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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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 & CON

무지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 가득한 무지의 정체는

사실 토끼옷을 입은 단무지.

토끼옷을 벗으면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콘은 가장 미스터리한 캐릭터.

알고 보면 무지를 키운 능력자로 묵묵히 무지의 뒤를 지켜준다.

 

요즘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가장 핫한 책.

바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에세이다.

이번 책의 주인공은 귀여운 무지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콘의 이야기.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는 13만 팔로워를 보유한 작가, 투에고와 함께한다.

나는 알고 있었다.

무지가 바로 '단무지'라는 사실을.

얼핏보면 계란이나 토끼인줄 알겠지만 나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읽으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파헤쳐본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친구 악어(?) 콘.

마치 뽀로로에겐 크롱이라는 악어 친구가 있듯이 (펫이 아니다. 크롱은 아직 성장 중이라 말을 못할 뿐 분명 친구 또는 동생이다)

무지에겐 든든한 친구, 콘이 함께 있다.

표지부터 느껴지지만 일단 책을 한 장만 펴도 느껴지는 이 무지무지한 귀여움.

무지의 익살스러운 얼굴과 빵빵터지는 제스쳐,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위로해주고 싶고 위로받는 이 그림과 글들을 보다보니

내가 카톡에서 쓰는 이 캐릭터들은 더이상 전에 알던 캐릭터가 아니다.

무지의 밝은 얼굴 뒤로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숨어 있었다니.

그리고 콘의 한결같은 모습 속엔 얼마나 강한 내공과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무지 궁금해지는 책.

 

 

 

-어떻게든 되겠지

난데없이 슬럼프에 빠졌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일들이 하나둘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멈춰버린 거야. 글도 안 써져, 일도 잘 안돼, 심지어 몸까지 아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한다는 강박 관념이 내 발목을 더 세게 붙들고 늘어졌어. 나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보니 하는 일에서도 자꾸 모자란 점만 보였어. 가시덤불 안에서 양날검을 쥐고 서 있는 모양새였지. 앞을 가로막ㄴㄴ 나뭇가지들을 싹둑 베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내가 다칠 수도 있는 그런 상황 말이야.

슬럼프라 생각한 순간부터 더 슬럼프에 빠졌던 것 같아. 내가 내 말로 스스로를 더 옭아매고 늪으로 빠뜨린 게 아닐까. 스페인어로 '케세라세라'라는 말이 있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뜻인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란ㄴ 말처럼 들려.

"케세라세라, 케세라세라, 케세라세라."

자신을 밀어붙이고 초조해지려고 할 때 이 말을 계속 떠올려.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천천히 케, 세라, 세라, 케, 세라, 세라. 입안에서 단어를 굴리다 보면 혼자서 저만치 달려 나가던 마음이 천천히 걸음을 멈추는 것 같아.

 

 

 

 

헉, 무지야 콘아.

너도 그런 적이 있었니?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를 읽다보면 친근한 말투라 혼자 쓴 일기를 몰래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가 들려주는 카톡 메시지같기도 하고 편지같기도 하고 그렇다.

케세라세라.

내가 좋아하는 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

Whatever Will Be Will Be (Que Sera Sera) - Doris Day.

잔잔한 재즈풍의 노래를 듣다보면 나른하고 편안한 기분과 함께 모든 자연스러운 쪽으로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어떨 땐 내려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때가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어차피 시간은 흐르게 되어있고, 기억은 미화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게 그게 가장 베스트인걸.

모든 경험과 내공은 이런 마인드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 요즘이다.

무지와 콘의 귀여운 응원에 나도 한번 더 케세라세라.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내는 게 뭔 줄 아니?

억지로 품는 희망이 아니라

불안도, 우울도 끌어안는 용기야.

내가 모든 날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강해지는 거지.

-구름 너머를 보다

-어릴 때는 구름이 하늘 위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막상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 보니 구름도 하늘 밑에 있더라.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내가 가진 불안과 긴장도

다시 보면 별거 아닐지도 몰라.

모두 내 안에서 비롯된 거잖아.

한 때, 그리고 지금도 많이 읽어서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된 인문학, 심리학 책이 있다.

바로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두 저자가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들려주는 내용은 그 시대를 강타한 '힐링'이라는 코드를 정확히 저격했다.

지쳐있는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말 조차 폭력적일 수 있다.

