 책을 읽고 각자의 위치에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래야겠다.

 

 

 

 

슬프지만 안도했고, 기쁘지만 불안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어느 순간 슬퍼하며 하루를 보내는 대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언제까지 계속되는 슬픔은 없었다. 슬퍼할 시간을 계속 가질 수 없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시간은 방황하는 나를 떠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멈칫거렸지만, 다시 내 일상에 병원을 포함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긴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 어쩌겠나. 죽지 않으려면 살아남아야 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나는 살고 싶었다.

죽는 게 뭘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그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우리 엄마, 그러니까 가족들이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 장례식이 너무 슬플까봐 그랬다. 아직은 이르다고.

 

죽음은 어디에나 있어

-그맘때쯤 언니에게 죽음이 무섭다고 말했더니 "정말 죽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잖아. 그늘에 지지 말자. 지금을 빼앗기지 말자. ... 죽음은 어디에나 있어. 두려워 마." 라고 말해주었다. 그때 언니가 해준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다.

두려울 필요가 없구나.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위협 속에 사는구나. 평소에 잊고 있을 뿐이지 특별한 게 아니구나. 그렇게 우주적 관점으로 멀리서 보니 괜찮아졌다. 사람들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평소에 잊고 살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병에 걸린 사람들의 문제는 죽음을 수시로 자각한다는 데 있다.

... 한때 진지하게 고민했던 생을 끝내는 방법들, 그중 어떤 계획도 실행하지 않아서 나에게 고맙다. 그래도 살아있는 게 좋으니까. 힘들어도 가끔 기쁘잖아. 몹시 행복한 날들도 있잖아. 그런 날들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살아있는 게 좋았다. 만약 내일 죽는다고 해도 오늘은 웃고 싶다. 사는 동안 웃는 날이 더 많으면 좋겠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 "불행한 날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았어."하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게 인생이랬다. 암 병동에 머무는 사람들은 삶을 정리할 기회를 얻었기에 어쩌면 좀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있자니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나는 죽음에 대해 아는 게 없고, 삶에 대해서는 더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저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며 살 뿐이었다. 미래에 관한 불안감에 시달릴 때,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숨쉬기가 조금 편해졌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결국 현재로 와서 지금이 될 테니까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기다리는 내일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지금 행복해지자고.

*이 글은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