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은 고작 20여분이지만 우리가 인터뷰하고 서로 이야기 나눈 시간은 장장 5시간 4분이었다. 사전 인터뷰까지 모두 합치면 8시간도 넘는다. 모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값진 이야기들인데, 영상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으로 인해 확 줄여 편집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출간하며 제목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영상 제목인 <왕따였던 어른들>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왕따'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학교 폭력 문제를 피해자의 문제로 한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결국 출연자들과 상의 끝에 최종 제목을 '나의 가해자들에게'로 결정했다.
-이 책은 같은 아픔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동시에,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가해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의 공감대였다.
어느 순간 유행어가 된 인싸.
다 알고 있겠지만 인사이더의 줄임말로 모임이나 관계에서 활발하고 친화적인 사람을 뜻한다.
'새학기 핵인싸 되기', '인싸들의 잇템', '인싸 인사법' 등 내로라하는 핫한 콘텐츠에는 바로 이 "인싸"가 꼭 들어간다.
모든 사람이 인싸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인싸인 것도 아닌데
마치 "인싸=성공한 사람" 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이 불편함을 잠시 떠올리면서 이번에는 아싸를 들여다본다.
인싸의 반대말인 아웃사이더, 아싸.
주변을 맴돌며 비주류인 사람인데 다들 인싸가 되기 위해 혈안이 된 것 같다.
여기 인싸도 아니고 아싸도 아닌 사람들이 있다.
아니, 그랬던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바로 왕따와 학교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인터뷰를 모아 만든 살아있는 책이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를 읽으면서 느낀 건 시간이 지나도 시대가 바껴도 왕따문제는 계속 나온다는 거다.
내가 알기로 동물, 곤충의 세계에서도 발생한다는데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최소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경계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 그리고 피해자들은 마음 놓고 얘기를 터놓을 수 있는 상담이나 치료, 그리고 그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제 3의 안 이상의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줄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참 많이 힘들었을 인터뷰이들과 설문 응답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아팠고 동시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잘 자라서 멋진 어른이 된 모습에도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를 시작하는 말에도 있었지만 이 책은 학교처럼 좁은 (때론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서 같은 아픔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그리고 자기 얘기는 아닐거라 생각하고 있는 가해자들에게는 "그래, 맞아. 니 얘기야"라고 돌직구를 날리며 인생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