더더구나 때론 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든 우울한 사람에게 그 힘으로 살자는 말조차 나는 이제 동의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고 다 내맘같지 않다.

그런 그들 모두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해봤자 결국 남는 것은 자기 아픔 뿐.

더 잘 살기위해 우리는 힐링이라는 문화를 좀 더 진취적으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억지로 품는 희망이 아니라

불안도, 우울도 끌어안는 용기야.'

이 글에서 나는 '억지로' 라는 말이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뭐든 자연스럽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

만약 행복하고 싶다면 인생에서 100% 행복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성공하고 싶다면 인생이라는 길엔 백전백승만 있지 않다는 게임의 룰을 깨달아야 한다.

아마 이 글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구름이 하늘 아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처럼

어른이 되는 순간 순간들이 쌓여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진 불안도 긴장도

다시 보면 별거 아닐지도 몰라.

모두 내 안에서 비롯된 거잖아.'

그래, 근데 그 일이 별거 아닐지도 모르고 진짜 별거 일지도 모른다.

근데 중요한 건 내 마음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내 정신과 영혼의 주인이라는 것.

우리가 온전히 살아가는 것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내 마음은 여러 개

"검정색과 하얀색 중 무엇을 선택할래?"

"회색."

"낮과 밤 중 언제가 좋니?"

"어스름한 새벽녙."

편협한 이분법은 너무 싫어.

선택지가 두 개뿐인 건 재미없잖아.

나는 차라리 다른 걸 고를래.

 

 

 

 

이 사실을 알고 있다니.

아무래도 우리 친구 무지와 콘은 분명 어른스러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나는 이걸 꽤 늦게 알았다.

질문에는, 삶에는 이분법을 따라도 되지 않는다는 걸.

두 가지를 물었을 때 사람들은 사고의 폭이 좁아지면서 그 두가지 중 선택하게 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근데 나는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핵심을 찌를 또다른 답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나아가 무지와 콘에게 알려주고 싶은 또 하나의 인생의 진리도 있다.

"질문에 반드시 답을 해야하는 건 아니야."

살다보면 무례한 질문, 되도 않는 말, 가치 없는 이야기,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도 존재한다.

그럴 때 우리는 1안, 2안, 그리고 생각치 못한 3안을 넘어서 답하지 않는 답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기. 답하기. 그리고 답하지 않고 생각하기.

 

 

 

 

 

 

 

 

-너도 나도 무지해

우리는 무지해. 나도, 너도 무지해.

모든 걸 완벽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때로는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고.

때로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전제하고 출발해보기로 했어.

그러면 다수가 손을 들었다고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지.

'우리'나 '모두'같은 말로 뭉뚱그려서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어.

지금까지 우리가 모든 걸 다 아는 듯

생각하고 판단했다는 걸 알 수도 있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인정하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한 방법 같아 보여.

서로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을 테니

토끼옷을 입고 다니는 걸

애써 숨기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캐릭터 '무지'의 이름과 시선으로 쓴 이 글이 참 공감됐다.

"너도 나도 무지해."

"우리는 무지해. 나도, 너도 무지해."

살다보니 이 말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다.

서로의 입에서 꺼내기가 참 어렵다. 때론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말도 존재한다.

아무래도 어느정도 말로 먹고 사는 업을 하다보니

자기 생각에 갇힌 사람, 고집이 센 사람, 소통이 안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그와 다르게 아는 게 많지만 겸손한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 솔직하게 호감이 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단면만 있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A 상황에서는 전자가, B라는 모임과 사람들 사이에서는 후자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적어도 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상황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를 읽고 느낀 건 우뤼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감이라는 사실.

쑥쓰럽지만 나도 이제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일단 해결해주고 싶고 멋진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싶고 조언을 하고 싶어지니까.

내가 주변에도 많이 전파(?)하는 것 중 하나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순간만큼은 경청해서 듣기, 그리고 심판의 잣대로 듣지 않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해주기다.

힘든 이야기를 전할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그래, 그랬구나" 한마디니까.

때론 가장 쉽지만 실 생활에서 꽤나 어려운 이 말.

오늘도 나는 내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의 힘을 많이 나누려 한다.

바로 이 책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가 나에겐 그랬다.

무지와 콘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소소하지 않은 큰 위안을 준다.

무지가 나에게 힘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이 세상에 많은 주변 무지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이 글은 아르테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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